배우 김다미가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로 관객 앞에 선다. / UAA
배우 김다미가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로 관객 앞에 선다. / UAA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다미가 아닌 캐릭터로 보였으면 한다. 현장에도 이미 그 캐릭터가 돼서 가려고 노력한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성장해 온 배우 김다미는 ‘김다미’라는 이름 석 자 보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를 통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캐릭터, 미소를 완성하며 대중의 마음을 다시 흔들 예정이다.

2018년 영화 ‘나를 기억해’로 데뷔한 김다미는 같은 해 1,500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화제작 ‘마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신인 같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독창적인 분위기로 호평을 이끌어냈고,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어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지난해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등 캐릭터성이 짙은 작품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가능성을 입증,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에서도 새로운, 그리고 한층 깊어진 김다미를 만날 수 있다.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던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장편 데뷔작 ‘혜화,동’(2011)으로 연출을 인정받은 민용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김다미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미소를 연기했다. 미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친구 하은 앞에서만큼은 언제나 무장해제가 될 정도로 하은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소울메이트’로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 김다미. / UAA
‘소울메이트’로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 김다미. / UAA

김다미는 해맑은 미소 뒤 자신만의 슬픔을 숨겨놓은 미소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소울메이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원작에 대해서는 어떤 감상을 갖고 있었나. 참고한 부분도 있는지. 

“좋아했다. 팬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여성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없어서 보면서 되게 신기했다.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섬세한 감정만으로도 재밌다는 걸 느껴서 반갑고 좋았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를 하게 되면서 원작을 다시 보진 않았다. 우리 영화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경계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다. 미소에게 원작 캐릭터 특성이 묻어나긴 하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우리만의 미소와 하은을 만들어나갔던 것 같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고 했고 조금 더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원작과)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미소라는 인물은 어떻게 다가왔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보였다. 미소가 가진 불안이나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밝게 행동하는 친구라고 느꼈다. 많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유로우면서도 아픔이 있는 점, 그런 아픔을 마냥 슬프다가 아니라 감추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미소를 연기하고 싶었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민용근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서로 해석이 달랐던 점은 없었나.  

“다르다고 느낀 점은 거의 없다. 감독님이 오히려 많이 열어두고 믿어주셨다. 예를 들면 표현 방식을 두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방식이나 결의 차이는 있었지만 해석의 차이가 컸다기 보다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했던 부분이다. (민용근 감독이) 열어두고 들어주려고 하셨다.”

-민용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많이 열려 있기도 하지만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정말 결이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예를 들어 커피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잖나. 그런 것까지 담아내려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그게 가장 좋았던 지점이다.”

미소와 하은으로 분한 김다미(왼쪽)와 전소니. / NEW
미소와 하은으로 분한 김다미(왼쪽)와 전소니. / NEW

-인물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야 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또 하은을 향한 미소의 감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되게 미묘한 감정이라서 정의 내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관객이 봤을 때 이입은 할 수 있는 감정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장면마다 되게 많은 테이크를 갔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조금 더 담고 덜어내면서 많은 시도를 했다.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궁금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임했다. (하은을 향한 미소의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어떨 때는 이렇다가 또 어떨 때는 저렇다가,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그만큼 복잡 미묘했기 때문에 저희 영화가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미소로서 정의 내리지 않고 하은의 눈을 보면서 집중하려고 했다. 공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어떤 장소에 들어가면 하은에 대한 생각만 해도 울컥하는 감정이 들게 잘 배치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주도의 신비로운 느낌도 더 잘 이입할 수 있게 해줬다. 미소와 하은의 우정은 일상적인데 일상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친한 친구는 있지만, 이 관계는 미소와 하은 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 김다미는 미소와 하은, 어떤 캐릭터에 더 가깝나. 

“평소에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편안한 상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배우로서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소울메이트’ 미소도 ‘마녀’ ‘이태원 클라쓰’ 이후에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고 싶던 차에 운이 잘 맞아떨어져서 미소를 만나게 됐다. 안 해봤던 것을 해보고 싶고, 내가 몰랐던 것을 찾고 싶다는 점은 미소와 비슷한 것 같다. 미소와 하은의 모습을 다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은 역을 맡은 전소니와의 호흡도 돋보였다. 현장에서 전소니는 어떤 배우였나. 

“연기에 대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의견을 계속 물어보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지점이 굉장히 섬세하다고 느꼈다. 호흡을 맞추면서 편안하고 좋았던 부분은 미소를 똑같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거다. 내가 굳이 뭔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미소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있고 어떨 때는 나보다 더 나은 의견을 주기도 했다. 미소와 하은을 같이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연기하면서 되게 편하고 좋았다.”

김다미가 연이어 좋은 평가를 얻어오고 있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UAA
김다미가 연이어 좋은 평가를 얻어오고 있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UAA

-데뷔작 ‘마녀’부터 ‘이태원 클라쓰’ ‘그해 우리는’까지 연이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결과가 잘 되면 너무 좋지만 과정이 재밌는 게 더 중요하다. 얻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어야 스스로도 후회가 안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결과가 잘 나왔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거다. 과정이 재밌는 걸 선택하자는 마음으로 항상 해왔기 때문에 그날이 와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다미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하, 잘 모르겠다. 다만 최대한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캐릭터를 진심으로 대하고, 나 말고 캐릭터가 보였으면 좋겠다. 평상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색하고 그런 것도 있고, 캐릭터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현장에 갈 때도 그 마음가짐으로 간다. 이미 그 캐릭터로 가려고 하고 바꿔서 가려고 노력한다. 또 평범한 얼굴이라 대중이 일상적으로 편하게 받아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옆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기도 하고,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얼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소는 추상화로, 하은은 정밀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배우 김다미는 어떤 그림으로 채워나가고 싶나.  

“추상화를 추구하는데 연기를 대할 때는 정물화처럼 하고 싶다. 현장에서는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싶고, 그전에 준비를 할 때는 섬세하게 다 알고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보는 눈, 시각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내 연기, 캐릭터에만 집중했다면 내가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뒤떨어져서 보는 마음을 조금 배운 것 같다. 다른 캐릭터도 보고 연관이 돼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또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미소가 나만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독님, (전)소니 언니와 더 많이 공유하고 소통을 하려고 했다. 사소한 것에 있어서도 소통하려고 한 부분이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아닐까. 그런 점이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소울메이트’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았으면 하나. 

“미소가 쓴, 하은이가 쓴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갖고 있던 추억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객도 한편에 묻어둔 마음을 생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기장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잖나. 이 영화도 그럴 것 같다. 민용근 감독님의 말처럼, 나도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많이 사랑했지만, ‘소울메이트’는 나의 청춘이 담긴 영화라 더 사랑하는 영화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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