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감독이 영화 ‘소울메이트’로 돌아왔다. / NEW
민용근 감독이 영화 ‘소울메이트’로 돌아왔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민용근 감독은 장편 데뷔작 ‘혜화,동’(2011)을 통해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 수상,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 수상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을 한데 이어, 독립영화의 흥행을 이끌며 주목받았다. 

일찌감치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용근 감독은 ‘어떤 시선-얼음강’(2013) 이후 오랜 공백기를 깨고 영화 ‘소울메이트’로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 특유의 깊은 감성과 한층 더 세밀해진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던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배우 김다미‧전소니‧변우석이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민용근 감독은 원작의 매력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설정을 더해 ‘소울메이트’만의 질감을 완성했다. 특히 미소와 하은, 그리고 진우까지 세 인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이들의 우정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까지 조명해 깊은 공감을 안긴다. 여기에 ‘그림’이라는 소재로 감성을 더하며 원작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민용근 감독에게 ‘소울메이트’는 작품, 그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잠시 잃어버린 창작의 재미, 영화를 만드는 재미를 다시 찾은 것은 물론, 오랜 인연이었던 배우 유다인(지금은 아내)과 연인으로 발전하는 등 ‘소울메이트’와 함께 하는 동안 감독 개인의 삶에서도 반짝이는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민용근 감독이 ‘소울메이트’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 NEW
민용근 감독이 ‘소울메이트’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 NEW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민 감독은 “소중하고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소울메이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장편 연출은 ‘혜화, 동’ 이후 굉장히 오랜만이다. 왜 이렇게 늦어졌나. 개봉을 앞둔 기분은.  

“원래 준비하던 영화가 있었다. 되게 오래 준비했는데 메이드가 되지 않아서 공백이 길었다. 떨리는 것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크린에서 영화가 소개된다고 하니 그 점이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기다리는 동안 배우들과 만나면 개봉하는 날을 떠올리며 상상놀이를 하기도 했다.(웃음) 개봉을 기다리는 지금은 정말 꿈같고 신난다.”

-기자간담회에서 ‘소울메이트’를 두고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소울메이트’를 제안받기 전에 다른 상업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단계를 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쓰더라도 의무감으로 쓰게 되더라. 만드는 재미, 창작하는 재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영화를 만들 때 정말 재밌는데 그 재미를 잃어버렸다. 영화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창작하는 재미를 찾고 싶었다. 그러던 시기에 ‘소울메이트’ 연출 제안을 받았고, 다시 창작하는 재미를 찾아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너무나 운 좋게 함께 작업한 배우, 스태프들과 협업이 잘 됐다.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고 만드는 재미에 대한 중요성을 갖고 시작했는데 이뤄질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한 작품이 됐다. 또 하나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개인적인 일들이 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도 하고 아내(배우 유다인)를 (연인으로) 만나게 되기도 했다. 그런 개인적인 삶이 영화의 내용적인 부분과 닿아있는 지점이 많았다. 그래서 허구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고 내가 겪고 있는 삶과 비슷하게 매치가 되는 신비한 체험을 했다. 단순히 오랜만에 연출한 영화라기보다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다.”

미소와 하은의 우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울메이트’. / NEW
미소와 하은의 우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울메이트’. / NEW

-처음에는 연출 제안을 고사했다고.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제안을 받고 나서 원작을 봤다. 두 여성의 이야기, 관계성,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살면서 직접 경험해 온 여성감독이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사를 하려고 했는데, 다시 영화를 보는데 어떤 한 장면에서 갑자기 감정을 확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있었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서 ‘이 사람이었구나’ 깨닫는 순간, 그리고 그때 나라는 사람은 이랬구나 하는 깨달음. 살다 보면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통찰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은데, (영화 속) 그 순간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키워나가다 보니 이 영화가 너무 깊이 들어왔다.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두 여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내가 가장 표현하고 싶은 핵심 감정이 분명하다면 나머지는 다른 부분으로 채워나가고 열어놓고 이야기를 들으면 잘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어떤 문화가 있었고 어떻게 놀았고 어떻게 친구와 처음 만나게 됐는지 1차원적인 것부터 관계의 질감이 어떤 것인지 섞여있는 여러 감정들,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깊은 이야기까지 또래 여성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30대가 된 순간까지 계속 친구였던 분도 있었다. 그분들은 직접 만나지 못해서 글로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이 있더라. 그렇게 디테일한 감정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원작과 다른 ‘소울메이트’만의 질감을 완성하는 건 ‘그림’이다. 그림을 택한 이유는.  

“오랜 시간 잊히지 않는 한 사람이 된다는 게 과연 어떤 관계일까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는다면 ‘난 널 이해해’라고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아무 말 없이 오랜 시간 묵묵히 바라봐 주는 것이 굉장히 큰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묵묵히 오랫동안 정확하게 바라봐 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림보다는 ‘극사실주의’라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싶다. 외피적으로는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고 모사한다는 측면에서 예술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과정을 포함하고 결과물을 보면 단순히 똑같은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강강훈 작가님의 전시에 간 적이 있는데, 커다란 캔버스에 딸의 얼굴을 한가득 그린 작품이 있다. 무표정한 얼굴인데,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게 느껴지더라. 그 그림 하나를 그리려면 수개월에서 1년 넘는 시간 걸린다더라. 매일매일 그 얼굴을 마주하고 그 얼굴에서 나오는 감정이 달라지고 그 감정을 계속 느끼면서 오랜 시간 완성하는 거다. 소중한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와 하은도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로 그린 극사실주의 그림이 둘의 관계 핵심을 보여주는 매개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원작과 다르게 가져왔다. 또 원작에서 삶의 자유라고 하는 부분이 조금은 막연하게 구현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찾다 극사실주의 그림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낙서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릴 때 집중하는 에너지가 크게 일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도 반영됐다.”

원작보다 더 단단한 매력으로 완성된 하은. / NEW
원작보다 더 단단한 매력으로 완성된 하은. / NEW

-원작보다 하은이 조금 더 단단하고 능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하은과 미소가 이분법적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다. 미소는 결핍이 있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하은은 단정하고 제주를 떠나지 못한다. 대비되는 특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명은 활달하고 한 명은 조용하고, 적극과 소극 이분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원작과 비교해서 하은은 조금은 직구를 던질 줄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또 내면에 단단함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을 뿐. 단정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는 것을 계속 심어줬던 것 같다.”

-미소는 어떤 인물로 그리고 싶었나. 

“왜 자꾸 떠돌까, 왜 먼저 떠나려고 했을까, 왜 거짓말을 할까 궁금했다. 계속 ‘왜’라고 생각을 했더니 엄마의 존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의 과거가 디테일하게 구현되거나 설명되지 않지만 미소가 내리는 결정들은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결핍의 근원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지 않으려고 포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미소가 떠나고 떠돌고 맴도는 것은 어딘가 발붙일 곳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것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원작과 달리 미소가 ‘대안가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인가. 

“또 다른 남성을 만나 가정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그냥 미소는 안생(원작 미소 캐릭터)과 다르게 그런 패턴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남자로 인해 미소의 삶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 혹은 가족에 대한 결핍이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미수가 누구와 살고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성별을 갖고 있고 마치 엄마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하는 동료들과 대안가족의 형태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유로운 미소 그 자체로 분한 김다미. / NEW
자유로운 미소 그 자체로 분한 김다미. / NEW

-귀걸이를 나눠 갖는 설정도 원작에는 없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또 감독의 전작 ‘혜화, 동’에서도 귀걸이 걸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귀걸이를 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우선 징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혜화, 동’도 그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귀에다가 무언가를 채워주는 행위의 친밀도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혜화가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있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데 얼굴 옆에 있는 귀에 귀걸이를 꽂아주는 행위가 더 친밀하고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귀걸이를 택했다.”

-사적인 질문이지만, 아내에게 프러포즈할 때 귀걸이를 걸어줬나. 

“하하. 아니다. 목걸이를 줬던 것 같다.” 

-김다미와 전소니, 두 배우를 만나 미소와 하은이 더 단단하게 완성됐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촬영 들어가기 전에 리딩을 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100%를 보지 못한다. 특히 김다미는 리딩 할 때 힘을 빼고 작은 목소리로 툭툭 읽어나갔다. 많이 아껴두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어떻게 할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도 같이 아껴두자는 마음이 있었다. 현장에서 두 배우가 미소와 다은의 모습을 펼쳐줬을 때 ‘아, 이거구나’ 하는 기쁨이 있었다.

연기적인 것은 어느 정도 다 검증된 배우들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미소, 하은이 돼 있느냐인데, 서로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10대 시절을 지나 20대를 연기할 때 눈빛이 굉장히 성숙해지더라. 미소와 하은을 몸으로 체화시키는 상태가 된 것을 보고 되게 고마웠다. 촬영 중반부터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보다 두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왔을까 궁금해하면서 현장에 왔다. 누가 봐도 미소였고 누가 봐도 하은이었다.”  

-그 인물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캐스팅할 때 배우의 어떤 모습에서 그런 지점을 찾아내나. 

“눈빛이 제일 큰 것 같다. 얼굴이나 눈빛은 그 사람을 반영하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오디션을 하거나 미팅을 하면 그냥 사적인 질문,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고, 눈빛의 느낌은 어떤가, 얼마나 유연성을 갖고 있나 본다. 처음이고 어색하고 긴장한 상태일 텐데 그런 와중에도 내가 어떤 액션을 했을 때 어떤 리액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인지 보면서 실제 성향이 캐릭터와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보는 편이다. 굳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수도 적고 조용한 사람이더라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폭발력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 영화는 연극처럼 배우가 혼자 전체를 온전히 끌고 나가야 하는게 아니잖나. 여러 테이크를 가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뽑아내고 편집이라고 하는 가공을 거쳐서 나오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보다는 얼마나 그 캐릭터에 가까운가, 그 캐릭터와 재밌게 작용할 수 있는 성격인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 ‘소울메이트’. / NEW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 ‘소울메이트’. / NEW

-과거와 현재,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가 극을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감독은 어떤 고민을 했나. 

“편집 기사님과 똑같은 지점을 고민했다. 어디까지가 실재하는 일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의 이야기인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머릿속에서 선후관계가 무엇인지 잘 정돈된 방식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을 따라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영화는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감정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소와 하은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고 어떨 때는 함께 나아가다 어떨 때는 릴레이를 주고받는 것처럼, 감정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중심으로 끌고 나가다 보니 그런 내러티브로 완성이 됐다.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는 점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용근 감독이 연출 철학을 밝혔다. / NEW
민용근 감독이 연출 철학을 밝혔다. / NEW

-김다미가 매 장면 여러 시도를 통해 다양한 버전을 촬영했다고 하더라. 감독이 평소 선호하는 연출 스타일인가. 

“나도 처음이다. 단편을 하면서 많이 바뀌긴 했지만, ‘혜화, 동’ 할 때만 해도 배우들을 가둬두는 편이었다. 물론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본다. 보고나서 내가 떠올린 이미지와 다르면 내가 원하는 말투, 언제쯤 눈을 깜빡였으면 좋겠는지, 호흡은 언제 내뱉었으면 좋겠는지 디테일하게 가둬두면서 촬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다미, 전소니가 나보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잘 이해하고 체화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었고 그것을 많이 반영하고 싶었다.

두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조금 달랐는데, 우선 김다미는 미소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유로웠다. 캐릭터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반응들을 순발력 있게 표현하더라. 그래서 매 테이크가 많이 다르기도 했다. 편집할 때 이 컷을 붙이면 또 다른 맥락이 되더라. 편집과정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재밌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마치 관람하듯이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 하면서 미소의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전소니는 눈빛이 매력적이었다. 표현하지 않지만 꾹 눌러담고 있는 정적인 느낌의 연기를 했고, 실제 하은 캐릭터가 그렇다.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눌러 담고 있다가 후반 스스로 확 터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잘 눌러주는 게 중요했는데, 전소니가 잘 쌓아가는 방식으로 연기를 해줬다. (전소니는) 섬세하고 본능적인 감이 되게 좋다. 글도 굉장히 잘 쓴다. 소니가 시나리오를 쓰고 다미가 연출을 하면 좋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감독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나 무엇이 있다면. 

“지침이 되는 사람은 있다. 고전영화 감독, 로베르 브레송 프랑스 감독이다. 그분의 영화도 좋아하고 그분이 쓴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이라는 얇은 책이 있다. 설명적이지 않은 책이다. 앞뒤 맥락 없는 선문답처럼 문장 하나만 뚝뚝 있다. 그 책에 ‘감정이 사건을 이끌어가게 하라,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 말이 내가 항상 시나리오를 쓸 때 기준을 잡아주는 지침이 된다. 물론 어떤 소재인지, 어떤 사건을 다루는지는 대중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영화를 포함한 예술매체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울메이트’를 연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도 원작을 보고 든 내 감정이 제일 중요했다. 내겐 중요한 말이다.”  

-앞서 창작하는 재미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났다고 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작품을 해나감에 있어서 어떤 지침이 될까.  

“우선 ‘소울메이트’를 하면서 좋은 동료를 얻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가 나에게 소중한 분기점이 됐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겐 너무 좋은 소울메이트들이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 주시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내 감각을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창작의 재미를 잃었던 것은 내 시선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단할 누군가의 눈으로 창작하다 보니 재미를 잃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안목이랄지, 취향이랄지, 나의 스타일이랄지. 이것들이 가진 힘이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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