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입차업계에서는 4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는 오랜 기간 4개 독일차 브랜드가 상위권을 점령하며 ‘빅4’를 형성해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4위권을 공고히 지킨 것이다. 5위권과의 차이도 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이면서 ‘빅4’ 구도가 깨지기도 했지만 2020년엔 다시 ‘빅4’ 체제가 부활한 바 있다.

이러한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정상영업을 했음에도 ‘빅4’ 구도가 깨졌다. 2010년대 후반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볼보가 폭스바겐을 제치고 4위를 꿰찬 것이다. 2022년엔 다시 폭스바겐이 볼보를 추월하며 독일차 브랜드가 4위권을 형성했지만, 폭스바겐과 5위 볼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빅4’로 구분 짓기 어려워진 것이다.

◇ 폭스바겐·볼보 주춤… 포르쉐·렉서스 약진

올해는 초반부터 다양한 변수가 얽히고설켜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은 안전삼각대 결함 문제에 부딪혀 주춤한 모습이다. 긴급·비상상황 발생 시 필요한 안전삼각대의 반사 성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폭스바겐은 지난 1월 전 차종의 출고를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의 1월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8% 줄어든 196대에 그쳤다. 여파는 2월에도 이어졌고, 2월 판매실적 역시 517대로 예년만 못했다.

그 사이 볼보는 돋보이는 1월 판매실적(1,007대)을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월엔 판매실적이 827대에 머무르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볼보는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그동안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해왔지만, ‘신차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중요한 변수다.

지난 2년간 엎치락뒤치락 4위 경쟁을 벌여온 폭스바겐과 볼보가 주춤한 사이 다른 브랜드들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에서 부쩍 존재감을 키운 포르쉐는 1월 726대에 이어 2월 1,12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누적 판매실적에서 볼보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뿐만 아니다. 일본차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렉서스는 2월에만 1,34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누적 판매실적 4위를 꿰찼다. 렉서스는 이달 들어 중요한 호재 또한 마주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훈풍이 불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정세가 이어질 경우, 렉서스는 ‘일본차 불매’ 리스크에서 한결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어느 때보다 혼전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차업계 4위 경쟁에서 누가 웃게 될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신규등록 집계
2023. 3. 10. 현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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