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소니가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으로 관객 앞에 선다. / NEW
배우 전소니가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으로 관객 앞에 선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스크린 밖에서 만난 배우 전소니는 ‘소울메이트’ 속 하은처럼 사랑스러운 미소 속 단단함이 숨겨져 있었다. 매 질문 겸손하면서도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는 그의 모습에서는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할지 ‘확신’과 ‘기대’를 갖게 했다. 

‘소울메이트’에서도 한층 깊어진 전소니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15일) 개봉한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한 ‘소울메이트’에서 전소니는 고요한 정물화 같은 단아한 매력을 지닌 하은으로 분해, 단정한 모습 뒤 누구보다 단단한 속내를 지닌 인물을 섬세하게 빚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하은은 원작에서 모티프가 된 캐릭터 칠월보다 더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 자신만의 해석과 색깔을 더해 캐릭터를 완성한 전소니 덕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가장 계산 없이, 준비 없이 연기했던 작품”이라며 “그래서 더 ‘나’일 수 있었다”고 ‘소울메이트’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실제로 만난 전소니는 스크린 속 하은과 똑닮아 있었다. / NEW
실제로 만난 전소니는 스크린 속 하은과 똑닮아 있었다. / NEW

-‘소울메이트’와 함께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원작을 극장에서 봤다. 정말 좋아했다. 울림이 크게 남았던 영화라 한국배우 버전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후 리메이크 소식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고, 어떻게든 두드려 보고 싶어서 오디션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소울메이트’ 시나리오를 받게 됐을 때 정말 너무 기뻤다. 그래서 더 천천히 열어보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세세하게 읽어보지 않고 대뜸 하겠다고 할까 봐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나리오를 봤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열어 본 ‘소울메이트’ 시나리오는 어땠나. 원작과 다른 매력을 느낀 지점이 있다면. 

“제일 큰 것은 내가 하은을 더 좋아할 수 있게 해줬다는 거다. 조금 더 주체적인 모습을 갖게 되면서 요즘 관객들이 더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 하은의 선택과 대사들이 잘 이해가 됐다. 성장 과정에 있어서 마음의 움직임들을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하은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민용근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배우는 어떤 의견을 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영화 안에서 미소와 하은이 닮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려고 했다. 항상 함께하고 친구고 성별도 같고 그렇다 보니, 너무 모든 것을 극 반대로 두려고 하는 생각을 경계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다를 수 있지만 또 닮은 지점이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통하고 가까운 것일 테니. 하은의 성격이 아무리 고요하고 단정하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만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주 있진 않지만 하은이가 인생에 몇 번 용기를 내는 순간에 최대한 단단하려고 했다. 또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고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이런 마음이라는 것을 다 드러내는 게 아니라 짐작하고 눈치챌 수 있게. 특히 하은은 더 그런 인물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큰 감정을 품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고 했다. 내 안에 이만큼이 있어도 하은이 가진 성격대로 뱉게 되니 다 나오진 않더라. 하면서 점점 익숙해졌던 것 같다.”

하은과 미소로 분해 호흡을 맞춘 전소니(왼쪽)와 김다미. / NEW​
하은과 미소로 분해 호흡을 맞춘 전소니(왼쪽)와 김다미. / NEW​

-인물의 감정을 대사가 아닌 표정이나 눈빛 등 뉘앙스만으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했나. 

“감독님의 선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관객이 마음을 이입해서 원하는 만큼 읽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부분들이 좋은 느낌으로 읽혔다. 그래서 내가 그 안에 담긴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한다면, 편집을 통해 이 영화가 완성됐을 때 비록 적극적이고 설명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관객들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속내인지 짐작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정답이라는 게 없지만 연기를 할 때 마음과 몸이 연결돼 있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어떨 때는 마음이 먼저 움직여서 몸이 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음이 없지만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그렇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표현을 많이 안하는 연기를 하려고 할 때는 특히 더 마음을 먼저 움직이려고 한다. 내가 너무너무 마음이 흘러넘쳐서 남들이 눈치챌 만큼의 크기로 갖고 있으면, 내 눈이 내 얼굴 근육이 그 마음으로 움직여지겠지 하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은은 화목한 가정 안에서 큰 결핍 없이 자란 인물이었고 미소 외에도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하은은 미소와 같이 깊은 감정을 나누고 관계를 지켜온다. 하은이 변함없이 그 감정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이입했나. 

“하은은 아마도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순응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을 거다. 그런데 처음 만난 미소가 하은에게 이름에 담긴 뜻을 묻고 그 뜻이 별로니 이 뜻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며 하은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구나 했을 거다. 미소는 하은에게 처음 겪어 본 감정을 준 사람이었을 거다. 그런 친구와 함께 사춘기를 지내면서 처음 알게 되는 것들, 나의 취향에 대해 알게 되고 우리끼리 알고 있는 비밀도 생기고 하면서 점점 더 미소가 특별했을 거다. 어쩌면 재미없고 착하기만 한 삶이 미소와 함께 하면서부터 특별해졌다고 느꼈을 것 같다. 첫 반남부터 하은에게 미소는 특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은 그 자체로 분한 전소니 스틸. / NEW
하은 그 자체로 분한 전소니 스틸. / NEW

-클로즈업 장면이 많았다.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운 본인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정말 크긴 크더라. 현장에서 찍고 있을 때는 어느 정도인지 의식을 못했다. 클로즈업이라 앵글 안에 이만큼 보이니까 얼마나 움직여야 적당할까 하는 생각을 주로 했다. 스크린에서 그렇게 크게 보일 것을 알았다면 되게 의식했을 거다. 몰라서 다행이다. 나도 극장에서 보고 놀라긴 했다. 하하. 위압감이 들더라.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크게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이래서 영화를 좋아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게, 그렇게 크게 담긴 미소와 진우의 얼굴을 볼 때 내가 실제로 마주 보고 있었음에도 그것보다 더 큰 게 보이더라. 이렇게 자세히 우리가 짓는 표정이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되게 감사하기도 했다.”

-그림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였다. 특히 극사실주의에 대한 매력, 힘도 느꼈을 것 같은데.

“진짜 많이 느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극사실주의 그림에 대해 감명 깊어서 가져온 것도 있었고 사전조사도 많이 했기 때문에 나와 다미에게도 많이 공유를 해줬다. 극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잖나. 사람이든 사물이든 고정된 상대에게 내 관심을 온전히 집중해서 오랜 시간 들여다본다는 게 사랑이 아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그림과 극사실주의를 가져온 게 납득이 됐고, 감정적으로는 되게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사랑의 표현이라고 실감을 했었다.” 

-민용근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캐릭터와 비슷했다고 했다. 캐릭터에 맞춰 그런 방식을 택한 건지 아니면 배우의 평소 연기 방식인지 궁금한데.  

“어느 정도 평소 스타일도 있을 거다. 그런데 매 작품마다 달라지더라. 그렇다고 의도하거나 생각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다. 역할로서 현장에 있을 때 조금씩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다. ‘청춘월담’에서는 아무래도 남장을 하고 나오다 보니 천방지축이 되더라. ‘소울메이트’에서는 항상 하은으로 불리고 하은으로 있다 보니 가다듬는다거나 얌전히 깔끔하게 있는 게 익숙해졌다. 미소와 달랐던 점은 미소는 매 테이크 다른 걸 시도해서 예상하지 못한 걸 꺼낸 게 많았고, 나는 앞에 시도했던 것 중에 좋았던 것이나 생각한 지점을 잡고 거기에서 발전시켜나갔다.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전소니가 민용근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 NEW​
전소니가 민용근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 NEW​

-민용근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유니콘 같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분이다. 강단 있어야 할 때 있고 유연해야 할 때 유연하다 보니, 배우들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감독님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내가 한 파트일 뿐이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진짜 우리 모두가 중요한 톱니바퀴라는 걸 실감하게 만들어준 분이다. 감독님과 매 신을 두고 이야기하는 날들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기 한 일주일 전부터 모든 신을 다 찍고 나면 우리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신이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할 것 같은 거다. 강요가 없었고 누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거기서 찾아내고 가져가야 할 게 무엇인지 성심성의껏 들여다보는 분이라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

-하은이 정밀화에 빗대 표현되기도 하는데, 배우 전소니는 어떤 그림에 가깝나. 

“예전에는 완전히 정물화 타입이었던 것 같다. 대본도 오래 들여다보고, 머릿속에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려서 현장에 가려고 한 타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선 밑에까지만 그리려고 한다. 현장을 몇 번 겪어보고 작품들이 쌓이다 보니까 내가 현장에 가서 상대 배우 앞에 섰을 때, 그리고 이 로테이션 안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너무 많은 계획을 갖고 가면 그것들이 주는 좋은 것들을 써먹을 여유가 없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 빈칸을 갖고 준비한다.” 

-이번 작품에서 그 여백을 채워 준 좋은 기운은 어떤 게 있었을까. 

“‘소울메이트’는 가장 계산 없이, 준비 없이 연기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나를 이성적으로 하은이로 만들어줬고, 다미가 내 앞에 있을 때는 본능적으로 하은이에 가깝게 해줬다. 그래서 이 사람들 안에서 내가 하은이로 있는 게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신을 찍기 전날 밤에 머리에 그리는 게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그림을 그다지 자세히 그리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얼마큼 할 수 있을까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고, 현장에 가서 연기해냈을 때 즐거움도 커지다 보니 용기와 여유가 많이 생겼던 것 같다.”

-‘청춘월담’을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활약 중이다. 점점 커지는 역할, 주어지는 몫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그런 부담감은 없다. 앞으로는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주연이라고 할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마냥 행복했던 게 단편영화를 하면서 시작한 연기다 보니까 내가 어떤 역할로서 살아있을 수 있는 신이 많다는 게 그냥 좋다. 그 역할로 말할 수 있는 말들이 많고 움직일 수 있는 신들이 많다는 게, 그 기간이 길어진다는 게 좋기만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부담이 뭔지 실감을 잘 못한다. 앞으로 그런 마음이 든다면 ‘부담스러운 게 중요하냐 아니면 내가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한, 많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냐’고 나 스스로에게 말할 거다. 그래서 부담보다 하나하나의 신들을 더 잘해내는 것에 집중할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전소니. / NEW​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전소니. / NEW​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서 꼭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나 철학이 있나.  

“정리된 문장이나 생각으로 해본 적은 없었는데, 감독님이 나의 연기에 대해 해주신 이야기를 보고 ‘어떻게 알았지?’ 하고 너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최대한 고민하고 고민해서 깊이 이해하고 나면 그게 진짜라고 믿어지는 순간에 대한 거였다. 최면이나 상상력 같은 게 아니라, 계속 계속 고민하고 이해하고 왜 그랬는지 알게 됐을 때 진짜 그 마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내겐 큰 힘이 있다.”

-‘소울메이트’를 통해 채워진 게 있다면. 

“연기적으로는 ‘소울메이트’를 하면서 항상 도전하는 기분이었다. 이 자유로움이 성의 없음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하던 방식을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여유로워지고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발견한 것 같다. 계획이나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했던 때보다 더 ‘나’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적으로는 사랑이 채워진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마음이 되게 오래 남을 것 같다.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문득문득 생각이 많이 났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나는 ‘소울메이트’가 아닌 다른 작품이어도 가장 오래 많이 남는 게 그런 거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똑같은 목표를 향해 가면서 주고받은 마음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오래도록 생각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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