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 투아렉 R라인.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 투아렉 R라인.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은 독일 현지에서 ‘국민차’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우디의 하위호환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폭스바겐 브랜드 내에서 ‘투아렉’만큼은 이러한 수식어와 거리가 멀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포르쉐 엔지니어 출신 고(故)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온로드에서는 가장 안락하면서 오프로드에선 가장 강력한 럭셔리 SUV’를 목표로 개발해 2002년 출시한 프리미엄 대형 SUV 모델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투아렉의 성공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을 연이어 개발했다. 투아렉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명차들이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 만큼 투아렉은 몸값도 남다르다. 3세대 투아렉의 국내 시장 판매 가격은 약 8,830만원부터 1억285만원이다. 이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 아우디 Q7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아우디 Q7 대신 폭스바겐 투아렉을 선택한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후면 디자인은 단정한 느낌이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후면 디자인은 단정한 느낌이다. / 제갈민 기자

2020년 3세대 투아렉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첫해 판매대수는 887대로, 당시 아우디 Q7 판매량 1,090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기며 판매대수가 많지 않았지만 2020년 판매실적으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폭스바겐 투아렉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투아렉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외관… 거대한 센터 디스플레이 압권

폭스바겐의 플래그십(기함급) 모델 투아렉은 지난 2002년 1세대 모델로 처음 출시된 후 20년 넘게 세대를 거듭하며 상품성을 개선해 왔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2023년형 투아렉은 앞서 지난 2018년 출시된 3세대 모델의 연식변경모델로 구동장치, 사양, 디자인 등 여러 부분을 개선한 모델이다.

개별 시승을 진행한 모델은 투아렉 R라인으로 최상위 트림이다. 투아렉 R라인은 1억원을 웃돌지만 동일한 플랫폼과 엔진을 사용하는 형제 모델들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유의 R배지와 옵션들을 탑재해 ‘가성비 플래그십 SUV’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측면 디자인은 길고 낮은 느낌이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측면 디자인은 길고 낮은 느낌이다. / 제갈민 기자

외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그럼에도 우아한 감성과 플래그십 모델만의 중후한 느낌을 함께 녹여냈다.

고급차,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하면 크롬 소재를 덕지덕지 사용하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폭스바겐은 투아렉 외관에서 크롬 소재 사용을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크롬 소재는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하단부 마감, 측면 창문 테두리, 후면부 머플러 팁(배기구)에만 사용했다.

특히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 라인을 이어지도록 디자인해 차체가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강조했고 일체감을 더했다.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주야간 주행을 돕는 요소로 작용하며, 투아렉의 인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요소다.

측면은 A필러 상단부터 B필러와 C필러 쪽으로 갈수록 루프 라인이 살짝 낮아지도록 디자인해 스포티한 감성을 한 스푼 더했다. 휠하우스와 차체 색상을 동일하게 도색한 점은 깔끔한 느낌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뒷모습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기교를 부리지 않은 점이 플래그십 모델만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실내 1열 주요 부분. 콘솔박스 공간이 협소한 점이 단점이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전동 조절이 가능하며,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실내 1열 주요 부분. 콘솔박스 공간이 협소한 점이 단점이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전동 조절이 가능하며,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 제갈민 기자

실내 인테리어는 완전히 디지털화를 거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5인치 디스커버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거대한 크기가 압권이다. 큰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이를 운전석 측으로 약간 꺾어 주행 간 시인성과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계기판도 12.3인치 디지털 콕핏을 탑재하고 센터 디스플레이와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독특한 점은 센터페시아 부분에 물리버튼이 모두 사라진 점이다. 공조기도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터치로 조작하도록 물리버튼을 없애며 깔끔함을 강조한 모습이다. 이는 일장일단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폭스바겐 역시 운전자와 동승자의 공조기 조작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센터 디스플레이 가장 아랫부분에 가로로 시트 통풍·열선 기능 및 공조기 조작 버튼을 배치했다. 시트와 공조기 조작 버튼은 다른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아 어떤 화면에서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센터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크게 설계돼 시인성이 높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센터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크게 설계돼 시인성이 높다. / 제갈민 기자

1열 중앙의 송풍구는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했으며, 그 아래로는 슬라이딩 커버로 여닫을 수 있는 수납함 겸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를 설치했다. 기어노브는 아우디와 비슷한 형태의 전자식으로 설치했고, 기어노브 뒤로 비상등 버튼과 주행모드 및 에어서스펜션 차고 조절 다이얼을 구성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단점도 존재한다.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연결)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며, 콘솔박스는 수납공간이 협소하다.

2열 공간은 준대형 SUV답게 널찍하며, 2열 루프 끝단까지 넓은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를 탑재해 개방감도 상당히 좋다. 2열 탑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1·2열 독립 공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2열 시트는 4:2:4 분할 폴딩이 가능하게 설계해 가운데 시트만 접으면 길쭉한 물건을 싣고도 4인 탑승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2열 시트는 3등분 해 접을 수 있어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2열 시트는 3등분 해 접을 수 있어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정숙함은 기본… 디젤 특유의 펀치력, 안정적인 고속 주행

투아렉 R-라인은 디젤엔진을 품고 있음에도 정차 중일 때나 고속 주행을 하더라도 떨림이나 소음이 크지 않다. ‘정숙성’이 플래그십 모델의 기본 자질로 꼽히지만 ‘디젤엔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점이다.

주행에 나서면 폭스바겐의 기술력에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디젤엔진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경운기처럼 시끄럽고 떨림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투아렉을 타는 소비자에게 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엔진 회전 질감이 부드럽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적재함 공간은 널찍하다. 또한 트렁크 내부 우측에 에어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설치해 짐을 싣고 내릴 때 편의성을 높였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적재함 공간은 널찍하다. 또한 트렁크 내부 우측에 에어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설치해 짐을 싣고 내릴 때 편의성을 높였다. / 제갈민 기자

도로가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하더라도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떨림과 충격은 크지 않다. 이는 투아렉에 탑재된 에어서스펜션 덕으로 생각된다. 

주행을 하는 중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기어를 다운시프트하면서 가속력을 높이며 치고 나간다. 디젤엔진만의 강력한 펀치력은 매력적인 요소다. 고속 주행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투아렉의 공차 중량은 2.3톤에 육박하며, 성인 1명이 탑승하면 2.3톤을 넘어서지만 곧게 뻗는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고 있으면 일상 주행 영역을 초과하는 속도까지도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상당히 안정적이며 속도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계기판. 121㎞를 주행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10㎞/ℓ로 기록됐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계기판. 121㎞를 주행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10㎞/ℓ로 기록됐다. / 제갈민 기자

연비 주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연료효율은 10㎞/ℓ에 달했다. 큰 덩치로 인한 공기저항과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준대형 SUV 중 10㎞/ℓ의 연비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이 역시 ‘디젤엔진’의 장점이다.

투아렉의 엔진은 최대 286마력과 61.2㎏·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아우디 Q7 50 TDI 콰트로 모델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가격은 소폭 저렴한 만큼 합리적인 준대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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