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압박에 따른 대출 금리 인하 및 월세 급등 부담으로 전세 수요 증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 뉴시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거래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8개월만에 6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은 1만1,62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거래량 중 6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작년 3월 58.6%를 차지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같은 해 8월(60.4%)을 제외하고는 60% 미만의 수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은 48%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전세 거래 비중은 55.3%를 기록하면서 증가 추세로 전환됐고 2월 56.2%에 이어 지난달에는 62.5%까지 늘어났다. 

서울 주요 관심지역을 살펴보면 지난달 강남구의 구내 전‧월세거래는 총 1,736건으로 이중 전세 거래 비중은 51.2%(888건)다. 이는 강남3구(서초‧송파‧강남구) 중 가장 낮은 수치로 같은 달 서초구와 송파구의 전세 거래 비중은 각각 66.8%, 65.2%로 모두 60% 대를 넘어섰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는 마포구의 전세 거래 비중이 59.6%로 6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에 반해 용산구와 성동구의 전세 거래 비중은 각각 64%, 61.4%를 기록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지역은 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타지역 대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봉구와 강동구는 전세 거래 비중이 각각 72.2%, 71.5%로 70%대를 돌파했다. 단 노원구의 전세 거래 비중은 64%로 집계됐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올해 들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정부와 정치권에선 은행권을 상대로 ‘과도하게 이자수익을 챙긴다’, ‘은행은 공공재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등 압박에 나섰다.

실제 지난 1월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은 은행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와 이에 따른 수익을 공시‧보고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시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예대금리차를 정기적으로 비교 공시토록 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내 은행 산업은 과점 폐해가 크다”며 “은행은 수익 호황기에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은행이 약탈적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주된 배경에는 은행권의 독과점 시장 환경에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자 작년 12월말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p 인하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주담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1.05%p, 1.30%p 내렸고 2월말에는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55%p 추가 인하했다.

이에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도 속속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한 시중은행 소속 부동산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급증하자 월세 전환 수요가 늘었고 월세 또한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으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높아진 월세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과 한은의 2회 연속 금리동결 등으로 인해 전세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전세 전환시 수요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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