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모든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화 필요… 관리비 규제 및 신고내역도 확대 해야”

임대차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가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 뉴시스
임대차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가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 중 마지막 카드였던 ‘전월세 신고제’가 2년 간 계도기간을 끝내고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이 국회에서 심의‧의결 후 공포되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장에 적용됐다.

다만 ‘전월세 신고제’의 경우 현장에서의 혼선 발생 등을 이유로 2021년 6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고 이 과정에서 2022년 5월 31일까지 1년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22년 5월 말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와 전국 각 지자체의 행정 여건 등을 이유로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기간을 2023년 5월 31일까지 추가 1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하는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원 초과,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계약 당사자인 임차인‧임대인이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임대기간‧임대료 등의 계약 내용을 해당 주택 소재지 관할기관에 의무 신고토록 한 제도다. 

만약 임대차계약 후 계약내용을 의무 신고하지 않았다면 보증금 및 월세 금액 등에 따라 최소 4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허위 내용을 신고했을 때에는 보증금 등의 금액과 상관 없이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

‘전월세 신고제’를 두고 시장 내 구성원들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계약 당사자들의 인적정보 △임대료(보증금·월세) △임대기간 △임대목적물 정보 등 임대차계약 정보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그간 대략적으로 파악됐던 전월세 거래 현황을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임차인 보호 대책도 쉽게 수립할 수 있고 그동안 일부 드러나지 않던 임대인들의 소득 규모도 제대로 확인해 투명한 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차인들은 계약과 관련된 정보를 국가가 관리함에 따라 최근 논란 중인 ‘전세사기’ 등의 문제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에 반해 임대인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계약내용 의무신고 과정이 추가됨에 따라 임대차계약 절차가 더 복잡해져 고령층 임대인들의 불만이 크다. 여기에 일부 임대인들은 정부가 월세 등 계약정보를 소득세‧건강보험료 등을 추가 부과하는 자료로 활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전세가격 하락,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 등은 일부 임대인들이 ‘전월세 신고제’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전월세 신고제 시행 후 임대인들의 꼼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뉴시스
시민단체들은 전월세 신고제 시행 후 임대인들의 꼼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뉴시스

◇ 최은영 소장 “‘전월세 신고제’ 2년 유예 ‘전세사기’ 키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먼저 ‘전월세 신고제’가 2년 간 유예 과정을 거친 것이 현재 ‘전세사기’ 문제를 키운 주 원인이라 생각된다”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각각 1년씩 총 2년 동안 제도를 유예함에 따라 ‘매매가격 2억원/전세가격 3억원인 빌라‘ 등 황당한 시세 정보가 국토부 실거래가에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년 유예기간으로 인해 전월세 거래 정보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예로 인천 한 지역은 200세대 아파트 수십 건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은 것으로 시세가 등록돼 있다. 이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등록한 것이 분명한데 전혀 걸러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제도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과태료가 최대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라며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추월한 이상한 시세 정보를 올렸다는 것은 어떻게든 수익을 챙기겠다는 목적이 담긴 것인데 과연 100만원 과태료로 이를 제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영 소장은 기준을 두지 말고 모든 전월세 거래를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는 ‘전월세 신고제’를 피하기 위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거나 월세를 한 번에 목돈으로 달라(연세)고 하는 등 여러 꼼수 사례가 벌써부터 등장하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 기준대로 보증금 6,000만원·월세 30만원 초과 전월세 거래만 신고 대상으로 삼을 경우 저가 월세 쪽은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어 제도 도입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며 ‘전월세 신고제’의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 조정흔 위원장 “공인중개사의 ‘전월세 신고’ 업무 전담도 고려해야”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겸 감정평가사는 “‘전월세 신고제’부터 우선 시행해 축적된 전월세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했었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꼈다”면서 “그간 정부는 확정일자만 가지고 정보를 취합하다보니 제대로 된 전월세 거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전월세 신고제’ 시행에 따라 임대차계약 절차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일선 현장에서 불만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에 대해 적극 홍보함과 동시에 임대차계약 대부분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되는 만큼 공인중개사가 계약 과정에서 ‘전월세 신고’까지 의무적으로 도맡아 처리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일부 임대인들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거나 △월세가 아닌 연세로 전환 △보증금 없이 주세로 계약하는 등의 꼼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전월세 거래를 신고토록 하는 방안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관리‧운영 인력을 충원해 시장 전반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사진 중앙에서 오른쪽)이 대학가 소규모 주택 관리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사진 중앙에서 오른쪽)이 대학가 소규모 주택 관리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 박효주 간사 “관리비도 신고 내역에 포함시켜야”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지금 문제가 되는 ‘전세사기’의 경우 대부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 만큼 ‘전월세 신고제’는 진작 도입‧시행됐어야 한다”며 “주택매매시에는 거래가에 상관 없이 각종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있는데 ‘전월세 신고제’ 역시 금액 구분 없이 모든 거래를 신고하도록 의무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고제 관련 개선 부분에 대해선 “‘전월세 신고제’ 이전에도 관리비로 인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임대차계약 때 임대인이 일정 금액 이상 관리비를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관리비 내역 등도 함께 신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현재 보증금‧월세액, 임대기간 등의 정보를 의무 신고토록 하고 있는데 신고 내역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 기간 계약금액 내용, 방 개수, 물건의 노후화 상태 등 더 많은 정보를 신고토록 해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결된다. 이는 결국 ‘전세사기’를 줄이는 효과도 불러오게 된다”고 전했다.   

◇ 국토부 “제도 시행 후 시장 상황 면밀히 지켜볼 것”

국토부 관계자는 “보증금 최우선변제 최소 금액이 6,000만원인 점 등을 고려해 신고기준을 결정했다”며 “2년 계도기간 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시행 후에도 시장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제도 시행 과정 중 개선 요구에 대한 의견도 꾸준히 들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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