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아사기리급 호위함 '하마기리함'(DDG155)이 욱일기를 닮은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2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해 있다. / 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아사기리급 호위함 '하마기리함'(DDG155)이 욱일기를 닮은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2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해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단 일본 군함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정부를 겨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낸 반면, 국민의힘은 전 정부 당시에도 전례가 있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30일 민주당은 일본 군함의 부산 입항 소식에 연일 날을 세웠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지 않고 독도영유권 주장도 더 강화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욱일기를 달고 들어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을 무시하고 국민들의 정서상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하마기리함(DD-155)은 전날(29일) 한국이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 차단 훈련 ‘이스턴 엔데버23’에 참가를 위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문제는 일본 군함에 욱일기 형태를 띈 자위함기를 걸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군함이 외국항에 입항할 경우 그 나라의 국기 혹은 군을 대표하는 깃발을 다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에서는 욱일기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란 이유로 정부가 이를 허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주려고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야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적극 옹호에 나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제 인공기를 걸어도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닌가”라며 “욱일기하고도 화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군 철십자기를 세계가 용인하는 것처럼 일본 욱일기도 세계가 용인한다”며 “이 시점에서는 욱일기에 대해서 화해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전 정부 당시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역공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일본 자위대함이 군함기를 게양한 채 국내에 들어왔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가짜 프레임 씌우는 데 골몰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딱하다”고 쏘아붙였다.

배윤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극일'을 외치며 분열의 정치를 부추기던 2017년 10월의 문재인 정권에서도 욱일기가 걸린 자위함 2척이 입항해 나흘간 정박했었다”며 “노무현 정권 당시 남북 정상회담 직후였던 2007년 9월에도 욱일기를 단 일본 카시마함이 인천항에 입항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정권 시절이던 1998년에도 진해 관함식 참여를 위해 일본 하루나, 세토기리, 묘코 등 자위대함 3척이 욱일기를 달고 입항하기도 했음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라며 “잇속만을 챙기려는 민주당의 '진흙탕 정치'야말로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임을 직시하고 더 이상의 날조와 선동을 멈추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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