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 대구은행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 대구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점체계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대구은행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은행권 과점체제 깨질까 

대구은행은 6일 오전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배경과 향후 지향점, 기대효과 등을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3월 초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제시됨에 따라 즉시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 측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은행의 지속가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으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지역에 더 두터운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돼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배경과 향후 지향점 등을 설명했다. /대구은행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배경과 향후 지향점 등을 설명했다. /대구은행

다만 대구은행 측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대구에 본점을 두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으로 전환 후 추진할 금융소비자, 지역사회와의 세 가지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대구은행은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지역 상생’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중소 신용등급 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보다 넓은 범위의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중소기업 상생’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혁신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누리도록 하는 ‘핀테크 상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측은 “시중은행 전환으로 낮아진 조달 금리와 중소기업 금융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강원·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핀테크사와의 제휴 기반 디지털 영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혁신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고 금융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황병우 은행장은 “앞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컨설팅사와 협업해 시중은행으로서의 혁신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전환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구조를 깨기 위해 시장 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하며 “30여년 만에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이 중 인터넷전문은행은 경쟁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되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가 일천하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어 있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 및 장·단점을 인가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또 “은행업무 중 특정분야에 전문화하고자 하는 진입 수요가 있고 안정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제시된다면 탄력적인 인가 심사를 통해 진입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은 1967년 설립된 국내 최초 지방은행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충족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6,806억원이다. 지분의 100%는 DGB금융지주가 보유 중이다.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8.78%)이다. 이 외에 OK저축은행과 우리사주조합이 각각 8%와 3.95%를 보유 중이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논의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할 위협적인 존재로 될 지는 미지수다. 5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점포수 및 인지도, 자산, 영업력 등의 격차가 큰 만큼 영향력 확대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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