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감독이 영화 ‘좋.댓.구’로 관객을 찾는다. / 키다리스튜디오
박상민 감독이 영화 ‘좋.댓.구’로 관객을 찾는다. / 키다리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좋.댓.구’는 한때 이름 좀 날렸던 배우 오태경(오태경 분)이 유튜브 노예로 화려하게 ‘떡상길’을 걷던 중 한순간에 ‘주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8년 공포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과 흥행 모두를 잡은 ‘곤지암’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박상민 감독의 연출작으로, 제21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2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박상민 감독은 10년 전부터 머리속에 있었던 아이디어에 ‘라이브’ 형식을 더해 새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신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유튜브 생태계를 리얼하게 담아낸 스토리와 예측 불가한 전개,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까지, 기발하면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배우 오태경의 실제 상황을 반영한 ‘오태경’ 캐릭터로 리얼리티를 높인 것은 물론, 실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듯한 디테일한 완성도로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제대로 구현, 몰입을 높였다. 박찬욱 감독부터 배우 문소리, 코미디언 신동엽, 스타급 유튜버들까지 역대급 카메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박상민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좋.댓.구’의 시작부터 캐스팅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입봉한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한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극장에서 그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이퍼리얼리즘 영화 ‘좋.댓.구’. / 키다리스튜디오
하이퍼리얼리즘 영화 ‘좋.댓.구’. / 키다리스튜디오

-10년 전부터 구상한 아이디어라고. 영화의 시작이 궁금하다. 

“피켓을 든 한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기가 맞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 이 시기에 유튜브와 접목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배우 오태경에 대한 히스토리를 듣게 되고 오태경이라는 배우로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주제와 상황이 바뀌게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영화계에서 일해 오면서 많은 배우들과 함께 했고 지켜봤는데 그들의 삶이 유튜버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선택받지 못하거나 관심받지 못하면 소외되고 외면당하고, 실력과는 상관없는 것들로 이슈가 되기도 하고 붐이 일기도 하는 이런 지점들. 또 한편으로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슈를 만드는 세상을 풍자해 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오태경의 반응이 궁금하다. 자신의 실제 상황이 반영된 캐릭터라 부담스러웠을 것도 같은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웃음)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갖고 오니까 황당했을 거다. 일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흔쾌히 받아줬다. 이 영화의 재미와 결국은 픽션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준 것 같다. 다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오태경이) 되게 많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다.” 

-어떤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던가.

“지금까지 해온 연기와 다르게 모든 것을 혼자 이끌어가야 하고 다른 배우와 소통하는 게 아니라 혼자 모니터를 보며 떠들고 하는 것들을 힘들어했다. 본인 말로는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한두 시간을 넘게 멍하게 앉아있었다고 하더라. 힘들고 외로웠을 거다. 도와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곁에서 지켜본 오태경은 어떤 배우였나. 

“오태경은 생각이 건강한 배우다. 지치고 힘들 수 있는 상황임에도 늘 배우라는 것을 잊지 않고, 지치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불안해하지 않더라. 오히려 내가 놀랄 정도였다. 영화에서 오태경은 야망이 있다면 실제 오태경은 되게 진득한 사람이었다. 기회가 오면 소화하고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차이가 영화를 만들어갈 때도 재밌었다. 처음에는 그냥 자신으로 있어달라고 하다가 배우 오태경을 알아가면서 캐릭터 오태경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캐릭터 오태경을 연기한 배우 오태경. / 키다리스튜디오
캐릭터 오태경을 연기한 배우 오태경. /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초반 배우 오태경을 소개하는 영상을 담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오태경이라는 배우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배우에 대해 소개를 해주는 유튜버들이 있어서 영상을 봤다. 그러다 김배우라는 분이 잘 소화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함께 하게 됐다. 그분의 톤과 편집방식으로 오태경을 소개하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배우와 이야기도 하고 수정 작업도 많이 하면서 영상을 완성했다. 오태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짧고 강력하게 소개가 되고 아는 분들에게는 다시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잘 나온 것 같아 나도 만족하고 있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의 영화였다. ‘서치’를 통해 이미 익숙한 방식인데, 유튜브를 활용하니 또 새로운 재미를 주더라. 어떤 고민을 했나. 

“스크린라이프 형식은 비슷할 거다. ‘서치’를 통해 이 형식에 익숙해졌을 거다. 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튜브’를 주로 활용해 보자고 했다. 너무 어렵더라. 연출적 기법에도 한계가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초상권, 저작권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구글이나 유튜브가 외국기업이다 보니 스크립트도 보내고 콘티도 보내고 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아이폰이나 인스타그램 등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하고 확인했다. 사실성이 없으면 가짜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최대한 리얼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유튜브만 본 것 같다. 이제는 습관이 돼서 계속 보고 있다.(웃음) 후반 작업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촬영 방식도 기존 현장과는 달랐을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됐나. 

“최소한의 스태프로 실제 유튜브처럼 찍었다. 영화 현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잠깐 나온 배우들은 촬영한다고 하고 휴대폰을 꺼내고 조명도 없이 찍으니까 당황하기도 했다. 더 리얼해서 좋다는 배우도 있었다. (라이브 방송) 장면은 배우(오태경)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모니터도 설치하고 조감독이 실제 타이핑도 쳐보고 여러 방법을 했는데, 오태경이 시선점만 알려주면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 (오태경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섬네일(thumbnail)도 영화에는 몇 장 나오지 않지만 정말 많이 찍었다.”

-라이브 방송 속 댓글도 사실감이 넘치더라. 시나리오보다 더 많은 양을 직접 썼다고.  

“정말 힘들었다. 닉네임 하나 정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실제 유튜브 라이브를 보면 댓글 창에서 싸우기도 하고 뜬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도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캐릭터성을 주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반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옹호하는 자와 비판하는 자 균형을 맞추면 우리가 바라보는 유튜브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댓글을 만들었다.” 

유튜브 생태계를 리얼하게 담아낸 ‘좋.댓.구’. / 키다리스튜디오
유튜브 생태계를 리얼하게 담아낸 ‘좋.댓.구’. / 키다리스튜디오

-처음 가제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였다고. ‘좋.댓.구’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제목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라 개봉 때 바꾸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좋.댓.구’는 투자사의 아이디어였다. 전체 회의 때 신선할 것 같다고 의견이 나왔는데 사실 나는 조금 망설였다. 첫 영화인데, 어감도 그렇고 꼬리표처럼 붙는 게 아닐까 싶더라. 하하.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 영화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포장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막상 홍보가 되고 보니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제목이기도 한 것 같아 좋다.”

-박찬욱 감독부터 스타급 유튜버까지, 카메오 라인업도 화려했다. 섭외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우선 박찬욱 감독님은 해주실까 싶었는데 오태경이 연락하니 흔쾌히 해주셨다. 박 감독님이 본인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자기 자식처럼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 고민 없이 ‘내 새끼인데 해줘야지’ 이런 마음으로 도와주신 것 같았다. 또 제작사에서 영화 ‘세자매’를 만들어서 문소리, 장윤주와도 인연이 있었다. 다른 분들도 프로듀서와 연이 있거나 제작사와의 인연으로 함께해 주셨다. 힘들었던 것은 누구를 만나든 영화를 설명하는 거였다. 단순히 극영화면 설명이 편할 텐데, 눈으로 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은 작품이라 그 부분이 힘들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오는 영화를 찍으면서 내 무덤을 내가 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책임감 때문에 편집도 더 열심히 하고 후반 작업에도 더 매진했다.” 

-블랙코미디기도 하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블랙코미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직도 부끄럽다. 나는 코미디를 하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답은 관객이 찾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목소리를 내거나 주장을 하면 상업영화로서 기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사회현상에 대해 어떤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투명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 이런 이야기도 담고 있구나 생각해 주면 감사할 것 같다.”

박상민 감독이 ‘좋.댓.구’ 필람 이유를 전했다. / 키다리스튜디오
박상민 감독이 ‘좋.댓.구’ 필람 이유를 전했다. / 키다리스튜디오

-극장이 힘든 상황인데다 검증된 시리즈나 규모가 큰 작품만이 흥행을 거두면서 작은 영화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좋.댓.구’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소개하자면. 

“가슴이 아프다. 한국영화들이 많이 잘됐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퀄리티를 높여야하고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 ‘좋.댓.구’는 ‘미션 임파서블7’과 같은 날 개봉한다. 외화와 동등한 입장에서 싸워야 하니 걱정도 되지만 다른 재미를 줄 거라고 믿고 있다. ‘좋.댓.구’는 코미디적인 지점도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몰입도가 있기 때문에 그 재미를 느끼려면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극장이 주는 힘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모든 감독님이 그럴 건데 원대한 꿈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가장 바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 투자하고 제작해 준 분들에게 최소한의 것을 보상하는 게 모든 감독의 꿈일 거다. 또 스크린라이프 형식의 영화가 앞으로는 하나의 장르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좋.댓.구’가 잘 자리매김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나. 차기작 계획은.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다. 원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곤지암’도 내가 각본을 썼기 때문에 무서운 게 어디에서 나오는지 미리 아니까 눈을 감고 최대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공포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 구상하고 있다. ‘좋.댓.구’ 작업하면서 누군가의 슬픔이 베이스가 된다는 지점에서 코미디와 공포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이번에 코미디를 했으니 다른 장르를 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 베이스가 되는 공포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댓.구’는 감독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하고 나면 가끔은 허무할 때도 있고 그렇다. 나는 그 과정이 사실 괴로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중압감도 크고 괴롭고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영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재밌고, 작업을 하는 것도 재밌다. 그 계기를 만들어준 게 바로 ‘좋.댓.구’다. 기존 방식을 파괴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보니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했던 신선한 생각들이 다시 자극이 됐다. 동기부여도 됐다. ‘좋.댓.구’는 내게 영화를 더 할 수 있는 원동력, 다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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