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금융감독원이 틸론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세 번째 정정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금융감독원이 틸론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세 번째 정정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클라우드 가상화 및 메타버스 오피스 전문기업이자 코넥스상장사인 틸론과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공시했습니다.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틸론이 지난 3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문제가 있다며 정정을 요구한 건데요. 

증권신고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증권을 모집 또는 매출할 때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증권 및 회사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충분치 않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22조에 따라 정정 신고를 요구할 수 있죠. 또 금융위원회의 정정 요구 없이 자체적으로 수정 및 보완을 하기도 하고요.

틸론의 증권신고서는 왜 정정신고 요구를 받았을까요.

금감원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이유가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또는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가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인 것은 아닙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더욱 깐깐하게 검토하고 나서면서 최근 부쩍 늘어나기도 했고요. 문제는 틸론의 증권신고서가 금감원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이 이번이 어느덧 세 번째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세 차례나 정정 제출을 요구받는 일은 드문 편이죠.

틸론이 맨 처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건 지난 2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금감원은 2주 뒤인 3월 3일 처음으로 정정 제출을 요구했고요. 이후 틸론은 지난 5월 과거 사업보고서들을 대거 수정해 정정공시했습니다. 사업보고서상 여러 오류가 있었던 것을 바로잡은 겁니다. 

이어 지난달 2일 두 번째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지난달 19일, 틸론은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과 관련한 내용을 대거 정정 또는 뒤늦게 공시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금감원은 틸론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번째 퇴짜를 놓았죠.

이렇게 허술한 공시 실태의 민낯을 드러낸 틸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상장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지난 3일 세 번째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죠. 특히 틸론은 연이은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과정에서 몸값을 거듭 낮췄고, 허술한 지분 보유 공시 문제에 따른 오너경영인의 처벌 가능성 등에 대한 리스크도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정정 제출을 요구받게 된 겁니다.

틸론은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 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의지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코스닥상장사로 발돋움하고자 했던 틸론의 계획은 이제 정말로 어려워졌습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이내에 상장을 마쳐야 합니다. 틸론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건 지난 2월 9일이죠. 따라서 8월 9일까진 상장을 마쳐야 하는데요. 증권신고서를 다시 정정해 제출해 금감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일련의 절차를 마치기에는 이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행여 시간이 허락한다 해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역시 문제인데요. 사업보고서 및 최대주주의 지분 보유 현황과 관련해 치명적이고 대대적인 공시 오류를 드러내고, 세 차례나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받은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틸론의 코스닥 이전 상장 추진은 상처만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틸론이 이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금융감독원, 틸론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717100010
2023. 7. 1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틸론 ‘증권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703000265
2023. 7. 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