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250만∼300만원 인상, 경쟁력 약화 우려 지적 이어져
이상한 옵션 구성 여전… ‘9단 자동변속기’ 쓰려면 AWD 무조건 써야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가 19일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그러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판매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진행한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 허니제이(왼쪽)가 참석해 기념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 / 강남 신사동=제갈민 기자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가 19일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그러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판매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진행한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 허니제이(왼쪽)가 참석해 기념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 / 강남 신사동=제갈민 기자

시사위크|강남=제갈민 기자  GM 한국사업장이 최근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 신차 출시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19일 출시하고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격 인상을 지적하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GM 한국사업장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국내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앞서 2020년 연간 판매대수 2만대 이상을 달성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쉐보레의 효자 모델로 급부상했다. 이번에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도 GM 한국사업장의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출시 행사장에서는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날 출시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 3,099만원 △RS 3,099만원 등 4개 트림(등급)으로 구성됐다. 이전 구형 트레일블레이저와 비교하면 트림별로 △프리미어 210만원 △액티브 352만원 △RS 308만원 인상됐다. 가장 하위 트림인 LT도 구형 모델의 프리미어(2,589만원)보다 비싸다.

풀옵션 모델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더 크다. 신형 모델 최상위 트림 RS 모델에 풀 옵션 선택 시 가격은 3,634만원으로, 구형 3,238만원 대비 396만원 상승했다. 흰색 외장 색상 옵션까지 선택 시 3,646만원으로 격차는 더 커진다.

이러한 가격 인상에 대해 정정윤 GM 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 책임자는 “원자재 및 물류비 인상, 환율 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 소형 SUV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셀토스보다도 더 비싸다는 점이다.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 4WD 풀옵션 가격은 3,510만원이며, 투톤 컬러 옵션까지 선택 시 3,579만원이다.

사실상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경쟁력은 없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앞서 출시된 트랙스 CUV의 경우 최근 개별소비세 할인 정책 종료에 따라 차량 가격을 소폭 인하하며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점에 빗대보면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책정은 아쉬움이 따른다.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에 기본적으로 CVT를 탑재하고, 9단 자동변속기는 AWD 시스템과 묶어 패키지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 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에 기본적으로 CVT를 탑재하고, 9단 자동변속기는 AWD 시스템과 묶어 패키지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 GM 한국사업장

뿐만 아니라 옵션 구성에서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점이 존재한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되는 기본 변속기는 무단변속기(CVT)며, 이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위처블 AWD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패키지에는 △스위처블 AWD 시스템 △9단 자동변속기 △Z-링크 리어 서스펜션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7스피커 △19인치 휠 등이 포함돼 있으며, 가격은 240만원이다.

이러한 옵션 구성은 CVT보다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와 더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9단 자동변속기를 선택 옵션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CVT를 장착해 겉으로 보이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9단 자동변속기를 AWD(사륜구동) 시스템과 묶어 소위 ‘옵션 장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 경우 AWD를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라도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240만원에 달하는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앞서 판매한 구형 트레일블레이저에서도 똑같이 9단 자동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묶어서 옵션으로 제공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기도 했다.

‘7 스피커’라는 옵션 항목도 애매한 점이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옵션표에는 보스 프리미엄 7스피커를 포함하는 ‘프리미엄 패키지’가 있다. 스위처블 AWD 패키지와 프리미엄 패키지를 모두 선택하는 경우 스위처블 AWD 패키지 내에 포함된 ‘7 스피커’ 옵션은 무용지물인 셈이지만 할인은 별도로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해 가격 경쟁력 저조 등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GM 한국사업장에서는 옵션 구성 재설정 또는 옵션 가격 조정 등 전체적인 차량 가격 인하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외관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고, 엔진과 변속기(미션)도 바뀌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신차임을 어필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아날로그 계기판을 8인치 컬러 클러스터로 바꿨으며, 센터 디스플레이도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을 배치해 최신 차량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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