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부분변경 이후 오히려 판매가 감소했다. 출시 시기가 정부의 개소세 인하 종료 직후인 점,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인 점 등 불리한 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저렴한 트랙스 CUV는 월 2,000대 이상 판매를 이어오고 있어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정책이 실패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부분변경 이후 오히려 판매가 감소했다. 출시 시기가 정부의 개소세 인하 종료 직후인 점,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인 점 등 불리한 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저렴한 트랙스 CUV는 월 2,000대 이상 판매를 이어오고 있어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정책이 실패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 GM 한국사업장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후 오히려 판매가 감소했다. 지난 7월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 당시 가격 인상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는데, 실제로 7월과 8월 판매실적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에 따른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가 위축된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7월 19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국내 시장 첫 출시 당시 연간 판매대수 2만대 이상을 달성하며 쉐보레의 효자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에 이번에 출시된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다.

부분변경 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올해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1월 430대 △2월 380대 △3월 620대 △4월 1,042대 △5월 946대 △6월 849대를 기록했다. 이후 7월에는 부분변경 모델이 투입됐으나 694대 판매에 그쳤으며, 8월에도 674대로 부진이 이어졌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이러한 판매 부진은 ‘가격 인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림(등급)별 국내 판매가격이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 3,099만원 △RS 3,099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부분변경 전 모델과 비교 시 △프리미어 210만원 △액티브 352만원 △RS 308만원 인상됐다. 가장 하위 트림인 LT는 구형 모델의 프리미어(2,589만원)보다 비싸다. RS 트림 풀옵션 모델의 경우에는 3,634만원으로 책정돼 구형 3,238만원 대비 396만원 상승했다.

트레일블레이저 가격 인상에 대해 GM 한국사업장 측은 “원자재 및 물류비 인상, 환율 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외관 디자인 및 실내 인테리어 개선, 옵션 추가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가격 인상으로 보인다.

다만 국산 소형 SUV 1인자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 4WD’에 브레이크 패키지까지 포함한 풀옵션 모델이 3,597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시기가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개소세 인하 혜택을 종료하는 시기가 맞물리며 초반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다. /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시기가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개소세 인하 혜택을 종료하는 시기가 맞물리며 초반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다. / GM 한국사업장

이와 함께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시기가 공교롭게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및 ‘휴가철 비수기’ 등이 겹친 점도 초반 흥행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7월부터 차량 개소세 30% 감면 혜택을 종료했다. 지난 2018년 7월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개소세율을 5%에서 3.5%로 인하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소세 인하 조치를 계속 연장해왔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둬 더 이상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올해 6월을 끝으로 종료했다.

개소세 인하가 5년 만에 종료되면서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차량 가격이 인상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이러한 가격 부담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7월과 8월은 휴가철과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의 실적이 부진한 비수기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개소세 인하 혜택이 6월을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하반기 차량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구매 시기를 앞당겨 6월에 출고를 해 7월과 8월 자동차 업계가 부진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실제로 6∼8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브랜드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6월 7만163대, 7월 5만7,503대, 8월 5만5,555대 △기아 6월 5만1,002대, 7월 4만7,424대, 8월 4만2,225대 등으로 6월 대비 7월과 8월 실적이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동기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경쟁 모델의 판매실적도 △기아 셀토스 6월 5,224대, 7월 4,770대, 8월 3,512대 △현대차 코나 6월 3,162대, 7월 2,644대, 8월 2,695대 등으로 6월 이후 줄어들었다.

사실상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부진은 외부적인 요인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가격이 부진의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개소세 혜택이 종료된 이후에도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는 7월과 8월 각각 2,807대, 2,129대가 판매되며 월 2,0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차체 길이와 너비, 앞뒤 바퀴 간 거리가 더 길다. 덕분에 트랙스 CUV는 실내 1·2열 공간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여기에 앞좌석 통풍시트와 스마트폰 무선 프로젝션·무선충전패드, 8인치 계기판·11인치 터치스크린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액티브·RS 트림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파워 리프트 게이트를 포함한 테크놀로지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더라도 가격은 2,836만원, 2,895만원으로 합리적이다.

쉐보레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를 ‘프리미엄 소형 SUV’로 마케팅을 하고 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체는 트랙스 CUV보다 작으면서 더 비싼 모델’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 2열에 송풍구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GM 한국사업장이 국내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부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옵션 구성으로 가격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6~8월 판매 실적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CUV)
2023. 9. 4 GM 한국사업장
현대자동차, 기아 8월 판매 실적
2023. 9. 4 현대자동차,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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