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돌아왔다. / 쇼박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돌아왔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여름 텐트폴 시장에 출격한다. 영화는 ‘클로젯’(2020) 이후 3년 만이다.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는 그는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며 진심을 전했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로,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등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하정우는 있는 건 배짱뿐인 ‘흙수저’ 외교관 이민준으로 분해, 유쾌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특유의 유연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 호평을 얻고 있다. 새로운 얼굴은 아니지만,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제 몫을 해냈다는 평이다. 

하정우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터널’ 김성훈 감독, ‘신과함께’ 주지훈과 다시 호흡을 맞춘 소감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랜만에 여름 시장 텐트폴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비공식작전’으로 여름 극장가 대전에 출격하는 하정우. / 쇼박스
‘비공식작전’으로 여름 극장가 대전에 출격하는 하정우. / 쇼박스

-‘터널’에 이어 김성훈 감독과 재회했다. 감독이 다시 하정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고 어떤 상황에서 삶의 태도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터널’ 같은 경우 주인공이 고립되잖나. 나라면 어떻게든 그 안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할 거다. 그게 나만의 생존방식이다. 그런데 감독도 그런 것 같다. 마냥 우울해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안에서 적응해서 살아보려고 도전하는 것.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가 심하면 나는 운동을 하거나 어떻게든 그 숙취를 빨리 끝내려고 몸부림치는 편이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김성훈 감독님도 그렇다. 아마 그런 부분 때문에 김성훈 감독님이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게 아닌가 싶다.”

-민준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다가왔나.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희비극적인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라 좋았다. 처음 감독님이 이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꽉 채워놓지 않았다. 여유를 뒀다. 배우 하정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둔 상태에서 내게 주신 것 같다. 물론 내가 해석하는 게 제일 재밌고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 캐릭터 안에 들어갔을 때 뭔가 찾아보고 고민해 볼 구석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랬을 때 그 인물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끝까지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되게 좋았다.” 

-다만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하정우와 주지훈. 익숙한 조합이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기시감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김성훈 감독님이 정해놓은 세계와 스토리 안에서 그것을 의식하면서 연기할 순 없었다. 계속 작업을 해온 주연배우로서 작품 수가 쌓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고 늘 따라다니는 고민일 거다. 어쩌면 평생 숙제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너무 부담을 갖거나 갇혀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다 보면 관객도 그것에 포커스를 두고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유독 배우 하정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전과 다르게 접근한 지점이 있을까.

“매번 작품에 임하는 것은 비슷하다. 몇 초를 보여주고 강조하고 어떻게 이어 붙이는지는 감독의 몫이다. 100% 감독의 손을 탄다고 본다. 어쩌면 김성훈 감독님이 나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잘 알아서 돋보이게 해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좋은 감독의 덕목 중 하나가 디렉션이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건데 아마 그런 부분에 있어 김성훈 감독님이 뛰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터널’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공식작전’도 좋았다.”

-하정우에게 김성훈이란. 

“연출작 ‘로비’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스케쥴링만 해놓은 상태다. 내년 9월쯤 찍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똑같은 시기에 감독님이 자신과 또 작업을 하자고 하면 감독님과 찍을 거다.”

외교관 민준으로 분한 하정우. / 쇼박스
외교관 민준으로 분한 하정우. / 쇼박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들개에게 쫓기고 다음날 민준이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 느낌이 제일 좋다. 연기할 때 찰리 채플린을 생각했다. 영화의 꿈을 꾸게 한 찰리 채플린. 영화 ‘키드’(1989)에서 찰리 채플린이 유리창을 깨고 도망가는데 한 아이가 따라온다. 찰리 채플린이 그 아이를 발로 툭 차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간다. 넓은 샷이었고 민준의 상황을 몸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 장면이 생각났다. 찰리 채플린의 걸음걸이를 떠올리며 과하지 않게 흉내 내보려고 했다.”

-민준이 들개에게 쫓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땠나.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제일 ‘핫’한 신이었다. 처음에 제작사에서는 그 신을 빼라고 했다. 감독님과 오랜 시간 빼니 찍니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모로코에서 촬영을 하려고 했었는데, 한국 개가 모로코에 들어가는 통관이나 방역 절차가 너무 까다로웠다. 비용 문제도 있었다. 산맥 근처에서 야간 신을 찍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찍기로 최종 결정이 됐고 평택에서 촬영했다. 잘 조련된 개들을 데리고 와서 촬영을 했는데 몇 날 며칠 밤마다 모여 촬영하다 보니, 개들도 지치고 일촉즉발의 순간도 맞이하고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개들이 도망가기도 하고 그랬다.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졌던 촬영이었다.(웃음)”

-외국인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함께 연기하면서 어땠나. 

“인종이나 나이를 떠나서 좋은 배우는 참 좋은 사람이더라. 카림 역을 맡은 배우(페드 벤솀시)는 놀랍게도 나와 동갑이다. 한참 형인 줄 알았는데… 모로코 국민 배우라고 하더라. 국민배우 많이 만났다. ‘수리남’ 때는 도미니카 국민 배우를 만나기도 했다. 어떻게 이 배우들을 다 캐스팅했을까 싶었다. 놀라웠다. 신기하면서 재밌게, 편하고 경계심 없이 촬영했다.”

하정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쇼박스​
하정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쇼박스​

-여름 텐트폴 영화는 오랜만이다.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해야 한다. 기분이 어떤가.  

“2018년 ‘신과함께- 인과 연’이 마지막이었을 거다. ‘백두산’은 겨울에 나왔고, 마지막 영화가 ‘클로젯’인데 2020년 2월에 개봉했다. 제일 ‘핫’할 때다. 경쟁도 치열하고. 뭔가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불편하기도 하다. ‘밀수’ 류승완 감독님, ‘더 문’ 김용화 감독님, 다 전작을 같이 한 감독님, 팀이고 그래서 조심스럽고 그렇다. 말을 아껴야 하고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 조심성이 생겼나보다.(웃음)

다만 올해 같은 경우는 한 작품이 잘 된다 안 된다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국영화가 코로나19 이전처럼 다시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경쟁 구도가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인 것 같다. 작년 시장을 봤을 때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많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지루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정말 올해는 그랬으면 좋겠다. ‘밀수’가 첫 주에 정말 잘 돼서 뒤에 있는 작품들을 잘 견인해 줬으면 좋겠다.” 

-말한 것처럼 영화계 전반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더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도리어 우리 안에서 위축된 게 아닌가 싶다.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탑건: 매버릭’이 흥행했고, ‘공조2: 인터내셔날’도 유의미한 숫자를 기록했다. ‘미니언즈’ 1편과 2편이 관객 수가 별반 차이가 없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4’도 시리즈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들었다. 사실 관객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투자하는 회사나 제작사들이 위축되고 걱정이 많지 않나 싶다. 물론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멈췄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부터 시작돼야 할 것 같다. 볼 작품이 없잖나. 영화를 처음 결정해서 만드는 사람들이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걱정을 내려놓고 어느 정도는 안고 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비공식작전’은 어떤 힘을 지닌 영화인가.

“재미다. 다른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상업영화가 아니었을 거다. 김성훈 감독님의 사비가 들어갔으면 다른 영화가 나왔을 거다.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요소들을 잘 배치해서 탄생한 영화다. 이 영화가 가야할 길은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 감독을 주는 거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10년 전 인터뷰에서 ‘피가 끓어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피가 끓나.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영화 작업인 것 같다. 누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처럼 시나리오를 작업하는데 눈이 멀어서 구조를 잘 못 읽거나, 주연배우로 참여했을 때 나름 객관적인 눈으로 분석하더라도 연출자로 또 보면 흐릿해진다. 너무너무 어렵고 놀랍다. 그것이 계속 피를 끓게 만든다. 갖고 싶은 마음이겠지. 영화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 이뤄내고 싶은 마음. 영화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꺼지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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