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염정아가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로 관객 앞에 선다.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으로 분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낸 그는 “정말 큰 행복을 준 작품”이라며 ‘밀수’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2021)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배우 김혜수‧염정아를 전면에 내세운 여름 극장가 유일한 여성 투톱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염정아는 물 공포증을 이겨낼 만큼 ‘밀수’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고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또 김혜수와 함께 하고 싶고, 욕심나는 역할이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염정아는 극 중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을 연기했다. 진숙은 어린 시절부터 선장인 아버지를 따라 동네 해녀들을 다부지게 지켜온 해녀였지만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하게 되는 인물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 힘을 뺀 연기로 균형을 맞춰야 했던 염정아는 “혼자 괴로웠다”며 연기적으로 고민한 지점을 전했다.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진숙을 어떻게 연기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도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거든요. 어느 정도 수위로 변화를 주면서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 염정아가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류승완 감독 덕이다.  

“모르고 헤맬 때마다 (류승완) 감독님에게 많은 의지를 했어요. 그때마다 정확한 답을 줬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진숙을 만들어갔죠. 류승완 감독은 이야기꾼이고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디렉션을 정확하게 주기 때문에 연기하기 너무 편하더라고요. 영화를 잘 만드는 분이니 무조건 믿고 갔죠.” 

춘자(김혜수 분)와의 관계성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진숙은 춘자나 장도리뿐 아니라 해녀와 그들의 가족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아빠는 선장이고 엄마는 없는 상황에서 집안일도 혼자 하며 살아온 책임감 강한 인물이죠. 특히 진숙에게 춘자는 친구이자 자매처럼 생각한 하나뿐인 존재였어요. 그런 춘자에 대한 지숙의 마음, 감정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그 변화를 적절한 수위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수중 촬영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수영을 할 생각도 안 하고 살았는데, 해녀 역할을 맡아서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훈련을 하다 보니 조금씩 되더라고요. 잘 가르쳐 주신 덕이겠죠. 숨 참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 안으로 유영하는 것 위주로 연습했어요. 호흡기를 하고 있다가 촬영할 때 떼고 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수경을 빼고도 눈을 뜨는 연습도 하고 3개월 정도 훈련을 했던 것 같아요. 늘 리허설을 하고 연습도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이에요.”

힘든 과정을 즐겁게 견딜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이었다. 염정아는 “한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든 두 사람이 들어가 있든 본인의 촬영이 아니라고 다른데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게 그것을 해내는지 그 과정을 다 같이 지켜보며 박수치고 울고 그랬던 현장이었다”고 떠올렸다. “‘함께’라는 게 이렇게 힘이 대단하구나 느꼈어요.” 

김혜수와 물속에서 오로지 서로만을 의지했던 순간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지금도 항상 그때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핑 돌아요. 카메라나 스태프들이 모두 물 위에 있었어요. 수면 위로 올라가는 컷을 찍기 위해서요. 배우만 물 안에서 스탠바이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거든요. 서로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순간 우리가 정말 서로 의지하고 있구나 많은 감정이 오고 가더라고요. 그때 그런 마음들이 확 깊어졌죠.”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배우 염정아와 김혜수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다. 염정아는 “지금 만나서 오히려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서로 많은 경험치가 있고 서로에게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알게 된 지금 만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해요. 김혜수 선배는 눈만 마주치면 칭찬을 해요. ‘너는 이런 장점이 있어, 이런 배우야, 이래서 좋아.’ 지금도 아마 전화하면 또 할걸요?(웃음) (김혜수는) 정말 힘이 있는 배우예요. 그가 어떤 역할을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는 게 상상이 안 돼요. 그런 힘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밀수’는 치열한 극장가 여름대전 첫 주자로 나선다. 염정아는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결과는 관객의 몫”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제게 큰 행복을 준 현장이었어요. 정말 많이 행복했거든요. 보통 촬영이 끝나면 집에 빨리 가는데 안 가고 10분이라도 더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더라고요. 하하. 정말 최선을 다해 즐겁게 만들었어요.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어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 잘 어우러져 표현이 됐고 ‘류승완표’ 액션도 정말 멋있게 담겼다고 생각해요. 수중 액션도 멋있고 지상 액션도 정밀 멋있고요. (흥행 여부는) 관객의 몫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