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정부, E-9 비자 신청기간 축소 및 외노자 체류기간 연장 등 추진해야“
정부 “올 하반기 외노자 체류기간 연장 등 추진 …업종별 고용허가제 개선은 아직“

건설현장 내 인력 부족에 처한 건설업계는 정부가 고용허가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건설현장 내 인력 부족에 처한 건설업계는 정부가 고용허가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저출산‧고령화와 청년층의 3D 업종 기피 등으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현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노동자 고용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건설업계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미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내국인 보다는 외국인노동자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며 일부 현장에서는 인력난 충원을 위해 불법체류자까지 고용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E-9(비전문취업) 비자 신청기간 축소와 체류 기간 확대 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외국인노동자 도입 확대에도 일선 현장 인력난 여전

앞서 작년 10월 말 고용노동부는 건설업을 비롯해 제조업·농축산업 등 산업현장에서의 인력난이 심화되자 고용허가제 외국인노동자의 E-9 비자 도입 규모를 2023년부터 총 11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에 배분된 외국인노동자의 E-9 비자 규모도 기존 1,800여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났다.

E-9 비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노동자에게 부여하는 비자다. E-9 비자를 부여 받은 외국인노동자는 기본 3년 체류 기간에 추가 연장시 1년 10개월까지 더해 총 4년 10개월간 국내에서 체류할 수 있다. E-9 비자 신청 후 외국인노동자를 국내로 데려오기까지는 통상 4~6개월간의 기간이 소요된다.

정부가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노동자 확대에 나섰지만 건설업 등 산업현장에서의 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22년 11월 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기(2022∼2024)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 산정 연구’에 따르면 향후 3년간 건설현장 내 부족 인력은 16만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통해 장기근속 숙련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국내에서 최대 10년간 머무르면서 일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외국인노동자 체류기간 최대 10년 연장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사안은 없는 상황이다.

◇ 건설업계 “외국인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등 고용허가제 개선 필요” 

건설업계는 현실상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건설현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외국인노동자 관련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행 외국인 고용허가제도는 전체 산업군을 포괄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업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일부 현장에서는 불법적인 방법(불법체류자)을 동원해서라도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9 비자 신청시 4~6개월이 소요되기에 정부가 추가 인력 신청에 대비해 마련한 탄력배정분 1만명에 건설사 대부분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건설현장의 공사기간은 한정돼 있기에 현행 E-9 비자 신청기간을 좀 더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좀 더 숙련된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선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기간도 최소 7년은 넘겨야 한다”며 “건설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근 건설공사의 안전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건설업계의 실태를 파악하고 현장에서의 인력 수요 등을 고려해 고용허가제 쿼터를 확대해 적정한 외국인 노동자가 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랜트 부문의 외국인노동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산업보호를 이유로 국내에서의 플랜트 공사에는 외국인노동자 채용이 제한되고 있어 애로가 많다”며 “이에 반해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는 인도‧파키스탄 등 제3국 외국인노동자 채용이 흔히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경우 정부 당국의 규제 뿐만아니라 노조의 입김까지 작용해 외국인노동자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여기에 청년층의 건설현장 기피로 내국인 근로자의 노령화만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의 외국인노동자 현황‧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관리직을 제외한 현장 내 주요 공정 대부분은 외국인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외국인 반장‧팀장이 자국 노동자들 위주로 꾸린 팀도 존재한다”며 “중국인‧재중교포 위주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동유럽‧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신분증‧건설교육 이수증 위조 등 건설사가 미처 확인할 수 없는 편법을 통해 취업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도 상당수 존재한다”며 “이같은 사실이 적발되면 건설사에게 3년간 외국인노동자 고용제한이 적용되는 만큼 정부 당국은 보다 정확히 외국인노동자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의 임금이 제조업 등에 비해 높다보니 다른 업종으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처벌을 감수한 채 각종 편법으로 건설현장에 취업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고강도 공정 등의 현장 인력이 시급한 일부 건설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다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현 외국인노동자 관련 고용허가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건설업 등 각 업종별 특성을 파악해 외국인노동자 관련 고용허가제가 각각 다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올 하반기 외국인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등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올 하반기 외국인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등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 뉴시스

◇ 고용노동부 “‘외국인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올 하반기 시행 예정”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E-9 비자를 부여 받은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은 세부적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나선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의견 수렴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E-9 비자의 신청기간 개선은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축소 등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며 “이 역시 올 하반기 중 법령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아직 업종별 고용허가제 적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지침 개정을 통해 외국인노동자가 건설사의 공사중단 등으로 애로를 겪을 시 외국인노동자 동의 아래 같은 회사 내 공사가 진행 중인 다른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