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가 포착됐다. / 경남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경남은행에서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경남은행은 이 같은 혐의를 수년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부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수백억 횡령에도 몰랐던 경남은행

검찰은 2일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임세진)는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 직원 A씨와 관련자들의 주거지, 사무실 및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등 10여 곳에서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직원 횡령·유용 혐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강제 수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한 결과,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경남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직원 A씨가 PF 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파악해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후 금감원의 긴급 현장검사를 통해 484억원 횡령·유용 혐의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횡령 금액은 562억원으로 불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직원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해왔다. A씨는 2016년 8월에서 2017년 10월 사이 부실화된 PF대출(1건·169억원)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29억1,000만원은 이후 상환 처리해 미회수 금액은 48억8,000만원으로 파악됐다. 

또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PF 대출자금(1건·700억원 한도약정)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총 32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5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현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고 경위 및 추가 횡령사고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A씨가 취급하거나 직접 관리를 담당했던 대출을 포함해 경남은행의 PF대출취급 및 자금 입출금 현황을 전수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금융사고가 사고자의 일탈 외에도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남은행 본점에 검사반을 확대 투입해 PF대출 등 고위험업무에 대한 내부통제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측은 “사고자는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또 다시 발생한 은행권 내 대규모 횡령 사고에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 우리은행 내에선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업계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은행권 내 내부통제시스템 허점이 드러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예경탁 경남은행장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금이라도 소비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횡령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은행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시스템 전반을 디테일하게 점검하고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형 횡령 사고에 따른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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