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원자력·우주분야도 23~29% 삭감… 과학계 “일하지 말란 소리”
해명나선 과기정통부,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니다”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의 내년도 예산을 약 25% 삭감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의 내년도 예산을 약 25% 삭감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심화 시대에는 과학기술 수준이 곧 그나라의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 또한 첨단과학기술력 확보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023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과학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과학 연구의 대들보인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대접은 영 시원찮은 모양새다. 정부가 내년도 출연연 예산을 대폭 감소할 계획이 나오면서, 과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출연연 예산 20~30%↓… 원자력·우주항공 분야도 대폭 감소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의 내년도 주요 사업비로 약 9,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비 규모가 1억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25% 줄어드는 셈이다.

출연연 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략 20~30% 정도 줄어들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로봇, 통신 등 4차 산업기술 연구의 핵심인 기관까지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의 경우엔 기존 대비 28%의 예산이 삭감됐다. 이는 대략 170억원 규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각각 29%(약 386억원), 23%(약 302억원)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핵심’으로 꼽는 원자력 분야 예산도 칼질을 당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23%(180억원) 감소할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역시 23% 줄어든다.

이번 예산 삭감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연연의 예산 분배 관행을 ‘R&D카르텔’이라 지적하면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예산안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규모가 큰 출연연은 더 많이 삭감될 여지가 있어 기관 내에서도 긴장한 상태”라며 “이정도 대규모 예산 삭감은 일하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출연연 관계자 역시 “예산이 대폭 감소한 만큼, 내년엔 굉장히 힘들어질 것 같아 보인다”며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연구기관을 운영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연구원분들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예산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예산안의 변경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현재 주요R&D예산 배분‧조정 과정에 있다”며 “출연연의 출연금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관련 단체의 예산은 기획재정부에서 심의 중에 있으며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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