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감독 유재선)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잠’(감독 유재선)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 역시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영화 ‘잠’(감독 유재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예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 뜨거운 관심을 받은 데 이어,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 연이어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잠’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비틀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불길한 상상력을 자극,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포를 안긴다. 특히 공포의 대상이 가장 가까운,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라는 설정으로 기존 호러 영화와 차별화를 꾀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매력이다.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이선균(왼쪽)과 정유미. / 롯데엔터테인먼트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이선균(왼쪽)과 정유미.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미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다. 행복했던 부부의 일상이 매일 밤 잠들 수 없는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을 불필요한 설명이나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콤팩트하게 담아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불친절한 느낌은 아니다. 영화가 택한 ‘생략’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한다.   

인물의 변화에 따라 3장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구성했는데, 각 장마다 장르의 변주를 통해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인물은 물론, 공간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신혼부부의 행복부터 숨 막히는 긴장감, 폭발하는 감정까지, 각기 다른 감정을 한 공간에 담아낸 디테일한 미장센으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단조로움을 상쇄하고 몰입을 배가한다. 

정유미, 이선균의 열연도 돋보인다. 정유미는 남편을 되찾고 가족을 지키려는 적극적 의지로 변해가는 수진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빚어낸다. 사랑스러운 아내, 강인한 엄마, 불안하고 광기 어린 모습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선균도 자상한 남편의 모습과 끔찍한 행동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극과 극 모습을 폭넓게 소화하며 몰입을 돕는다. 

메가폰을 잡은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후반 작업할 때까지 내내 갖고 있던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드는 거였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관객의 마음을 매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닝타임 94분, 오는 9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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