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정관 위반해 폐원 의결… 이사진 사퇴하고 책임져라”
80∼90% 전보 동의서 서명 안 했는데… 소집명령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
인제학원 “폐원한 곳, 직원 필요 있나… 전보 발령이 최선”

서울백병원이 31일을 끝으로 진료를 종료한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인제학원 이사회가 불법과 부정으로 결의한 서울백병원 폐원을 규탄하고 이사회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 제갈민 기자
서울백병원이 31일을 끝으로 진료를 종료한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인제학원 이사회가 불법과 부정으로 결의한 서울백병원 폐원을 규탄하고 이사회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이 진료 종료(폐원)를 앞두고 ‘서울백병원 폐원 무효’를 주장하고, 직원들에 대한 강제전보 발령 취소와 학교법인 인제학원(이하 재단)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했다.

31일,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한 서울백병원 교직원 일동은 재단의 일방적인 폐원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백병원 진료 종료와 폐원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사립학교법과 법인(재단) 정관에 규정된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불법과 부정의 연속”이라며 “그렇기에 여전히 서울백병원 폐원을 인정할 수 없으며, 폐원 결정과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과 부정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벌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적하는 재단 이사회의 불법·부정 행위로는 △사립학교법 제28조 △사립학교법 제26조 2 △재단 정관 제13조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28조에는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에 대하여 매도·증여·교환·용도변경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 또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려는 경우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경미한 사항인 경우에는 ‘신고’ 대상이지만 서울백병원 폐원의 경우에는 ‘허가’ 대상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청과 서울 중구청, 서울 중구의회 등에서는 재단의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관할청인 교육부에서도 현재 재단 이사회의 서울백병원 폐원 의결에 대해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재단이 일방적으로 폐원을 의결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게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의 주장이다.

또한 서울백병원은 의료요원을 양성하는 기능을 하는 교육기관이며,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인제대학교의 교육에 관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사립학교법 제26조 2’와 ‘재단 정관 제13조’에 의해 설치한 대학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교직원 및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처야 한다. 하지만 재단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통보했다는 것.

이밖에도 재단 위임 전결 규정과 지난 6월 20일 재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서울백병원 폐원에 관한 업무는 이사장이 직접 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상임이사가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지난 29일 형제병원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으나,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제갈민 기자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지난 29일 형제병원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으나,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제갈민 기자

이어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진료종료일을 하루 앞둔 오늘(30일)까지도 마지막 진료를 받지 못해 진료의뢰서를 받지 못한 환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며 “환자의 불이익과 불편함을 외면한 채 위법으로 진료 종료(폐원)를 통보한 상임이사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환자들 앞에 사과하고 사퇴하길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백병원 폐원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과정에 직원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음에도 강제로 전보 발령을 낸 점도 꼬집었다.

재단은 지난 29일 정오, 서울백병원 직원 전원의 형제병원(일산·상계·부산·해운대) 전보 발령을 공지했다. 재단은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한 후 서울백병원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 개개인에게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 약 300명(출산 휴가 등 휴직자 포함) 가운데 현재까지 약 250명 이상이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0% 이상의 직원들이 재단의 일방적인 전보 발령에 동의를 하지 않고 반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재단은 수도권 일산·상계백병원으로 전보 직원들에 대해서는 9월 1일 오전 8시 30분까지, 부산 지역 부산·해운대백병원 전보 직원들에게는 9월 4일 8시 30분까지 각 병원에 소집하도록 통보했다. 소집 명령에 응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인사 불이익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직원들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강제 전보 절차를 진행해 직원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법인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8월 29일 자 강제 전보 발령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불법과 부정으로 점철된 법인의 강제적인 서울백병원 진료 중단 및 강제 폐원 시도를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고(故) 백인제 박사와 고(故) 백낙환 전 이사장 앞에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서울백병원 전보 발령에 대해 재단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제학원 재단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전보발령이 아니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들 전보 발령 내지 않고 (9월 1일부터 폐원하는) 서울백병원에 남아 있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서울백병원 직원들이 법원에 신청한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에도 모두 포함되는 내용으로 보이며, 관련해서는 (법원의 자료 요청 등에) 성실히 답변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현재 서울백병원 폐원과 관련해서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재단과 서울백병원 교직원 양측에 다음달 6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자료를 살펴본 후 다음달 중순쯤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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