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학원 “서울백병원 간호·일반직 전부 부산 가라”
노조 등 폐원 반대 측,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대응
“8월 내 퇴사자 한해 위로금 지급”… 노조 와해 목적 회유 지적도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막성 적자를 겪고 있는 서울백병원과 관련해 지난 6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폐원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보건의료노조 서울·부산·상계·일산 백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백병원 재단본부회의실 앞에서 폐원결정 철회 촉구 피케팅을 진행한 모습./ 뉴시스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막성 적자를 겪고 있는 서울백병원과 관련해 지난 6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폐원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보건의료노조 서울·부산·상계·일산 백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백병원 재단본부회의실 앞에서 폐원결정 철회 촉구 피케팅을 진행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폐원에 속도를 내기 위해 “8월 내 퇴사자에 한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면서 폐원을 반대하는 정규직들의 퇴사를 권유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서울백병원에 대해 지난 6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TFT)’이 지난 5월 31일 결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서울백병원 측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2004년 73억원 손실 이후 줄곧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등 적자 만성화로 경영난을 겪었다”며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폐원 결정 후 인제학원은 지난달 11일 서울백병원 직원 노동조합과 축조교섭을 거친 후 간호·일반 정규직 전원에 대해 ‘부산 전보’ 발령을 냈다. 서울백병원 직원 393명의 고용을 승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인제학원 측의 설명이다. 또한 서울백병원 직원들의 부산 발령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월세, 교통비, 이사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백병원 직원들은 “모든 직원을 부산으로 일괄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에 서울백병원 교수 24명과 직원 240명은 지난 5일 학교법인 인제학원을 상대로 법원에 ‘서울백병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인제학원의 서울백병원 폐원 의결 과정이 사립학교법과 정관을 위배해 무효이고, 직원들을 부산으로 전보 발령하는 것도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서울백병원 교수와 직원들의 주장이다. 

서울백병원은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기본재산이라 폐원을 하는 경우에는 용도 변경 또는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에 의해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관할청(서울 중구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또 사립학교법 제26조의 2와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정관 제13조에 의해 설치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통해 교원 및 직원,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 폐원 결정 및 부산 발령에 반발하는 교수와 직원들의 강경 대응에 인제학원 측은 개별 면담을 진행하면서 부산(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 발령 외에 추가 안으로 ‘무급 휴직’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급 휴직을 결정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향후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에 인력 확보가 필요한 시기, 원하는 곳으로 발령을 내주겠다는 조건이다.

다만 재단 측은 무급 휴직을 제시하면서 휴직 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무기한 무급 휴직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게 직원들의 지적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해당 조건에 대해 거부감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이후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을 의식하고 지난 10일 퇴직위로금 지급안을 마련해 노조 등 서울백병원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퇴직위로금 지급안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백병원 관계자 제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이후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을 의식하고 지난 10일 퇴직위로금 지급안을 마련해 노조 등 서울백병원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퇴직위로금 지급안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백병원 관계자 제보

결국 인제학원은 지난 10일 ‘서울백병원 직원 전보 및 퇴직위로금 지급(案)’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재단 측은 퇴직위로금을 근속 기간에 따라 △2년 미만 500만원 △2년 이상∼5년 미만 1,000만원 △5∼10년 1,500만원 △10∼15년 2,000만원 △15∼20년 2,500만원 △20년 이상 3,000만원으로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퇴직위로금은 8월말일까지 근무하고 퇴사를 하는 직원에 한해 지급된다.

그동안 재단 측이 폐원으로 인한 퇴사자 지원으로 ‘현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던 것과 달리 협의를 하려는 모양새를 갖추는 모습이다.

다만 서울백병원 폐원을 반대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직위로금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폐원을 반대하는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이번 퇴직위로금과 관련해 병원 직원들과 얘기를 나눠봤으나 만족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특히 연차가 1∼2년 정도 된 간호사나 일반직보다, 근속 기간이 10년 이상 된 간호사들은 퇴직 후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는 게 쉽지 않아 결정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근속기간으로 구분한 퇴직위로금에 불만을 갖는 이들도 존재한다. 근속기간이 5년에 조금 못 미치는 직원의 경우 단 몇 달로 인해 1,500만원이 아닌 1,000만원의 퇴직위로금만 받게 되는 상황이라 불합리하다는 것. 재직기간이 8∼9년에 해당되는 이들 역시 재직기간 5년인 직원과 동일하게 1,500만원을 받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제학원 측이 폐원을 반대하는 노조 등 서울백병원 직원들 간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퇴직위로금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모든 결정권을 재단이 가지고 있어서 일반 직원이나 교수협의회도 재단 측의 결의나 통보에 뒤따라가는 입장이 반복되다보니 힘들다”며 “직원들이 무엇인가를 얻어 내기보다는 정의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한마음으로 노조를 중심으로 만들어 가야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퇴직위로금 지급안과 관련해 인제학원 관계자는 “서울백병원 진료종료(폐원)를 하면서 고용유지를 하겠다는 게 우리 재단의 첫 번째 원칙이며, 고용유지 방법으로 타 병원 전보(부산 발령)를 처음에 직원들에게 안내했다”며 “그럼에도 개개인의 사정으로 인해 타 병원 전보가 불가능해 퇴직을 하게 되는 이들이 생기고 있는데, 노조 측이 퇴직자들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를 해 마련한 것이다. 재단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퇴직위로금 지급안으로 직원 간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도 없으며, 노조 측과는 계속해서 원만히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내용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심문 기일에 출석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백병원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심문은 오는 16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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