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최초’… 르노코리아, 2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아 사측 ‘고용세습 조항’ 삭제 요구, 노조 반발… 입장차 못 좁혀
GM 3년 만에 흑자, 노조 “임금 인상률 높여야”… 사측은 난색

KG모빌리티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노사가 최근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지었다. / 뉴시스,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노사가 최근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지었다. / 뉴시스, 르노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중 KG모빌리티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기아와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노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국내 완성차 기업 중 가장 먼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달 3일 진행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56.57%의 찬성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KG모빌리티 본사에서 ‘2023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개최하고 노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력을 공고히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로써 KG모빌리티는 14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차와 르노코리아 노조가 차례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기록하며 최종 타결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다.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의 올해 임단협 합의안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자사 주식 15주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직 800명 신규 추가 채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완성차 알루미늄 보디 확대 적용, 소품종 고급 차량 생산공장 건설 추진 등도 포함됐다.

르노코리아도 2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2023년 임금협상을 위해 5월 1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세 차례의 실무교섭과 여덟 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했다. 노사는 8차 교섭에서 새 잠정합의안으로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70만원 △변동 PI(생산성 격려금 노사 합의분 50%) 약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약 31만원 △영업사업소 수익성 개선 및 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 노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신차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KG모빌리티와 현대차, 르노코리아 노사가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은 것과 달리 기아와 GM한국사업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4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서 10차 본교섭을 열었지만 노조 교섭위원들의 집단퇴장으로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사측이 전달한 1차 제시안을 “논의할 가치도 없다”면서 찢어버리고 지부교섭단과 함께 퇴장했다.

기아 사측은 임단협과 관련해 노조에 ‘고용세습 조항’의 우선 삭제를 요청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기아
기아 사측은 임단협과 관련해 노조에 ‘고용세습 조항’의 우선 삭제를 요청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기아

기아 노조 측은 공정한 성과 분배와 미래 고용 확보, 최대 실적에 맞는 복지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금(1인당 평균 약 6,000만원)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연장 △주 4일제 도입 및 중식시간 유급화 △신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고용세습 조항’을 우선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 노사 단협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고용세습’, ‘현대판 음서제’로 평가하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짙다. 과거 현대차 노사 단협에도 과거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조항이 있었지만, 고용세습 논란을 의식해 지난 2019년 노조 스스로 사측에 삭제를 요구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기아에서는 여전히 고용세습 조항이 존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아 사측이 ‘고용세습’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고용노동부에서 이에 대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 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정 기한인 지난 4월 3일까지 해당 조항이 삭제되지 않자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 기아와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 등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기아 노조는 고용세습 관련 조항은 삭제할 수 없다면서 버티고 있다. 그동안은 현대차의 합의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타결 짓는 이른바 ‘양재동 가이드라인’ 양상을 보여왔으나, 올해는 고용세습 항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기아 임단협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GM한국사업장 노조는 최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는 그간 낮은 임금으로 버텨왔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뉴시스
GM한국사업장 노조가 최근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는 그간 낮은 임금으로 버텨왔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뉴시스

GM한국사업장은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 1,000만원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12∼13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59.1%(4,039명)가 반대해 부결됐다.

GM한국사업장 노조는 국내 시장 판매실적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만큼 그동안 적자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버텨온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급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GM한국사업장 노조는 지난 14일 중앙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교섭 방향 등을 논의했으며, 조만간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제시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사측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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