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車 5사 중 기아만 임단협 합의점 못 찾아
기아 노조 “오너 경영 세습 먼저 답하라” 맞불

기아 노조가 사측의 임단협 제시안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차별철폐 결의대회’ 현장 모습. / 뉴시스
기아 노조가 사측의 임단협 제시안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차별철폐 결의대회’ 현장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기아만이 유일하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사의 갈등 원인은 단협의 ‘고용세습’ 관련 조항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아 사측은 고용노동부의 지적에 따라 ‘고용세습’ 관련 내용을 단협에서 삭제할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의 요구사항 중 △단협 27조 1항 우선채용 관련 개정요구 △임금제도 개선 요구 두 가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 사측은 노조에 고용세습 관련 조항을 단협에서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고용세습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사측이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한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이에 대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며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협에서 고용세습 관련 내용이 삭제되지 않자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기아 노사 양측을 입건했으며, 지난 5월에는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정부 기관에서까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기아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고용세습 관련 단협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고용세습은 수년 전부터 실행하지 않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사측이 노동자 고용 세습을 말하기에 앞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내려오는 재벌 경영 세습에 대해 먼저 답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사측의 임금제도 개선 요구와 임금 및 별도 요구안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기아 사측은 일반·판매·정비·생산직 임금을 실적 등 성과와 연동해 회사의 임금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올해 임금 및 별도 요구안에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 다 죽이는 성과연동제(임금) 도입은 사측의 노예로 만드는 임금제도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또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등에 대해서도 사측의 요구보다 많은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여기에 △정년 연장 △주 4일제 도입 △해고자 복직 등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기아가 현재 준비 중인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올해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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