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올 뉴 파일럿은 직전 모델과 달리 직선과 각을 강조한 모습으로, 첫 인상은 ‘튼튼한 차’라는 느낌이다. 앞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이 떠오르는 형상이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은 직전 모델과 달리 직선과 각을 강조한 모습으로, 첫 인상은 ‘튼튼한 차’라는 느낌이다. 앞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이 떠오르는 형상이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혼다 파일럿이 8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완전변경을 거친 혼다 올 뉴 파일럿은 직전 모델 대비 길이가 더 길어졌으며, 실내외 생김새는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차폭은 동일하지만 실내 공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설계돼 더 넓어진 느낌이다.

파일럿의 경쟁모델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토요타 하이랜더’가 거론된다. 상품성을 개선한 4세대 파일럿이 경쟁자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 일본차인데 미국차 느낌이

혼다 올 뉴 파일럿은 차체 길이가 5m 이상에 달한다. 휠은 20인치가 장착됐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은 차체 길이가 5m 이상에 달한다. 휠은 20인치가 장착됐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파일럿은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차체 길이가 5,090㎜로 직전 모델 대비 85㎜ 길어졌다. 차체가 길어진 만큼 앞뒤 바퀴 사이 간격도 2,890㎜로, 70㎜ 늘어났다. 차폭은 1,995㎜로 그대로지만 바닥부터 루프(천장)까지 높이가 10㎜ 커졌다.

외관 크기만 놓고 보면 국산 준대형 SUV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크다. 실질적인 경쟁 모델인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도 더 길고 높다. 이전 모델에서 곡선미를 강조했던 외관 디자인이 이번 신형 모델에서 직선과 각을 강조해 더 크게 느껴진다.

각진 외형과 길이 5m 이상, 차폭 약 2m에 달하는 파일럿을 보고 있으면 ‘일본차’보다는 ‘미국차’처럼 느껴진다.

외관에서 파일럿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전면의 큼지막한 라디에이터그릴이다. 파일럿의 라디에이터그릴은 전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주행 간 연료 연소와 엔진 열을 식히는 데에 많은 공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파일럿에는 3.5ℓ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엔진 크기만 보더라도 대식가임을 알 수 있다.

사이드미러도 공기역학보다는 차체 크기를 감안해 후방 시야 확보에 용이하도록 크게 디자인했다. 뒷모습은 이전 모델의 어색한 ‘ㄱ’ 형태 테일램프(후미등)를 깔끔하게 ‘건담 로봇’의 눈처럼 각진 형태로 변경했다. 여기에 테일게이트(트렁크 도어)를 가로지르는 블랙 루프 레일과 그 위에 레터링 ‘P I L O T’을 양각으로 붙여 존재감을 강조했다.

◇ 직관성·편의성 갖춘 인테리어 및 옵션…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이 안 되네

혼다 올 뉴 파일럿 2열과 3열, 그리고 적재함. / 강화도=제갈민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 2열과 3열, 그리고 적재함. / 강화도=제갈민 기자

실내는 ‘심플’하면서도 큰 덩치를 바탕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혼다 차량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2열 시트 일부를 탈거해 상황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일럿의 시트는 ‘2-3-3’ 구조로 구성됐으며, 2열 중앙 시트를 탈거할 수 있다. 특히 이전 파일럿 모델은 2열 중앙 시트를 탈거하면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혼다는 신형 파일럿 트렁크 바닥에 2열 중앙 시트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또한 3열 좌석이 있는 준대형 SUV인 만큼 3열에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버튼 하나로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시트를 앞쪽으로 당길 수 있게 했다. 버튼은 2열 좌우 시트 측면과 어깨 뒤쪽에 하나씩 설치됐다. 덕분에 3열 탑승객이 내릴 때도 2열 시트 뒤쪽에 버튼을 누르면 시트가 앞으로 젖혀지며 당겨져 편리하다. 단 3열 시트 허벅지 받침이 약간 낮아 성인이 장시간 탑승하기에 불편하다. 그나마 파노라마 선루프가 탑재돼 답답함을 덜하다.

트렁크 도어를 닫는 버튼은 2개가 있다. 일반적으로 트렁크 도어에 설치된 버튼 외에도 트렁크 내부 왼쪽에도 닫는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은 짐을 내리기 전에 누르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차량에서 멀어지면 닫히는 버튼이다.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짐을 든 채로 트렁크 도어를 닫기가 불편한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트렁크 도어가 닫힐 때 물건이나 사람이 닿으면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탑재됐다.

혼다 올 뉴 파일럿 1열 조작부는 심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투박한 느낌도 존재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 1열 조작부는 심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투박한 느낌도 존재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운전자 입장에서 조작편의성이 뛰어난 점도 장점이다. 최근 출시되는 다수의 차량이 물리버튼을 없애고 공조기까지 터치로 조작하도록 설계하고 있는 반면 혼다는 파일럿의 공조기를 다이얼과 물리버튼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주행모드 변경 레버를 조작하면 변경된 것을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삑’ 소리를 내 알려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차로이탈방지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등을 포함한 운전자보조시스템 ‘혼다 센싱’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기능도 조작이 편리하다. 1열 시트에는 통풍·열선 기능이 탑재됐으며, 2열도 열선 시트 기능을 지원한다.

아쉬운 점은 1열 센터페시아 인테리어가 약간 투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최근 출시되는 다수의 차량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크기를 10인치 이상으로 구성하고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이어지도록 설계하지만, 혼다 파일럿은 계기판과 중앙의 디스플레이가 따로 위치하며, 센터 디스플레이는 9인치로 상대적으로 작다. 대시보드 곳곳에 사용된 소재도 우레탄이 적지 않아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무선 연결(무선 미러링) 기능은 아이폰의 애플 카플레이만 지원하며,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오토는 유선으로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버튼식 기어도 주차를 할 때 조작이 다소 불편하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센터 디스플레이는 9인치로,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다소 작게 느껴진다. 시승 간 연비는 9.6㎞/ℓ를 기록했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 센터 디스플레이는 9인치로,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다소 작게 느껴진다. 시승 간 연비는 9.6㎞/ℓ를 기록했다. / 강화도=제갈민 기자

주행 느낌은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가속감이 특징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떨림과 소음이 크지 않고 출력도 충분히 여유롭다. 정속 주행을 하다가 가속을 하려 할 때는 약간 힘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혼다 측에 따르면, 정속 주행 시에는 6기통 엔진 중 3개의 실린더만 이용해 주행을 하는 기능이 탑재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대배기량 차량의 효율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서울역 인근부터 강화도까지 약 60㎞를 주행하는 동안 연비는 9.6㎞/ℓ를 기록했으며, 정속 주행을 할 때는 11㎞/ℓ 수준의 효율을 기록했다. 도심을 주행하고 도로 정체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덩치와 엔진 크기 대비 효율은 준수한 편이다. 다만 3,471㏄로 인해 세금이 다소 높은 점은 감안해야 하는 점이다. 경쟁 모델들이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나 다운사이징을 한 점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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