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 배우 설경구‧유준상‧허성태‧염혜란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온 명장이자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부러진 화살’(2012), ‘블랙머니’(2019)를 잇는 정지영 감독의 실화극 3부작 마지막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정지영 감독은 “원래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그때 마침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접하게 됐고 약촌오거리 사건처럼 나중에 진범이 나타났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훨씬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소년들’의 시작을 떠올렸다.
영화는 정의롭고 열정적인 형사 ‘황반장’을 중심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뜨겁게 담아낼 예정이다. 황반장 캐릭터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약촌오거리 사건의 형사 반장이 있는데, 그 사람을 빌려왔다”며 “다른 사건의 실존 인물을 이 영화에 대입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지영 감독은 “2023년이 아니라 2000년대 통틀어서 반드시 많은 관객이 봐야 하는 작품”이라며 1999년 과거의 잊힌 사건이 아닌 2023년 현재,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소년들’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먼저 영화 ‘공공의 적’ ‘실미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극을 이끈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남다른 내공을 쌓아온 베테랑 배우 유준상이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으로 분하고,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실력파 배우 진경이 우리슈퍼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을 연기한다.
허성태와 염혜란도 함께한다. 허성태는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역을 맡아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고, 염혜란은 재수사에 몰두한 황준철이 못마땅하지만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로 분해 몰입감을 더한다.
정지영 감독은 “캐릭터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흠뻑 젖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단한 연기자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아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소년들’을 마쳤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배우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같이 화내고 분노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영화에 나오는 소년들처럼 나 역시 언제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각인돼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전달하는 영화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유준상은 “어둡고 혹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재밌고 감동적이면서 영화적 기능도 담고 있는 좋은 면이 많은 작품”이라고 강조했고, 허성태도 “영화를 찍으며 사람 허성태가 느낀 감정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염혜란 역시 “이 영화가 참 가슴 아프고 먹먹한 이야기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야 할지 용기를 주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며 “우리가 어느 곳을 조금 더 살펴보고 마주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지영 감독은 “영화 속 소년들을 가난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힘없고 나약하고 소외당한 이들”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영화에 담겨 있다. 힘없고 나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진심을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