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 뉴시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가을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영화제가 되길.” 

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개막식이 열렸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이어 성추행 논란까지 불거지며 내홍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무사히 개막식을 열면서 힘찬 출발을 알렸다. 

개막식은 배우 박은빈이 영화제 개막식 최초 단독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국내외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는 올해의 호스트가 돼 게스트를 맞이하는 등 위기를 맞은 영화제를 든든하게 지켰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박은빈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분명 많은 아시아영화인에게 기회를 주고 용기를 주는 곳”이라며 “수많은 영화인을 만날 생각하니 무척 설렌다. 모든 분들의 두근거림을 안고 영화제를 시작하겠다”며 개막식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 단독 사회자로 나선 박은빈(왼쪽)과 영화제 호스트를 맡은 송강호. / 뉴시스
개막식 단독 사회자로 나선 박은빈(왼쪽)과 영화제 호스트를 맡은 송강호. / 뉴시스

이어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윤정희를 추모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고인의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고 윤정희는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의 유작 ‘시’(2010)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시상자로 나섰고 백진희 씨가 대리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에 수많은 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며 “내 마음의 별이었던 윤정희와 영화 ‘시’를 찍은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영광스러운 상을 딸 백진희 씨에게 드리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백진희 씨가 윤 선생이 병을 얻고 돌아가실 때까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엄마를 돌봤는지, 그러면서도 겪지 않아야 할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엄마에게 드리는 영광스러운 상이 따님에게 위로가 되고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윤 선생에게도 큰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영화 ‘시’ 속 고 윤정희의 모습. / 네이버영화
영화 ‘시’ 속 고 윤정희의 모습. / 네이버영화

백진희 씨는 “감명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불어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가 어렸을 때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부모님과 함께 보며 영화제의 탄생을 축하하고 행복해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여러분은 변함없이 영화배우 윤정희를 사랑해 줬다”고 감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매일 생활 속에서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만남을 겪었다”며 “마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주인공 미자 같았다. 지난 10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박형준 부산시장이 무대에 올라 개막을 선언했다. 박 시장은 “부산 하면 바다와 영화를 떠올린다”며 “영화는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삶의 빛과 굴곡, 찬란함을 한껏 느끼는 멋진 영화제를 함께해 달라. 여러분의 가을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오른쪽). / 뉴시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오른쪽). / 뉴시스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 시상도 진행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홍콩 배우 주윤발에게 돌아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 등 3편의 영화가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송강호는 “이분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호명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마음속 우상으로 남아있는 분이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스크린 속 영웅, 영화계 큰 형님이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배우”라며 주윤발을 소개했다. 

무대에 오른 주윤발은 “배우를 1973년 시작해 올해 50년이 되는 해”라며 “확실히 긴 세월이지만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의미 깊은 상을 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 팬에게도 고맙다. 긴 시간 동안 사랑과 응원을 줬다.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고 한국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김치,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덧붙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개막작이 소개됐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20대 후반 계나(고아성 분)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는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등 부산지역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상영작은 공식 초청작 69개국 209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 총 269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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