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윤희영 프로듀서‧주종혁‧김우겸‧장건재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윤희영 프로듀서‧주종혁‧김우겸‧장건재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희망을 찾아 계속 움직이고 도망가는 이야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가 행복을 찾아 나아가는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청춘의 기록을 그리며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4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과 윤희영 프로듀서, 출연배우 주종혁‧김우겸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주연배우 고아성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계나(고아성 분)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를 비롯해 연출과 프로듀싱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선보여 온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다. 

이날 장건재 감독은 “2015년 소설이 출간된 해에 읽었는데 당시 한국사회는 굉장히 뜨겁고 큰 변화를 겪는 시기였다”며 “그 한가운데 있던 소설이고 계나와 다른 삶의 환경에 있지만 내게도 공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화를 결심했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라고 영화의 출발을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 포스터. / 디스테이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 포스터. / 디스테이션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한국이 싫어서’의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영화에는 주인공 계나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이 나온다”며 “그들의 공통점은 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며 “그것은 그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그런 것이 아주 다양하게 드러나 있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 공감을 사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에 하나는 ‘영화가 얼마나 정직하게 우리 삶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인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영화에서 계나가 취하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고 희망을 주는 태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손쉽게 포기하거나 얻거나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그가 택한 것은 자존을 지켜나가는 방식이었다. 그것이 젊은 세대가 지금 삶을 대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장건재 감독은 “어떤 인물에 대한 판단이나 한국 사회에 대한 어떤 코멘트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며 “다양한 감정을 가진, 각각의 위치에서 한국 사회의 피로감 혹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판단의 관객의 몫”이라고 연출 의도를 말했다.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혹은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를 힘들어하는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사회 문제 중에서 특히 청년문제에 대해 언급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가, 젊은 사람들이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는가,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장건재 감독은 “인물을 들여다봐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도전을 하는지, 그들이 하는 모험은 어떤 것인지 왜 모험을 하려고 하는지, 영화를 만들면서 나 역시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계나가 계속해서 좋은 의미의 다른 희망을 찾아서 움직이고 도망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도 그렇게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윤희영 프로듀서 역시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 때문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마침표나 느낌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이 완성되지 않은 일종의 비문”이라며 “영화는 ‘한국이 싫어서’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입견을 걷고 재밌게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레드카펫 및 개막식이 끝난 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공식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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