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배우 주윤발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이영실 기자
홍콩 배우 주윤발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홍콩 배우 주윤발은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이다. 액션영화뿐 아니라 멜로드라마‧코미디‧사극 등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고의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3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표작으로는 ‘청부업자:호월적고사’(1981),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우견아랑’(1988), ‘첩혈쌍웅’(1989), ‘정전자’(1989), ‘종횡사해’(1991), ‘와호장룡’(2000), ‘황후화’(2006), ‘양자탄비’(2010), ‘무쌍’(2018) 등이 있다.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큰 형님’으로 남아있는 주윤발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돼 부산을 찾았다. 

아시아영화인상은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주윤발은 지난 4일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특별 기획 프로그램, 오픈 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특히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 3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주윤발이 지난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 이영실 기자 ​
주윤발이 지난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 이영실 기자 ​

주윤발은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소감부터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난 소회, 앞으로의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로 살아온 지난 50년을 돌아보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부산은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다. 아침에 이틀 연속 러닝을 했는데 사람들이 반가워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음식도 잘 맞는다. 이따 낙지를 먹으러 갈 거다.(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렇게 큰 상을 줘서 감사하다.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게 돼 매우 신난다. 한국 팬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개막식에서 송강호가 맞아줬다. 어떤 대화를 나눴나.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대화를 못했다. 서로 인사만 했다. 송강호가 한국어로 이야기했는데 나도 못알아들었다. 같은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배우로서 서로 존중하고 있다. 내가 ‘You are my hero(넌 나의 영웅이야)’라고 이야기했고 송강호가 한국어로 화답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웃음)” 

-지난 7월 와병설이 돌기도 했다. 지금 건강 상태가 어떤가. 

“아예 나 죽었다고 가짜뉴스 떴더라.(웃음)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이니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취미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11월에 하프 마라톤을 뛸 거다. 내일 오전에도 부산에서 10km 뛰어볼 거다. 돌아가서도 연습할 거다. 그때 많은 기대 부탁한다. 뛰다가 죽을지 모르지만 그때 죽는다면 이런 뉴스는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웃음)”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영웅본색’. / 부산국제영화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영웅본색’. / 부산국제영화제

-많은 한국 팬들이 여전히 ‘영웅본색’을 사랑하고 있다. 직접 대표작을 꼽는다면. 

“매 작품 좋아하지만 작품마다 애정이 다르다. ‘영웅본색’은 당시 방송국을 떠나 만나 첫 작품이기에 조금 더 의미가 있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는데 그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작은 ‘영웅본색’ ‘와호장룡’ ‘첩혈쌍웅’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한국 사람을 닮아서 일까?(웃음)”

-현재 홍콩영화 산업 상황은 어떤가.   

“검열이 많다. 영화를 만들려면 여러 부서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기 어렵다. 힘든 순간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홍콩의 정신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많은 사람이 1980년대 홍콩 영화를 좋아했는데, 1997년 이후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지침을 따라야 했고 투자받기도 어렵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작 ‘원 모어 찬스’도 공개됐다. / 이영실 기자 ​
신작 ‘원 모어 찬스’도 공개됐다. / 이영실 기자 ​

-신작 ‘원 모어 찬스’도 소개한다. 어떤 작품인가. 

“이런 장르가 오랜만이라 나 역시 기대가 된다. 부자지간의 정을 다룬 작품인데, 이런 주제를 굉장히 좋아한다. 스포일러를 하면 감동적인 장면에서 울지 않을 테니 말하지 않겠다.(웃음) 나는 지금 영화인이 아니라 마라토너다. 영화는 과거고 나는 마라톤에 집중하고 있다. 나의 새로운 인생이다. 만약 이번 신작에 여러분의 반응이 없으면 아예 전환할 수 있다. 그러다 또 마라톤 선수로 좋은 성적을 못내면 다시 배우로 돌아올 수도 있다.(웃음)”

-8,1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결심했나.  

“내가 한 게 아니라 아내가 한 거다. 나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이다. 나는 용돈을 받고 살고 있다. 그래서 정확히 사실 얼마 기부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웃음)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갖고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나는 흰 쌀밥 두 그릇이면 된다. 점심, 저녁 한 공기씩이면 충분하다.” 

-배우에게 연기와 영화는 어떤 존재, 의미인가. 

“홍콩 작은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서 10세에 도시에 나갔다. 18세에 배우 훈련관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는 내게 많은 지식을 가져다 준 존재다. 공부를 많이 못했기 때문에 영화를 찍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세상을 가져다줬다. 영화를 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 작품 역할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인생 공부를 시켜줬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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