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관객과 만난 윤여정. / 이영실 기자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관객과 만난 윤여정. /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존경하지 마세요. 저는 결점도 많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못된답니다. 존경이라는 단어가 참 무서워요. 오늘 여기서 나가면 전해줘요. ‘그 여자 별 거 없더라’라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솔직하고 거침없지만 겸손하며 따뜻한, 유머와 위트가 넘치다가도 곱씹고 또 곱씹게 하는 울림 있는 말들로 관객을 매료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주인공 배우 윤여정의 이야기다. 

윤여정은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향후 계획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 

영화 ‘미나리’(2020)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이번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관객과 더 가까이 소통했다. 이날 윤여정은 “내가 말을 잘 거를 줄 모른다”며 “수상에 대해 인터뷰하는 게 겸연쩍고 내 시대에는 그게 겸손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인터뷰를 피해왔는데, (액터스 하우스에) 어쩌다가 걸렸다”며 특유의 거침없고 유쾌한 입담으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수상 이후 변한 게 있느냐고 묻자 “주변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한다”며 “뭘 해달라고 하는데 최대한 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내 마음은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오스카 수상은 행복한 사고 같은 거였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1966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뒤 같은 해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화녀’(1971)를 시작으로 2022년 공개된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장르 불문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윤여정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 이영실 기자
윤여정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 이영실 기자

이에 대해 윤여정은 “모험정신은 아니고 일찍이 미인이 아닌데 배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증상이 있었다”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그는 “특출 난 위인이나 빼어난 미인이 배우가 되던 시절에 배우가 됐기 때문에 나의 처지를 빨리 읽은 것”이라며 “아마 남들이 하지 않은 역할이 내게 왔을 것이고 순응해서 순종적으로 선택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연기는 김혜자가 잘하지’라고 했다”며 “그런데 나는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난 ‘김혜자라는 특출 난 배우가 있으니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배우가 또 필요하진 않잖나. 나는 나다워야 한다.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여정은 4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나를 아느냐, 이곳에 왜 왔냐, 나를 왜 좋아하느냐”며 역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빛나서’ ‘거침없어서’ ‘존경스럽다’고 답했다. 이에 윤여정은 “빛나는 것은 오스카 때문에 잠깐일 뿐이고 거침없는 것은 맞다”며 웃었다. 그러더니 “그런데 존경은 하지 말라”며 “나는 결점도 많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연기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여러분은 예능에서 본 나, 특히 명언하는 사람으로 보더라”며 “나 명언 못한다. 그게 어떻게 명언이 됐는지 모르겠다. ‘짤’이라고 하나 그걸 통해 나를 잠깐 보나 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늘 여기서 나가면 전해 달라. ‘그 여자 별 거 없더라’고”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또 “‘좋아서’라는 말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인생의 다”라며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 뒤 “오늘 내가 티켓값을 했느냐. 그렇다면 다행”이라며 안도해 또 한 번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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