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존 조‧저스틴 전‧존 조‧존 조. / 부산국제영화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존 조‧저스틴 전‧스티븐 연‧정이삭. /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삶은 여정. 이민자의 이야기 공감 얻은 이유 아닐까.”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저스틴 전 감독과 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븐 연‧존 조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영화계의 위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특별기획 프로그램이다.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인 ‘패스트 라이브즈’, 저스틴 전 감독의 신작 ‘자모자야’, 배우 윤여정에게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제71회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 배우 존 조의 열연이 돋보인 ‘콜럼버스’, ‘서치’ 등 총 6편의 영화가 상영돼 호응을 얻었다. 또 감독, 배우들이 직접 부산을 찾아 오픈 토크, GV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관객과 소통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취재진과 만난 스티븐 연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느낌”이라며 “낯선 느낌이 없고 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다함께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은 이해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화를 넘어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주고받는 느낌이다. 한국인으로서 다른 결을 주면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좋다”고 덧붙였다.  

저스틴 전 감독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의견을 주고받고 존중받는다는 게 굉장히 힘이 된다”며 “미국에서도 만나기 힘든 이분들과 한 공간에 앉아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존 조 역시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기획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우리의 삶을 궁금해한다는 게 큰 기쁨이었고 좋고 힘이 됐다”고 했다.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의 이야기. 사진은 ‘미나리’(위)와 ‘서치’. / 부산국제영화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의 이야기. 사진은 ‘미나리’(위)와 ‘서치’. / 부산국제영화제

지난 4~5년간 OTT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K-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와 함께 할리우드에서도 재미교포 영화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저스틴 전, 그리고 코고나다 같은 한국계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애플 TV+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의 삶을 조명한 콘텐츠가 호응을 얻은 것에 대해 “삶 자체가 여정”이라며 “그렇기에 이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도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민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나리’를 통해 다른 삶을 가진 문화의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했다. 보편적인 공감을 얻은 이유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다른 소수자나 이민자들도 그들의 스토리텔링을 한다”며 “그것이 내게 주는 신호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보탰다. 이어 “우리가 어떤 범주 안에 들어가 있고 섬처럼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다른 이민자를 만나면 어느 나라든 한국 사람들과 같다고 말한다. 그게 흥미롭다”며 “나만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을 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저스틴 전 감독은 “이제는 백인동료들과 한국영화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화에 대해 흥미를 갖고 우리와 대화를 하고자 한다. 그것은 내가 자라면서는 느끼지 못한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아름다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이삭 감독‧저스틴 전 감독‧존 조‧스티븐 연. / 부산국제영화제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이삭 감독‧저스틴 전 감독‧존 조‧스티븐 연. / 부산국제영화제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에서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 혹은 집단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아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들은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특히 정이삭 감독은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여주는 게 감동적”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1살 때 나의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는데, 거기에 어머니가 ‘너는 한국 사람이야, 잊지마’라고 말한 게 녹음 돼 있다”며 “대학에 갈 때 어머니가 그 테이프를 줬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개인적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성장하면서 ‘한국 사람으로도 미국 사람으로도 안 보여도 돼’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그 말을 들으니 감동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한국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진심을 내비쳤다.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한국에 있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말했고, 존 조는 “‘디아스포라’는 내가 자랄 때는 쓰지 않던 생소한 용어”라며 “국경과 애국심을 뛰어넘는, 굉장히 존엄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스티븐 연은 “분리되면서도 연결되는 느낌이고,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것 같기도 하다. 또 완전히 새로운 세 번째 어떤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 모두가 그 범주 안에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곳에 있든 연결될 수 있고 그것을 넘어 초월하는, 영속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는 우리를 영원한 장소로 데려가고 이야기는 영구적이고, 우리 스스로를 볼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돼준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와 울림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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