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만 12조원, 상반기 순손실 600억원… 이자 갚기도 벅차
자생 가능성 희박, 합병 불발 시 파산 우려… 화물사업 매각 불가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구성원 일부는 배임죄를 우려해 화물사업부 매각에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은행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찬성하는 만큼 배임죄 우려도 해소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구성원 일부는 배임죄를 우려해 화물사업부 매각에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은행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찬성하는 만큼 배임죄 우려도 해소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인수합병·M&A) 과정에 암초를 만났다. 양사가 합병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지적하는 ‘항공화물 시장 독과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유는 화물사업부 매각이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은 불발되고, 최종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이사회의 용단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9시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오피스에서 돌연 사임한 사내이사인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를 제외한 5명의 이사회 구성원이 출석해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해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나 각자 자기주장만 펼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했다. 이사회는 이번주 중으로 다시 논의를 거쳐 최종 표결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찬성하는 측은 합병으로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면 독자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해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하는 이사회 구성원은 화물사업이 매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매각하면 손해는 물론 주주가치 훼손 등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부분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떠안고 있는 부채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반기보고서 별도재무제표 기준 부채 총액이 12조원 이상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741%에 이른다. 부채가 상당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으로만 2,023억원을 지출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 2,014억원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602억원 순손실을 냈다.

사실상 ‘밑 빠진 독’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부채만 늘어날 뿐이고 결국에는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두고 “돈 벌어서 이자낼 형편도 안 되는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과 합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3자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앞서 HDC현대산업개발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뱉어냈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대기업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현재로써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3자 매각이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서는 KDB산업은행의 부채 탕감을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 동안 아시아나항공에 쏟아 부은 혈세만 3조원 이상에 달한다”며 “이 상황을 만든 건 방만한 경영을 일삼던 이전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인데, 그 이후에도 자생을 위해 사업부 매각과 같은 노력도 하지 않고 또 한 번 혈세로 부채를 탕감해달라는 요구는 말도 안 된다. 산은 등 채권단에서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산은에서도 화물사업 매각에 손을 들어주는 만큼 ‘화물사업 매각 반대’ 측이 주장하는 배임죄는 성립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배임 이슈가 적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다양한 보조 조항들을 통해 배임 이슈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배임죄 성립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승적 결단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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