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 전유물’ 김포∼하네다 노선, 합병 시 대한항공 독점
인천∼나리타 노선과 별개로 봐야… 日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관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포∼하네다 노선 독점 지적이 제기된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포∼하네다 노선 독점 지적이 제기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인수합병·M&A)과 관련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수도를 최단시간에 오가는 노선 ‘김포∼하네다(일명 김네다)’ 독점 논란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돼 향후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포∼하네다’는 국내 항공사 누구나 운항하고 싶어 하는 황금노선으로 꼽힌다. 이 노선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수도를 가장 빠르게 오갈 수 있는 노선이며, 이용객이 상당하다. 현재는 양국의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전일본공수(ANA)·일본항공(JAL) 4개 항공사만 운항하는 노선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게 되면 김포∼하네다 노선은 독점 논란이 예상된다.

2019년 김포∼하네다 노선 이용객은 유임여객 기준 203만740명으로, 인천∼나리타(일명 인리타) 이용객 241만3,045명보다 적다. 그러나 각각 항공편 운항횟수는 8,719편, 1만5,624편이다. 1편당 이용객 수는 김포∼하네다가 233명, 인천∼나리타는 155명이다. 즉 김포∼하네다 노선이 적게 운항하면서 1편당 수송한 더 많은 승객은 더 많아 알짜노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올해 1∼9월 한일 수도를 잇는 노선 운항편 및 이용객 수는 △김포∼하네다 6,268편, 121만7,265명 △인천∼나리타 1만4,974편, 243만2,318명으로 집계됐다. 여객수는 인천∼나리타가 김포∼하네다보다 약 2배 많지만, 운항 항공편 수가 김포∼하네다가 인천∼나리타의 절반 이하다. 1편당 이용객 수는 김포∼하네다 194명, 인천∼나리타 162명으로, 김포∼하네다 노선의 인기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김포∼하네다 노선의 1편당 이용객 수가 더 많다는 것은 비싼 항공권 요금을 감안하더라도 이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과 비즈니스 모두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하는 게 최적의 선택지다.

인천국제공항과 나리타국제공항은 각각 서울과 도쿄 도심에서 60∼70㎞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서울과 도쿄 도심부터 인천국제공항 및 나리타국제공항까지 이동 시간은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반면 김포국제공항과 하네다국제공항은 도심에서 30∼40분 정도 만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김포∼하네다와 인천∼나리타 노선을 지역 기준에 따라 ‘서울∼도쿄’ 노선으로 묶어 동일 선상에 있는 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해 김포∼하네다 노선을 독점하더라도 현재로써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서는 김포∼하네다와 인천∼나리타 노선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노선에서 유일하게 운수권을 배분 받아야 운항이 가능한 노선이라서 뜨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김포∼하네다 노선은 정부에서 나눠주는 운수권을 배분받아 운항을 해야 하는 노선이라 LCC들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우리도 띄우고 싶은 노선이고 LCC들에게도 기회만 준다면 충분히 좌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토부 측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공정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김포∼하네다 노선에 대해서는 문제로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양사의 기업결합심사가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라 가정을 해서 답변을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각 국의 경쟁당국(미국·유럽·일본)에서 지적하는 사항과 시정조치로 요구하는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 역시 “운수권이 회수되는 조건으로는 운수권을 받은 항공사에서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것 또는 해당 노선 운항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정부가 회수를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며 “그러나 김포∼하네다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고는 운항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서 정부가 운수권을 회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로선 국내에서는 김포∼하네다 노선 운수권을 LCC에 재분배할 계획이나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경쟁당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운항 중인 김포∼하네다 노선 독점을 지적하게 될 경우에는 LCC들이 이 노선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포∼하네다 운수권을 재분배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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