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영화 ‘소년들’로 관객 앞에 섰다. / CJ ENM
배우 설경구가 영화 ‘소년들’로 관객 앞에 섰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설경구가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로 관객 앞에 섰다.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 그는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지난 1일 개봉한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 온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극화했다.

극 중 설경구는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 황준철로 분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설경구는 “이 영화는 소년들의 이야기”라며 “황준철의 활약상이 주가 아닌, 소년들이 용기 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의 주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나도 이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게도 그저 지나간 사건, 머릿속에 묻힌 사건이었다. 많이 알려진 사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는 모른다.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극 중 황준철 수사반장을 연기한 설경구. / CJ ENM
극 중 황준철 수사반장을 연기한 설경구. / CJ ENM

설경구는 뜨겁고 열정 넘치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부터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혹독한 체중 간량을 통해 2000년과 2016년 사이 세월의 간극을 극명하게 표현, 몰입을 높였다.

이에 대해 그는 “살을 뺀 이유는 16년 후 준철이 힘이 쭉 빠져보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간극을 더 크게 주려고 했는데 주어진 시간 중에서는 최선이었다”며 “처음에는 3주 준비 기간을 준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촬영이 미뤄지면서 결국 일주일이 주어졌다. 미치겠더라. 방법이 없어 그냥 무작정 굶었다”고 떠올렸다.

설경구는 대표작 ‘공공의 적’ 시리즈에 이어 오랜만에 다시 형사 역할을 소화했다. 강철중과 비슷한 캐릭터를 피해왔다는 그는 “정지영 감독님이 강철중 한 번 하자고 해서 염려하긴 했지만, 정지영 감독님이라 단순하게 접근했다”고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소리를 지른 연기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정지영 감독과는 첫 작품이다. 설경구는 “묘했다”며 정지영 감독의 현장을 떠올렸다.

“현장이 묘했다. 스태프들이 감독님에게 와서 거침없이 이야기하더라. ‘나 선배, 너 후배’ 이런 게 없었다. 나도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정지영 감독도 그랬다. (정지영 감독이)현장에서도 엄청 뛰어다녔다. 보통 무전기로 이야기하는데 뛰어와서 이야기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설경구가 정지영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 CJ ENM
설경구가 정지영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 CJ ENM

정지영 감독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도 했다.

“정지영 감독님은 항상 긍정적이다. 감독님처럼 나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꼰대가 아니다. 작업하는 사람들을 모두 동등하게, 수평적으로 생각하는 분이다. 상하관계가 아니다. 좋은 어른 같다. 또 어른으로서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분이다. 이번 ‘소년들’ 역시 이런 사건이 또 생기지 않게 거울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자고 했다.”

설경구는 ‘소년들’을 통해 1999년 과거의 잊힌 사건이 아닌,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함께 마주하고 분노하며 공감하길 바랐다.

“세 소년이 ‘나는 살인범이 아니’라고 외치는 대사를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너무 촌스러웠다. 그런데 촬영할 때 확 오더라.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외치는 게 느껴졌다. 자기 목소리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세상에 대고 외치는 모습이 크게 오더라. 그것이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소년들’은 불의에 맞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봐야 하지 않을까. 관객도 그렇게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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