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료 신제품 5종 출시… 썬키스트 국내 상표권 확보
신약 개발은 뒷전… 외자사 의약품 국내 독점판권 4건 계약

광동제약이 올해도 건강드링크와 차 음료 등의 음료 라인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신약 개발 등 의약품 연구개발에는 소홀한 모습을 무늬만 제약사라는 꼬리표를 떼기란 어려워 보인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이 올해도 건강드링크와 차 음료 등의 음료 라인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신약 개발 등 의약품 연구개발에는 소홀한 모습을 무늬만 제약사라는 꼬리표를 떼기란 어려워 보인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이 올해도 음료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어 ‘무늬만 제약사’ 색채가 더 짙어지는 모습이다. 더불어 자체 의약품 개발은 하지 않으면서 외국계 제약사를 비롯한 기업의 제품을 도입해 라인업을 늘리는 행보도 보이고 있어 ‘도매상’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광동제약이 올해 출시한 음료 제품으로는 △3월 비타500 콜라겐 잔망루피 에디션 및 비타500 제로 △4월 당·칼로리 제로 블렌딩티 비앙떼 △5∼6월쯤 비타500 제로 스파클링 △11월 비타500 자몽·라임 등이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에는 미국 협동조합 ‘썬키스트 그로워스’와 한국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국내 음료 제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썬키스트 브랜드(상표) 사용 권한을 부여받았다. 광동제약은 내년부터 썬키스트 브랜드 제품들의 생산‧판매 및 신제품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앞서 2000년대 초부터 건강드링크 및 차(茶) 음료 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해 비타500 제품군과 옥수수수염차 등을 출시했으며, 2012년에는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하며 음료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음료 사업 부문의 매출 증대로 지난 2016년에는 창사 이후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외형성장을 이룩했다.

올해 비타500 라인 및 차 음료 제품군 확장, 썬키스트 국내 상표권 확보 등도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대표이사)이 제약 부문보다 음료 부문을 중요시하는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문제는 매출 1조원 이상으로 외형성장에도 의약품 연구개발(R&D)에는 투자가 인색한 점이다. 올해도 광동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이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원을 돌파했지만 동기간 R&D에는 매출의 1.8%인 123억원을 투자하는 데에 그쳤다.

반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제약사의 R&D 투자비용 및 매출 대비 비중은 △대웅제약 1,490억원(16.8%) △GC녹십자 1,488억원(12.2%) △한미약품 1,363억원(12.8%) △유한양행 1,354억원(9.5%) △종근당 1,026억원(8.8%) 등으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광동제약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동아ST나 일동제약도 올해 3분기 누적 821억원(14.8%), 841억원(18.9%)을 R&D에 투자했다.

주요 제약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 자체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힘쓰는 모습과 달리 광동제약은 신약 개발에 소홀한 모습이다.

광동제약의 R&D 투자비용이 저조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신약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임상 등 연구개발을 이어온 의약품은 미국 바이오기업 팔라틴 테크놀로지스 측과 기술도입(라이선스-인) 계약을 맺은 여성 성욕장애 치료제 ‘바이리시’ 단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광동제약에는 ‘무늬만 제약사’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 붙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동제약은 최근 의약품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외 제약사의 의약품의 국내 독점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행보를 보였다.

광동제약은 지난 3월 안과용제 전문 홍콩 제약사 ‘자오커(조과약업)’로부터 소아근시 신약후보물질 ‘NVK002’를 도입했다. 사측에 따르면 저용량 아트로핀 황산염 용액제인 NVK002는 저농도 제제 제조 시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기술력이 반영됐다. 광동제약은 NVK002의 아시아 권역 판권을 가지고 있는 자오커와의 계약을 통해 한국 내 수입·유통 등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갖는다.

이어 올해 5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시와 희귀의약품 △레베르시신경병증 치료제(락손) △파브리병 치료제(엘파브리오) △알파-만노시드 축적증 치료제(람제데) 3종의 국내 독점 기술도입 계약을 맺었다. 국내 독점 판매·유통 권리도 확보했다.

그러나 자체 의약품 개발을 하지 않고 해외 제약사의 의약품만 도입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매출 규모를 키우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유한양행과 제일약품 등이 이렇게 해외 제약사의 의약품을 떼다 파는 비중(상품 비중)이 높아져 ‘도매상’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은 바 있다.

제약업은 자체 개발한 제품(신약 등)이 많을수록 수익성도 따라서 높아지는 구조다.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국내외 타 제약사의 제품을 떼다 상품으로 되파는 제약사는 매출 규모를 키울 수는 있지만 대부분 수익성 측면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광동제약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3.4%에 불과하다. 주요 제약사들이 10%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부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제약사로 잘 알려진 한미약품은 한때 매출의 20% 이상을 자체 신약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가 빛을 발한 사례로 거론된다.

뿐만 아니라 광동제약처럼 타사 의약품이나 삼다수 등 상품에 의존하는 경우 상대 측에서 국내 유통사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 매출이 고꾸라질 우려도 존재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2013년 고(故)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타계 이후 10년간 최 부회장이 이끌어 온 광동제약은 음료사업을 강화하고 타사 상품에 의존할 뿐 이렇다 할 신약 개발 성과가 없는 점을 꼬집고 있다. 더불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면 광동제약의 수익성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광동제약의 수익성 제고와 자체 개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는 최성원 부회장에게 남겨진 숙제인 셈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광동제약 등 주요 제약사 3분기 분기보고서
2023.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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