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이 개최되면서 온라인 주류 판매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일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이 개최되면서 온라인 주류 판매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법으로 막아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주류업계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지만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온라인 주류 판매가 다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요 쟁점에 이목이 쏠린다.

◇ 10명 중 7명 “성인 인증 조치 확보되면 주류통신판매 찬성”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 혹은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주류 △식품명인이 제조한 주류 △양조장 소재지 관할 자치도 혹은 자치구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든 주류 중 제조면허 추천을 받은 주류 등에 대해서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국민의힘 최승재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아시아-태평양국제주류연합(이하 APISWA)이 주관하는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이 열리면서 해당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국내 주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주류통신판매 허용에 관련된 쟁점 및 향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엠브레인이 지난 9월 APISWA의 의뢰로 진행한 주류 소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월 1회 이상 주류를 음용하는 전국 남녀 1,000명 중 51%가 주류통신판매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긍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통신판매 허용에 대한 우려 사항으로는 ‘미성년자 술 구매 증가 가능성’이 77%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구매 단계에서의 성인 인증 강화 등 이와 관련한 충분한 조치가 확보된다면 주류통신판매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더 높아져 6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1인 가구 증가 및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관련 업체 및 소비자들의 주류통신판매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탈세 및 청소년 구매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온라인 구매 과정이 투명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주류산업 활성화” vs “국민 보건 우려”

온라인 주류 판매에 대한 주요 찬성 근거는 소비자의 편의 증진 및 주류산업 활성화다. 또한 주요 반대 근거가 되는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해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주류통신판매 허용과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 우려는 무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주류판매 애플리케이션 데일리샷을 이끄는 김민욱 대표는 “배달 주문을 받은 배달자가 대면 배달을 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물품을 수령할 때 성인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술을 구입할 때 성인 인증을 하듯이 온라인에서도 성인 여부를 파악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서는 대체로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주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이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OECD는 지난 2020년 한국 공중보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주류 정책 및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주자의 월간폭음율은 OECD 36개국 중 11위를 차지한다. 특히 과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5,0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년도보다 105명 늘어난 수준이다. 알코올 관련 사망률(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 역시 같은 기간 2.3% 증가해 9.8명을 기록했다. OECD는 한국이 음주로 쓰는 질병 비용이 4조6,000억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류통신판매가 가능한 OECD 국가의 경우 이를 보완하는 정책이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OECD는 우리나라에 △주류광고 및 미디어 음주 장면 규제 △주류판매점의 주류 판매 시간제한 △공공장소 음주 제한 제도 등을 제언했다. 특히 주류 가격 인상은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로 주류 가격에 대한 정기적인 검토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주류통신판매 논쟁에 있어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세청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며 원론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의 공중보건문제
2021. 02. OECD 및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국가법령정보센터
2022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2023. 09. 21.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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