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사 영업이익률 사실상 하락세
한신평, 연말 건설사 신용도 재검토 예정

3분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3분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3분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및 재무안정성 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건설사 합산 전체 PF보증규모도 급증함에 따라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 등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한 신용평가기관은 올 연말부터 기업어음 등의 신용등급 정기평가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신용도 전반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내년 불확실성 요인 점검 및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건설사들, 올 3분기 차입금·PF우발채무 등 유동성 부담 증가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발표한 ‘건설산업 2023년 3분기 실적 및 업황점검’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을 공시한 13개 건설사의 올 3분기 합산 매출액은 총 2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13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4.0%에 비해 0.6%p(퍼센트포인트) 낮은 3.4%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는 2.4%p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 2분기의 경우 GS건설의 사고 관련 일회성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13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특히 낮아졌다. 한신평은 만약 일회성비용이 반영안됐다면 13개 건설사들의 올 2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3.5%가 됐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즉 13개사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1분기 3.6%, 2분기 3.5%(일회성비용 제거 추정), 3분기 3.4%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올해 들어 사실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차입금‧PF우발채무 부담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9월말기준 13개사의 순차입금 총액은 3조1,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조1,000억원 증가했다. 또한 PF보증이 존재하는 15개사의 합산 PF보증액은 총 28조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26조원과 비교해 2조원 늘어났다.

◇ 한신평, 올 연말 건설사 대상 신용등급 재검토

여러 불확실 요인으로 인해 내년 경기도 어두워질 전망이다. 한신평은 연초 회복세를 보였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둔화 조짐, 최근 고분양가에 따른 일부 수도권 지역 미분양 사태 등에 따라 올 연말부터 지방을 포함해 수도권까지 분양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건설사들의 PF보증 중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미착공사업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데다 고금리 기조, 공사비 증가, 경기 침체 등까지 겹쳐 우발채무 현실화 등 향후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한신평은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두 달 동안 예정된 기업어음·단기사채 정기평가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신용등급 A등급 이상 건설사를 포함해 BBB등급 이하 중견건설사를 대상으로 PF 우발채무 부담,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 미분양 및 유동성 대응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이 내년 경기 불확실 요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뉴시스
건설사들이 내년 경기 불확실 요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뉴시스

◇ 건설사, 내년 경기 불확실 요인 대응 마련 착수

올 3분기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연말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발생하자 건설업계는 내년 경기 관련 불확실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내년에도 고금리 유지로 인해 주택시장 심리가 얼어붙고 이에 따라 주택발주‧구매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곧 입찰‧착공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의 수주‧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팔 전쟁 등과 같은 돌발변수도 불확실 요인을 작용할 듯 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리 등락에 따라 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큼에 따라 부실 사업장 수주를 최대한 지양할 계획”이라며 “또한 철저한 국내외 사업장 수금관리를 통해 보다 철저한 현금성 자산 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내년 경기 관련 불확실 요인으로는 추가 금리인상 및 PF 사업 부실화 가능성, 이에 따른 자금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지연, 4·10 총선 등은 정치적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부동산·건설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해 원가율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다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견해도 있었다. 건설사 C사 관계자는 “원자재가격과 이-팔 전쟁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내년 경기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면서도 “단 원자재의 경우 더 이상 상승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전쟁 등 중동 리스크는 회사가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현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들이 최근 매출에 크게 기여한 만큼 해외 인프라·플랜트 사업 추진을 확대함과 동시에 알짜배기 위주의 국내 주택사업 수주, 하이테크 시설공사 수주 등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국내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건설사 D사 관계자는 “대부분 예상하듯 고금리·고물가 기조,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주택 경기가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그럼에도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주택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기에 올 연말부터 부동산·건설 경기를 집중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돈이 되는 서울·수도권, 대도심지 주변 주택 사업 수주전은 올해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지방 분양시장은 서울·수도권보다 더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이-팔 전쟁 등에 따른 고유가로 각종 원자재가 오를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곳간 쌓기에도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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