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내년 경기 불확실 기정 사실”… 전문가 “건설사, 자구책 시행해야”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다수의 중견 건설사가 내년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뉴시스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다수의 중견 건설사가 내년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경기를 전망하는 각종 지표들까지 부정적인 수치를 보임에 따라 건설업계 내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사업 다각화가 어렵고 자본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심하면 내년에 줄도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기초체력이 부족한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 밖의 중견 건설사는 내년부터 더 큰 시련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부동산 PF 시장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등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종합건설사 폐업 전년비 68% 증가… 내년도 고금리저성장 유지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종합건설사의 폐업건수(이달 16일 기준)는 총 4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기간 284건에 비해 무려 68.7% 급증한 수치다. 소규모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사들의 폐업건수는 지난해 2,095건에서 올해 2,525건 20.5% 증가했다.

실제 올해 들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중견 건설사 속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초 서울회생법원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상대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린데 이어 3월 말에는 범현대가에 속한 중견 건설사 에이치엔아이엔씨가 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다음으로 5월에는 시평 순위 100위권에 속한 대창기업이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9월 초 서울회생법원은 대우산업개발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문제는 중견 건설사들의 도산이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건설경기에 대한 각종 전망 수치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내년 국내 건설 수주 규모가 올해에 비해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금리 기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 내년에도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가 7월말 5.50%까지 오른 뒤 지금까지 동결됐으나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기에 10월 초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81%를 넘어서면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대부분 국가들의 물가가 정책 목표치인 2%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곧 민간·가계 등 경제주체에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내년 위기 대응을 위해 중견 건설사들이 부실사업장 정리, 분양가 할인 등 자구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전문가들 내년 위기 대응을 위해 중견 건설사들이 부실사업장 정리, 분양가 할인 등 자구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 전문가들 “건설사, 내년 위기 돌파 하려면 자구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들이 분양가 할인, 부실사업장 정리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만기 연장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고물가로 인한 인건비 상승 △여전히 높은 원자재가격 등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특히 중견 건설사는 자본여력이 없다보니 부채를 늘려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인데 부채가 증가하니 금융비용 관련 압박·부담감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있다면 대형건설사는 50억원만 있어도 할 수 있는데 중견 건설사는 80~90억원을 빌려야만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견 건설사가 내년 위기에 대응하려면 자금 여력을 빨리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매각 등을 통한 부실사업장 정리 △리스크 배분을 위한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 추진 △수익성 위주 사업 선별 추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9월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PF 지원책에 대해선 “힘들다는 사람한테 물 한모금 준 것일뿐”이라며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높아진 금리로 인해 후회하는 업체들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원활하지 못한 현금흐름이 문제”라며 “미분양 증가 등으로 현금흐름이 원활치 못하면 중견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올해에도 유동성 위기로  문닫은 중견 건설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뒤이어 “중견 건설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인 부동산 PF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금리”라며 “금융당국은 건실한 중견건설사에 한해 대출 만기 연장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책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며 “높아진 공사비로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면 시행사‧조합·시공사 등 사업주체들이 협의해 각각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건설경기 전망에 대해선 “러-우크라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팔 전쟁까지 발발해 내년은 더욱 힘든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쟁이 발발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혼선이 발생한다. 이는 곧 국제 무역량이 상당한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 건설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예측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이 중견 건설사의 3대 애로사항”이라며 “정부가 이자를 낮춰 줄 수 없는 만큼 만기 연장과 같은 지원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분양가 할인, 경영 혁신에 따른 비용 절감 등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부동산 PF 문제도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면 했지 내년 상반기에는 절대 못 내린다. 상황에 따라 하반기까지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 중견 건설업계 “내년 경기 불확실성 가득할 것… 규제 완화 필요”

중견 건설업계에서도 내년 경기 역시 힘들어 질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중견 건설사 A사 관계자는 “5%대였던 부동산 PF금리가 10%까지 급등한 상황에다 새마을금고 등 금융기관의 PF대출 관리 강화로 PF대출 자체가 안되는 중견 건설사가 늘었다”며 “결국 대형건설사 위주로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런 환경에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과연 안정적인 사업을 몇 개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건설사들의 분양가 할인은 사업단계별로 봐야 하는데 이미 준공한 곳은 시공사가 할인분양 가능하다”며 “문제는 착공 이후 분양한 뒤 공사 중인 곳들인데 이런 곳은 분양가 할인이 어려워 향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단 내년 상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내년 고금리 기조 유지로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질 테고 금융기관들은 FP대출 실행 과정에서 아파트보다 수익성이 적은 오피스텔‧주상복합‧지식산업센터‧물류센터 등의 사업은 철저히 배제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사실상 답이 없는 상태”라며 “전쟁이 두 군데서나 치러지는 상황에서 공사비는 나날이 올라 평당 700만원에서 850만원까지 상승했다. 고금리로 PF대출은 극히 어려워졌고 일할 사람은 적은데다 고물가로 인건비까지 급등했다”고 호소했다.

뒤이어 “현 상황에서는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부상금 완화 등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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