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일본 최고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첫 협업작이자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수상 음악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는 지난 10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괴물’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 놀라운 스토리텔링과 내면을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 묵직한 화두까지 던지며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아역 배우 쿠로카와 소야‧히이라기 히나타부터 안도 사쿠라‧나가야마 에이타 등 성인연기자들의 압도적인 열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아 온 그는 이번에도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괴물’을 완성한다.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이영실 기자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이영실 기자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괴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직접 가서 대면으로 질의응답을 해야 하지만 촬영 중이라 직접 갈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양해를 구한 뒤 “이 영화가 한국의 많은 관객들에게 잘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의 출발에 대해 “2018년 사카모토 유지를 통해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다”며 “줄거리를 읽어가면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누가 나쁜지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나 또한 진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스릴이 있었고 나는 절대로 쓸 수 없는 플롯이라고 생각했다”며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의 협업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또 “3장으로 이뤄진 구성인데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오는데, 그 세계를 내게 맡기고 싶었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며 “누군가 던진 공을 아주 잘 받아서 다시 잘 던져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소년의 불안하고 여린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NEW
두 소년의 불안하고 여린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NEW

‘괴물’은 소년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사회에서는 아직도 대부분 동성혼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가족의 형태, 사랑의 형태 등에 대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면에 있어 매우 좁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일본의 제도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만 인간 내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말들, 예를 들면 호리 선생이 아이들에게 내뱉는 ‘남자다움’이라든가 하는 표현처럼 상대를 상처주기 위함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인데 누군가에게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는, 누구도 가해하지 않았지만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3장을 다 보고 나면 상황을 제대로 알게 된다”며 “그때 관객 중에는 ‘알고 보니 괴물은 나였구나’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괴물 찾기를 하는 화살을 여기저기 돌리다 결국엔 그 화살이 내게 돌아오는 구조라는 점이 이 이야기의 뛰어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느낀 긴장감과 나도 모르게 괴물을 찾게 되는,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하는 생각을 관객들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 비슷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호연을 펼친 히이라기 히나타(왼쪽)와 쿠로카와 소야. / NEW
호연을 펼친 히이라기 히나타(왼쪽)와 쿠로카와 소야. / NEW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의 호연도 돋보인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그동안 아역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난 순간 이 아이라고 느껴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역시 그랬고, 오디션 과정에서 단연 가장 뛰어났다”고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전작들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디션을 먼저 진행한 후 아역 배우들의 평소 사용하는 말이나 말투 등을 반영해 캐릭터를 구현했지만 ‘괴물’은 달랐다. 완성된 각본을 먼저 건네고 대본 리딩도 하며 성인 배우와 동일하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를 찍을 때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내가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바로 즉흥적으로 연기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대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하는 자리도 많이 가졌다”며 “성교육을 포함해서 LGBTQ 등을 지원하는 선생님을 일부러 모셔와 아역 배우는 물론이고 현장 스태프까지 모두 교육을 받았다. 아역 배우 관련해서는 당연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진행했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만들어 나갔다. 새로운 시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안도 사쿠라(사진)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 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안도 사쿠라(사진)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 NEW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를 연기한 안도 사쿠라와는 ‘어느 가족’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연기해 줬다”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작에서 함께 했을 때 밑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빨리 다시 작업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1시간 동안 설득했다. 반강제로 출연해 준 게 아닌가 싶다. 끈질기게 조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고 사카모토 류이치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워했다. 먼저 사카모토 유지 작가에 대해서는 “뛰어난 각본가”라며 “내가 각본을 쓸 때는 일상 묘사를 겹겹이 쌓아가다가 그것이 어떠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한다. 묘사가 먼저 들어가고 스토리가 나중에 형성된다. 하지만 사카모토는 처음부터 플롯 안에서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관객의 생각을 왔다 갔다 하게 하면서 갖고 논다”고 높이 평가했다. 

고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해서는 “이 작품이 그분의 유작이라는 게 안타깝다”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 음악계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초월해 계속해서 그분의 음악을 듣게 될 거다. 그분의 작업에 내 영화가 조금이라도 관여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긍지다”라고 존경을 표했다. 

끝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은 일본의 아주 작은 마을에 있는 아주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아주 작게 보이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며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 단절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꼭 극장에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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