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규 “힐튼 계약 5년 이상 남았다” 공언 4개월 만에 결별 선언
아난티 힐튼 부산→아난티 앳 부산 코브… ‘힐튼’ 대외 홍보수단 이용

아난티가 올해를 끝으로 아난티 힐튼 부산 호텔에서 ‘힐튼’ 브랜드를 뗀다고 선언했다. 앞서 2018년 초에는 힐튼 남해 리조트에서도 힐튼 브랜드를 뗀 바 있는데, 이번 아난티 힐튼 부산에서도 힐튼을 떼면서 아난티가 힐튼과 완전한 결별을 알렸다. / 아난티 힐튼
아난티가 올해를 끝으로 아난티 힐튼 부산 호텔에서 ‘힐튼’ 브랜드를 뗀다고 선언했다. 앞서 2018년 초에는 힐튼 남해 리조트에서도 힐튼 브랜드를 뗀 바 있는데, 이번 아난티 힐튼 부산에서도 힐튼을 떼면서 아난티가 힐튼과 완전한 결별을 알렸다. / 아난티 힐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호텔·리조트 그룹 아난티가 ‘힐튼’과 완전한 결별을 알렸다.

아난티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난티 힐튼 부산 호텔’의 명칭을 12월 31일부로 ‘아난티 앳 부산 코브’로 변경하면서 힐튼과의 계약을 종료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아난티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서 힐튼을 뗀 것에 이어 ‘아난티 힐튼 부산 호텔’에서도 힐튼을 떼면서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와 연을 끊고, 완전한 ‘독자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아난티의 이번 결정은 이만규 아난티 대표이사의 독자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계약 기간이 약 5년 정도 남았음에도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면서까지 독자경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된다.

이만규 대표는 지난 7월 26일 부산 기장 ‘빌라쥬 드 아난티’ 미디어 팸투어 간에 열린 질의응답에서 “아난티 힐튼 부산의 힐튼 브랜드 계약은 5년 이상 남았다”고 공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난티 힐튼 부산이 2028년께까지는 힐튼 브랜드를 내걸고 영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아난티는 힐튼 브랜드를 떼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아난티가 당장 계약을 해지,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힐튼의 색채를 지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난티와 힐튼의 결별은 예견된 것”, “그럴 줄 알았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는 그간 아난티가 힐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다분히 애를 썼기 때문이다.

아난티 힐튼 부산은 2017년 7월 오픈 당시 호텔 이름이 ‘힐튼 부산’이었다. 그런데 2020년 9월 아난티 측이 힐튼과의 협상 끝에 자신들의 사명을 호텔 이름 앞에 붙여 ‘아난티 힐튼 부산’으로 호텔 명칭을 바꿨다. 당시 호텔명 앞에 사명을 붙인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아난티의 ‘성공적인 빅딜’이라고 평가했다. 두 가지 이상의 고유명사를 합쳐 상호를 만들 때는 앞에 붙는 명칭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아난티 힐튼 부산 오픈 당시 아난티가 힐튼과 체결했던 ‘매니지먼트’ 계약 조건을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변경했다. 매니지먼트 계약은 호텔의 전반적인 운영을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전부 맡아서 해주는 대신 매월 수익의 일부를 지급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계약은 단순히 브랜드만 빌려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변경하는 것은 글로벌 호텔 체인의 간섭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아난티의 힐튼 브랜드 계약 해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 힐튼
아난티의 힐튼 브랜드 계약 해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 힐튼

업계에서는 아난티의 힐튼 결별 선언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아난티 브랜드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고, 독자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힐튼을 뗀 것으로 보인다”라는 것과 “남은 계약 기간 동안 브랜드 이용료를 내는 것과 위약금을 내는 것의 실익을 따져본 결과로 보인다” 등의 평가가 있다.

반면 ‘아난티가 힐튼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난티’라는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힐튼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난티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홍보를 할 필요성도 존재했는데, 아난티를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힐튼 브랜드를 내걸고 힐튼의 글로벌 예약망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 아난티가 독자 브랜드라는 점에서 브랜드 포지셔닝이 필요했는데, 아난티가 힐튼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상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용도로 힐튼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힐튼이라는 브랜드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스탠다드)이 존재해 호텔 소유주인 오너사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데, 아난티가 이러한 세세한 부분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 브랜드 계약을 해지하게 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힐튼과의 결별과 관련해 아난티 측은 ‘아난티 호텔이 늘어남에 따라 호텔 브랜드명을 ‘아난티 앳’에 지역명을 더한 형태로 통합하는 과정에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만규 대표는 “아난티 호텔명의 일원화는 단순한 브랜드명 통합이 아닌 아난티 호텔만이 보유하고 있는 독창적 콘텐츠를 더욱 전략적으로 선보이며, 아난티의 역량과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자 하기 위함”이라며 “아난티만의 창의적인 디자인과 독창적 경험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호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티의 이번 결정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내년 실적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한편, 국내에서 힐튼 브랜드 호텔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앞서 서울 홍제동에 위치한 ‘그랜드 힐튼 서울’이 지난 2020년부터 ‘스위스 그랜드 호텔’로 운영을 시작하면서 힐튼 브랜드를 뗐으며, 남산 자락에 위치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어 부산에 위치한 아난티 힐튼 부산까지 내년부터는 독자경영에 힘을 싣기 위해 힐튼 브랜드를 뗀다. 힐튼 브랜드 호텔이 줄줄이 사라지자 일부 소비자들을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아난티 <호텔 브랜드명 ‘아난티 앳’으로 통합> 발표자료
2023. 11. 30 아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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