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이 넷플릭스 영화 ‘독전 2’(감독 백감독)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배우 차승원이 넷플릭스 영화 ‘독전 2’(감독 백감독)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88년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1997년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며 어느덧 데뷔 35년 차를 맞은 차승원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다”며 열정을 불태웠다. 넷플릭스 영화 ‘독전 2’(감독 백감독) 브라이언 역시 그의 열정과 애정이 깃든 캐릭터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독전 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사라진 락(오승훈 분),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 분)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이다.

2018년 개봉해 5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독전’(감독 이해영)의 두 번째 이야기로, 용산역 혈투 이후 원호와 락이 노르웨이에서 만나기까지 전편에서 생략된 이야기를 풀어낸 미드퀄 형식의 영화다. 

극 중 차승원은 1편에 이어 ‘빌런’ 브라이언을 연기했다. 1편에서 조직의 숨겨진 인물로 ‘이선생’을 자처했던 브라이언은 2편에서 원호의 작전 끝에 검거되지만 극적인 탈주에 성공하며 새로운 기회를 도모한다. 

차승원은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해 마약 비즈니스를 접수하려는 브라이언의 욕망을 보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과 흥미를 더한다. 특히 차승원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브라이언을 쇠약하게 표현하기 위해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표정과 눈빛,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내밀하게 캐릭터를 빚어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차승원은 ‘독전 2’를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엇갈리는 평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나온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차승원이 ‘독전 2’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차승원이 ‘독전 2’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공개 후 작품을 향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반면 ‘브라이언의 영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행복하게 찍었다. 재밌게. 요즘 현장에서 날카롭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게 연기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브라이언이) 그렇게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1편과 거의 비슷할 거다. 그런데 1편에서는 소위 말해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많았고 하중이 다른 인물에게 가서 2편에서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다.”

-전편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한데. 

“그 인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고 대입하고 비교하게 되고 그러니까 약간의 콤플렉스를 안고 가는 영화일 수 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니까 그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도 있고 (김)주혁이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분명히 ‘빌런’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상을 해내는 게 참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난 (한)효주가 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효주도 그렇고 (오)승훈도 그렇고 참 성실하게 열심히 잘했다. 다만 전편에서 그런 캐릭터가 나왔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평가는 관객의 몫이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2편만의 강점을 느낀 지점은. 

“영화 전반적으로는 잘 모르겠으나 내 역할을 따져봤을 때는 그래도 마무리를 그나마 했다는 점이 좋았다. 마무리를 잘하고 아웃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면 뭐 브라이언은 괜찮지 않았나 생각한다.”

-2편은 어떻게 접근했나. 

“1편을 다시 봤는데 브라이언이 죽었다는 정보가 나오진 않았더라. 심하게 다쳤다는 것 이후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대미지를 입었으니 기본적으로 잘 걷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아버지가 전신 화상을 입었었는데 앓는 소리를 많이 내셨다. 아주 고통스러우니까. 그런 기억에서 착안했다. 또 얼굴은 그때와 다르길 바랐다. 사연도 많고 노쇠하고 탐욕도 많고 욕망도 많은. 2편에서는 허풍과 허세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큰일을 겪고 난 후의 얼굴을 표현해 보자 생각했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브라이언을 더욱 입체적으로 빚어낸 차승원. / 넷플릭스
자신만의 해석으로 브라이언을 더욱 입체적으로 빚어낸 차승원. / 넷플릭스

-말투나 표현 등 수위 조절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더한 것도 사실 많았다. 욕도 하고 그랬다. 점잖은 것처럼 하지만 툭 내뱉는 말들을 중간중간 더 넣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꼭 욕이 아니더라도. 그래야 이 사람이 현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붕하고 떠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그런 요소들을 집어넣길 바랐다. 이런 장르물을 할 때 그런 고민의 지점들이 꽤 있다. 나와 가까운 영화가 아니니까. 일단 해본다. 그러다 안 좋으면 걷어내면 되는 것이고 하기도 전에 굳이 막을 필요는 없잖나. 그런 말투를 쓰면 안 되는 직책인데 툭 그냥 던져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신선하고 의외의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게 아주 효과적으로 쓰일 때가 꽤나 많다.” 

-이해영 감독에 이어 2편은 백감독과 작업했다. 어땠나.  

“백감독은 20대 때부터 봐 온 사람이다. 나하고 광고를 엄청 많이 찍었다. 그래서 이해영 감독보다 친숙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2편을 백감독이 찍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이해영 감독은 진득한 스타일이고 백감독은 콤팩트한 스타일이다. 광고도 그렇게 찍으니까. 말수가 적은 건 비슷한 것 같다.”

-조진웅은 어땠나.

“너무 좋은 배우다. 진웅이랑은 다른 장르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어떤 장르를 해도 참 좋은 배우고 일단 해석 능력이 뛰어나다. 앞으로 뭘 할지 모르겠지만 저 배우랑은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는 배우들이 있잖나. 진웅이가 그렇다. 꼭 한 번 다시 만나서 작품을 하고 싶다.”

여전히 뜨거운, 차승원. / 넷플릭스
여전히 뜨거운, 차승원. / 넷플릭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배우만의 위트와 유머가 더해져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이 탄생한다. 이유가 있다면. 

“그거(유머와 위트) 없으면 진짜 싫어한다.(웃음) 매 요소요소 그걸 찾기 바쁘다. 캐릭터를 만나면 보물찾기를 하는 거다. 장르물, 스릴러나 누아르는 물론 장르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것에 고착되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다. 딱딱해지고. 물론 잘 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못견딘다. 그래서 그것을 완충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 그런 유머나 위트인 거다. 사람들에게 쉽게 와닿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나도 장르에 고착화된 접근과 연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꼭 이래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내게 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그대로 하면 내가 할 이유가 없잖나.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거다. 브라이언도 그 연장선에서 조금 발전시킨 거다. 브라이언은 이름부터 약간 재수 없는 캐릭터잖나.(웃음) 땅에서 한 3cm 떨어진 캐릭터다. 난 그런 걸 되게 싫어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안착시킨 거다. 허풍도 있고 빈 구석도 있고 그렇게 조금씩 바꾸는 거다.”

-어느덧 데뷔 35년 차다. 느끼는 변화가 있나.  

“이제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도 오래 하고 애들도 크고 그러니까 한쪽에 국한되거나 편협한 게 아니라 넓어진 거 같다. 예전에는 2등을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2등이면 어때 싶다. 1등도 못하는 2등이 아니거든. 3등, 4등 해도 괜찮다. 그게 진짜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게 자신 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급격하게 사라진다면 난 이 일을 그만둘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내 자리가 있고 내 롤이 있으니까 나는 충분하다. 오케이, 괜찮다. 그럼 되는 거다. 하기 싫은데 하는 것은 안되거든. 너무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많이 사랑해 주고 찾아주신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방대해졌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잘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할 게 많다. 한 것보다 더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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