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가 영화 ‘3일의 휴가’로 관객 앞에 섰다. / 에이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신민아가 영화 ‘3일의 휴가’로 관객 앞에 섰다. /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신민아가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로 관객 앞에 섰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백반집을 운영하는 진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세상의 모든 딸들의 마음을 울린 그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6일 개봉한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 분)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9년 ‘나의 특별한 형제’로 따뜻한 연출력을 선보인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7번방의 선물’ 각색, ‘82년생 김지영’ 각본에 참여한 유영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신민아는 미국 교수직을 내려놓고 돌연 시골집으로 돌아온 딸 진주를 연기했다. ‘갯마을 차차차’ 속 사랑스러운 캐릭터부터 ‘우리들의 블루스’ 엄마 역할, ‘디바’ 속 광기 어린 서늘한 얼굴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관객을 매료해 온 그는 ‘3일의 휴가’에서도 한층 깊어진 열연으로 마음을 흔든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신민아는 ‘3일의 휴가’를 택한 이유부터 엄마로 분한 김해숙과의 연기 호흡, 촬영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로 데뷔 26년 차가 된 그는 배우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더 단단해진 마음가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에 끌렸나. 

“요즘 주제나 상황이 센 영화들이 많잖나.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보편적인 감정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가깝고 소중해서 놓치고 있던 감정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물론 복자와 진주의 상황이 있지만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시나리오였다. 또 배우로서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실제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겠다.   

“평소 엄마와 친구처럼 잘 지낸다. 안부도 잘 묻고 엄마를 한 여자로 봐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진주의 모습이 있을 때 안타까웠다. 가까운 사람한테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잖나.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성인이 되고 어느 시점부터 다 사랑으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소중한 감정을 계속 느껴야 한다고 강박처럼 생각해 온 것도 있다. 그래서 더 진주의 감정에 공감했던 것 같다.”

모녀로 연기 호흡을 맞춘 신민아(왼쪽)와 김해숙. / 쇼박스
모녀로 연기 호흡을 맞춘 신민아(왼쪽)와 김해숙. / 쇼박스

-김해숙과의 호흡은 어땠나.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선생님이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 주셨다.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현장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 또 선생님이 워낙 따뜻하고 순수하고 솔직하시다. 그런 점에서 힘을 얻었다. 김해숙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만으로도 진주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정도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진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캐릭터다. 엄마를 잃고 난 직후의 감정을 너무 오래 갖고 가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큰 슬픔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려고 하고 엄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포인트로 가져가려고 했다. 진주가 엄마를 만나고 오열하는 장면이 원래 시나리오에는 있었다. 그런데 진주가 어렸을 때 이후 처음으로 보통의 딸처럼 하는 모습이 더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겠다.

“쉽지 않았다. 감정을 절제하기가. 오히려 표출하는 것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허설할 때도 너무 많이 울었다. 감독님이 지금 울면 안 된다고 말리고 그랬다. 대사 자체도 너무 슬프고 선생님이랑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못 견딜 정도로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정말 꾹꾹 참으면서 했다. 진주가 엄마와 너무 떨어져 있기도 하고 해서 미운 감정이 많았잖나. 꿈에서는 사랑스러운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엄마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애교도 피우고 진짜 엄마와 딸처럼 보이는 게 감정의 마무리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   

신민아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봤다. /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신민아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봤다. /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옆에 있지만 보이지 않은 척하는 연기는 어땠나.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지 않잖나. 선생님이 옆에서 ‘진주야’하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자제하기 힘들기도 했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것처럼 하는 연기는 너무 웃겼다. 항상 대사를 듣고 리액션을 하는 훈련이 돼 있잖나. 그래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는데 몇 번 하다 보니 또 되더라.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

-요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평소 요리를 즐겨 하나.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이고 실제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다면.

“무만두가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도 음식을 맛있게 해주셔서 찍을 때도 맛있게 먹었다. 힘들었던 것은 무를 칼질할 때였다. 연습을 많이 했다. 요리하는 것은 막 서툴진 않지만 즐기진 않는다.(웃음) 토란국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때 되면 토란국을 끓여주셨는데 애들은 토란을 잘 안 먹는데 나는 그때부터 되게 잘 먹었다. 엄마가 많이 해준 음식이 결국 좋아하는 음식이 되는 것 같다.”

-‘갯마을 차차차’ 같은 로맨스뿐 아니라 ‘디바’ ‘우리들의 블루스’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은 데뷔 후부터 그랬다. 배우로서 여러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고 해도 해도 갈증이 있다. 욕심이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아직까지 남아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 더 편하고 행복하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좋은 연기도 할 수 있잖나.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가 생긴다. 더 잘하라고. 그것에 너무 갇혀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망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잘 돌보자는 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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