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로 돌아온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로 돌아온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로 돌아온 배우 김윤석은 결코 쉽지 않았던 도전을 두고 그저 ‘진실’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진심’으로 빚어낸 결과물은 늘 그랬듯 관객에게 고스란히 가닿았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1,76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2014),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사로잡은 ‘한산: 용의 출현’(2022) 뒤를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지난 20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김윤석은 이순신을 연기했다. 임진왜란 마지막 해 최후의 전투를 앞둔 장군 이순신으로 분한 그는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과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면모뿐 아니라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 이순신의 모습까지 깊은 연기 내공으로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신중하면서도 대담한 카리스마를 지닌 ‘장군’ 이순신과 그 이면에 깊은 고뇌를 지닌 ‘인간’ 이순신의 면면을 폭넓게 표현하며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윤석은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소감부터 김한민 감독과의 작업, 촬영 비하인드 등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하기까지, ‘노량: 죽음의 바다’와 함께한 순간을 돌아봤다.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빈말이 아니라 끝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영화만 해도 수백 편이 나왔다. 임진왜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전쟁이었고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뛰어난 작품으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노량: 죽음의 바다’를 끝냈으니 먹먹한 마음은 든다. 영화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고 여러 생각이 든다. 이번 ‘노량’에서 이순신의 모습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생각한다.”

-처음 역할을 제안받고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나. 

“솔직히 그런 것은 없다. 다만 내가 이제 이 배역을 할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에서는 20대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고 30대에 ‘햄릿’, 40대에 ‘맥베스’ 그리고 50대에 마지막 ‘리어왕’으로 방점을 찍으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처럼 50대에 이순신이라는 역할을 맡게 됐구나 그런 감회는 있다.”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한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한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안받는 역할이나 작품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나.

“조금 더 어려운 역할이 오기 시작한다. 어려운 역할과 책임져야 할 역할들. 변했다는 느낌보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게 주어지는 역할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는 ‘추격자’ 엄중호처럼 달리진 못할 거다.(웃음) 조금씩 혜안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러면서 더 나이 들어가고 그렇게 되겠지.”

-‘노량’만의 이순신을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하다. 김한민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한민 감독이 ‘명량’ ‘한산’ ‘노량’ 각 작품에서 이순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다 계획했더라. 이 사람은 다 계획이 있구나 싶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 김한민 감독과 하루 종일 시나리오를 놓고 대화를 했다. 둘이 마주 앉아서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어떤 의미를 담았고 어떤 의도인지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명량’에서는 기적적인 승리, ‘한산’에서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한데 ‘노량’에서는 승리보다 전쟁의 의미가 더 중요했다고. 과연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일어났다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루 종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관해서는 김한민 감독만큼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줄 나온다. ‘명량’을 만든 지 10년 됐지만 준비는 한 20년쯤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독의 계획안에서 이순신을 연기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순신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진실 되게 표현하자는 마음이었다. 사방에서 싸우고 있다. 병사들의 아우성이 들리고 그것이 거의 절정에 오르게 되는데 자신 때문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마지막 할 수 있는 말만 하는 거다.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고 위대한 영웅의 위대한 죽음을 그렇게 그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윤석이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이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이 ‘명량’ ‘한산’ 속 이순신의 모습을 모두 담은 뛰어난 배우라고 평가했다.

“김한민 감독이 왜 저런 말을 해서 내가 오늘 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나 부담스럽다.(웃음) 나는 ‘명량’ 이순신도 ‘한산’ 이순신도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자체가 그러니까. 당연한 거다. 마찬가지로 ‘노량’에서 이순신 모습도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정재영이 그런 말을 했다. 기적적인 승리, 압도적인 승리를 했지만 더 피폐해진 더 고독해진 이순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김한민은 어떤 감독이었나.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눠서 찍겠다고 계획하고 그것을 실제로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김한민 감독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1편만 찍어도 10년은 늙는 거거든. 웬만한 사람 아니면 못버틴다. 나가떨어진다. 이 감독의 능력에서 최고 점수를 주고 싶은 게 끈기다. 얼마나 옆에서 흔들겠나. ‘이만하면 됐다’부터 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는데 딱 집념으로 흔들림 없이 간 거다. 앞서도 말했지만 김한민만큼 이순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정말 많이 공부했다. 직접 찾아가고 이순신 학회도 있고 지형을 직접 파악하기도 하고 그 정도의 성실함이 있는 사람이다. 아이디어만으로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성실해야 하고 끈기가 있어야 한다. 김한민 감독에게 그런 것을 느꼈다.”

-이순신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이 달라진 부분도 있나.

“누가 뭐래도 자기 소신껏,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분이었다. 7년 동안 일기를 쓸 만큼의 성실성, 본인이 맡아야 할 책임감. 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성웅 이순신으로만 생각했는데 그에 대해 더 알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영웅이나 성웅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700년 전 이 땅에 있던, 7년간의 전쟁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간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살면서 가장 천벌을 받는 게 자식이 죽는 것을 보는 거라고 하잖나.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온몸이 덜덜 떨리더라.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정말 자식이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몸이 떨려서 대사가 잘 나오지 않는 그런 경험을 했다.”

-김한민 감독의 끈기에 가장 큰 점수를 준다고 했는데, 배우 김윤석에게는 어떤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나.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는 것은 굉장히 민망한 지점이다. 그저 김한민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노량’에서의 이순신의 모습을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했다는 이야기는 드리고 싶다. 잘했든 못했든 관계없이. 이번 작업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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