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별 PF우발채무 차환리스크, 분양경기 침체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등 부각

최근 신평사들이 연달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뉴시스
최근 신평사들이 연달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연말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신평사)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등급조정과 함께 신평사들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평사들의 이같은 전망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아킬레스건인 PF우발채무의 차환리스크 현실화, 분양경기 침체 장기화,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낸 건설업계는 자칫 내년이 더욱 힘든 해가 되지 않을까 고심 중이다. 특히 위기 대응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와 중견 이상급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조정되면서 내년에는 중소·중견 건설사 위주로 위기가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 연말 신용등급 하향 조정 대상에 중견 이상급 건설사 포함 

최근 신평사들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신용등급 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이 시공능력평가순위 50위 이내 상위권에 속한 건설사라는 점이다.  

먼저 지난달 16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신세계건설은 모기업인 이마트의 신용등급 변동의 주 원인 중 하나로도 작용했다. 이달 19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게 조정했다. 같은날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도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AA/Stable(안정적)’에서 ‘AA/Negative(부정적)’으로 변동시켰다.

두 신평사 모두 신세계건설의 실적 악화가 이마트의 수익성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또 향후 신세계건설의 PF우발채무 현실화 등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불확실 요인으로 진단했다. 

이어 지난 21일에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등급을 동시에 하향 조정했다.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은 기존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등급은 ‘A2(0)’에서 ‘A2(하향검토)’로 각각 내려잡았다. 같은 날 한기평도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다음으로 지난 22일 한기평은 동부건설의 기업어음 등급을 ‘A3+’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같은 날 연이어 GS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로, 기업어음 등급은 ‘A2+(부정적 검토)’에서 ‘A2’로 각각 변동 조정했다. 

내년 PF우발채무 대비 재무대응력이 부족한 건설사 위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 뉴시스
내년 PF우발채무 대비 재무대응력이 부족한 건설사 위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 뉴시스

◇ 신평사, 건설사 신용등급 낮게 조정한 이유

올 연말 신평사에 의해 신용등급이 변동된 건설사들의 주요 지적사항은 PF우발채무 차환리스크다. 

지난달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한신평은 △민간 건축사업의 분양 실적 부진으로 인한 사업 변동성 증가 △공사원가 상승 및 미분양사업장 손실로 영업적자 지속 △공사비 관련 자금 소요와 PF우발채무 등으로 늘어난 재무부담 등을 등급 변동 이유로 들었다.

태영건설 역시 PF우발채무 차환 리스크가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PF보증 가운데 미착공 또는 착공 후 분양 전 사업장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업진행 차질이나 저조한 분양경기가 장기화될 경우 PF차입금 상환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기평은 올 하반기들어 PF유동화증권 차환 여건 저하로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이 급증했다며 향후 비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기평은 공사원가 상승 및 영업자산 누적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지방 분양시장과 비주택 시장의 부진을 감안할 때 PF우발채무 대응 등으로 확대된 태영건설의 차입부담은 단기간 내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분양경기 침체 등 변화된 사업 환경으로 인해 늘어난 재무부담도 신용등급 변동에 영향을 끼쳤다.

한기평은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 원가 확대로 낮아진 수익성, 영종하늘도시 주상복합 등 자체사업을 위한 용지대금 소요 등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분양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GS건설에 대해선 올해 4월 인천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대규모 당기순손실(5,500억원 규모)이 재무구조 악화에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GS건설의 경우 △국내 주택경기 저하 △원자재 및 인건비 부담 △GS이니마 상장일정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한편 한 증권사 선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PF대출을 통한 사업이 급증했으나 작년 말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PF대출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올해 4월 PF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PF대주단 협약’을 가동했으나 아직 눈에 띌만한 리스크 감축 효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 분양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확대 등이 발생하면서 건설사들의 PF우발채무가 점점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 재무적 완충력 대비 PF우발채무 규모가 과다하거나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에 곧바로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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