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단 5편에 불과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단 5편에 불과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한국 영화는 지독한 부진에 시달렸다. 상반기 한국 영화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 평균의 절반을 겨우 넘겼고, 한국 영화 관객 수는 같은 기간 기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극장가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여름 시즌, 추석 연휴에도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하면서 하반기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범죄도시3’의 시리즈 ‘쌍천만’ 달성과 ‘서울의 봄’ 흥행 돌풍은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며 다시 올 ‘봄’을 기대하게 했다.

◇ 올해 손익분기점 넘긴 한국 영화단 ‘5편’ 

올해 한국 영화는 엔데믹 시대를 맞아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극장 관객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29일 기준 ‘범죄도시3’(손익 180만/누적 1,068만), ‘밀수’(손익 400만/누적 514만), ‘잠’(손익 80만/누적 147만), ‘30일’(손익 160만/누적 216만), ‘서울의 봄’(손익 460만/누적 1,111만) 등 5편이었다. 그중에서 500만 이상을 불러 모은 작품은 ‘범죄도시3’ ‘밀수’ ‘서울의 봄’ 등 단 3편에 불과했다. 

설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교섭’(누적 172만)과 ‘유령’(누적 66만)을 시작으로 여름 성수기 전까지 ‘카운트’(누적 39만), ‘대외비’(누적 75만), ‘리바운드’(누적 69만), ‘킬링 로맨스’(누적 19만), ‘드림’(누적 112만), ‘귀공자’(누적 68만) 등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극장에 걸렸지만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중 100만을 넘긴 작품은 ‘교섭’과 ‘드림’뿐이었다.    

여름 시즌에도 류승완 감독의 ‘밀수’부터 하정우‧주지훈 주연의 ‘비공식작전’(누적 105만), ‘쌍천만 감독’ 김용화 감독의 ‘더 문’(누적 51만), 이병헌‧박서준이 뭉친 ‘콘크리트 유토피아’(누적 384만)까지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이 대거 출격했지만, 최종 스코어 514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밀수’만이 웃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84만명을 불러 모아 올해 전체(외화 포함)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손익분기점인 400만명에는 아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누적 191만),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누적 102만),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다섯 번째 협업 ‘거미집’(누적 31만) 등 충무로 대표 감독과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격했지만 줄줄이 흥행 참패를 맛봤다. 

특히 추석 연휴 사흘간 전체 매출액은 16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의 추석 연휴 사흘 기준 역대 최저에 해당한다. 이후에도 ‘화란’(누적 26만), ‘용감한 시민’(누적 26만명), ‘소년들’(누적 47만명), ‘싱글 인 서울’(누적 39만) 등이 개봉했으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범죄도시3’ 팀.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SNS 캡처​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범죄도시3’ 팀.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SNS 캡처​

◇ ‘범죄도시3’ ‘서울의 봄’ 돌풍

그럼에도 2편의 한국 영화‘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새 희망을 안겼다. 먼저 지난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는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통해 46만 관객 수를 미리 확보한 뒤 개봉 첫날 100만 돌파, 3일 차 200만, 4일 차 300만, 5일 차 400만, 6일 차 500만, 7일 차 600만, 11일 차 700만, 14일 차 800만, 21일 차 900만 돌파 등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불러 모았다. 1,000만을 앞두고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32일 만인 지난 7월 1일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범죄도시3’는 최종 스코어 1,068만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약 6배 웃돌았다. 역대 30번째, 한국 영화로는 역대 21번째 ‘천만 영화’다. 전편인 ‘범죄도시2’에 이어 또 한 번 천만 관객을 달성하면서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에 이어 시리즈 연속 ‘쌍천만’을 돌파하는 대업도 달성했다. 마동석은 최다 천만 주연배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서울 광수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 분)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액션이다. 역대 청불 영화흥행 TOP3를 기록한 ‘범죄도시’(2017), 1,260만 흥행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범죄도시2’의 뒤를 이은 세 번째 시리즈로, 시리즈 고유의 재미는 물론 다양한 변주로 극장가를 매료했다. 

올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서울의 봄’ 주역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올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서울의 봄’ 주역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반기 출격한 ‘서울의 봄’도 그야말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1월 22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뒤, 이달 19일까지 무려 28일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장기간 기록에 해당한다. 여기에 개봉 33일째인 지난 24일 1,000만 관객까지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8일까지 총 1,111만5,316명의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범죄도시3’를 제치고 올해 박스오피스 TOP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서울의 봄’은 주차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특히 개봉 6주 차임에도 한국 영화 좌석판매율(배정된 전체 좌석 중 실제 관객의 점유율을 나타내는 지표) 1위를 차지하며 흔들림 없는 흥행 저력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CGV 골든 에그지수 99%, 메가박스 평점 9.6점, 롯데시네마 평점 9.7점 등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력을 모두 입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영화‘비트’(1997), ‘아수라’(2016)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 영화최초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치열했던 그날 밤을 스크린에 묵직하게 펼쳐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황정민(전두광 역)‧정우성(이태신 역)‧이성민(정상호 역)‧박해준(노태건 역) 등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도 관객을 사로잡은 비결로 꼽힌다. 특히 정우성은 1994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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