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등 긍정적”
vs. “4‧10 총선용 대책에 불과” 등 의견 갈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 뉴시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안전진단 사실상 폐지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빗장을 모두 풀어헤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그간 10년 이상 공사기간이 소요됐던 도시정비사업은 3~6년 수준으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완화로 인해 도시정비사업이 기존 대비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전국 여러 정비사업장 조합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 주체인 건설업계 내에서는 각각 의견이 갈렸다. 신규 공급 확대, 구도심 인프라 개선 등 긍정적 입장과 사실상 4‧10 총선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서로 맞물렸다.

◇ 정부, 재건축·재개발 규제 빗장 개방 시사

정부는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두번째’를 개최한 데 이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주요 골자는 ‘주택공급 확대로 주거안정 기반을 강화하고 건설산업 활력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심공급 확대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 △건설경기 활력 회복 등 4가지 대응책을 이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도심공급 확대 측면에서 정부는 재건축‧재개발과 관련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먼저 정부는 안전진단부터 착공까지 최대 9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재건축 과정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입안 제안부터 착공까지 5단계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도록 제도 개선하고 준공 30년이 넘는 노후도가 심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도 함께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준공한지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조합설립을 신청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비사업 추진시 사업주체를 조기에 구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더불어 정부는 신축빌라 혼재 등 부지 특성상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추진 요건도 완화한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3분의 2 수준에서 60%로 완화하고 노후도 이외 요건(접도율, 밀도 등)도 재개발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비구역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유휴지, 복잡한 지분관계로 방치된 자투리 부지도 재개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구역지정‧동의 요건 등도 개선한다.

이밖에 정부는 부담금 면제 초과이익 상향, 부과구간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경 등 재건축 부담금 완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하고 부담금 산정시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는 비용인정을 확대(신탁방식 운영비 등 제반 실집행 비용, 기부채납 토지 기여분 등)해 추가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 건설업계 내에선 긍정 및 부정 의견이 함께 존재했다. / 뉴시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 건설업계 내에선 긍정 및 부정 의견이 함께 존재했다. / 뉴시스

◇ 건설사, 정부 대책 두고 ‘긍정·부정·우려‘ 시각 존재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접한 업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4·10 총선용 대책에 가깝다’며 아직까진 신뢰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책은 사실상 4월 총선 타겟으로 보인다”면서 “관련법 개정·발의는 5월 이후가 될 것이기에 ‘뽑아주면 발의하겠다’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을 보인 만큼 그점에서는 유의미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대책 이후 증가할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정확히 추산할 수 없지만 지난 1990~1993년도 준공아파트 추정물량이 약 3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간 움츠러져 있던 부동산 업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반겼다.

정부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경제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B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속도 추진을 위해서는 이번 대책을 반길 만하나 상당 부분 법 개정이 필요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특히 오는 4·10 총선용 발표에 그칠 가능성이 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푼다고 해서 사업 진행에 속도가 날 만한 여건이 아니어서 당장 체감할만한 정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향후 시장 상황이 회복돼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추후 서울·수도권 등 알짜배기 도심 지역을 두고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C사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단 신속한 사업추진 여부는 각각 조합 역량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울·수도권 및 주요 대도시 도심 정비사업 등 이른바 ‘알짜배기’ 지역 수주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투기조장 및 기존 투기세력의 출구전략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D사 관계자는 “대책 시행 이후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효과 발현에 대한 기대감 △양질의 신규주택 공급수량 증가 및 시장 안정 △도시정비 사업을 통한 구도심 인프라 개선 등 여러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고금리 기조 등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투기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손실을 봤던 기존 투기세력의 출구전략(Exit Strategy)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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