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입차, 전년 대비 38%↑ 2만3,441대… 獨 이어 2위
콘야마 한국토요타車 대표, 부임 첫 해 2만대↑ 실적 달성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 韓 진출 20년 최저 성적 1,385대
혼다, 네트워크 투자 인색…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지난해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크게 성장했으나, 혼다는 역성장에 더불어 한국 진출 이후 최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혼다 올 뉴 CR-V 터보. / 혼다코리아
지난해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크게 성장했으나, 혼다는 역성장에 더불어 한국 진출 이후 최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혼다 올 뉴 CR-V 터보. / 혼다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자동차 가운데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증가율이 돋보인다. 지난해 일본차의 판매대수는 증가율은 국가별 수입차 집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도 독일 브랜드 판매량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일본차 브랜드 가운데 혼다는 홀로 판매량이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한국 진출 이래 최저 성적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총 판매대수는 전년(2022년) 대비 38% 늘어난 2만3,441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와 미국차는 각각 판매량이 -5.9%, -33.5% 줄어들었고, 그나마 증가세를 기록한 스웨덴·프랑스·영국 자동차는 각각 8.4%, 4.2%, 1.3% 늘어났다. 또 수입차 전체 판매도 전년 대비 -4.4%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차 판매는 크게 늘어났다. 판매량에서도 독일차 19만3,562대에 이어 일본차가 2위를 기록했다.

일본차 판매 성장을 견인한 브랜드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렉서스와 토요타 2개 브랜드다. 지난해 렉서스는 1만3,561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78.6%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판매량 증가율은 수입차 브랜드 1등이다. 이와 함께 토요타는 8,495대로 전년 대비 판매대수가 35.7% 늘어났다. 2개 브랜드의 판매대수는 총 2만2,056대로, 일본차 전체 판매량의 94.1%를 차지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와 토요타 2개 브랜드 판매량 합이 2만대를 넘어서며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렉서스 RZ 및 RX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스피치를 진행하는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 한국토요타자동차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와 토요타 2개 브랜드 판매량 합이 2만대를 넘어서며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렉서스 RZ 및 RX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스피치를 진행하는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 한국토요타자동차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초 5년 임기를 마친 타케무라 노부유키 전 대표이사(사장)의 후임으로 콘야마 마나부 대표를 선임하고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대표이사는 부임 첫해부터 다양한 신차를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렉서스와 토요타 2개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타케무라 전 대표가 강조한 ‘고객 만족’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증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타케무라 전 대표는 부임 첫 해인 2018년부터 렉서스와 토요타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매년 한 개 이상씩 늘려왔으며, 이러한 기조는 신임 대표이사가 부임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2024년 1월 기준 두 브랜드의 전국 네트워크는 △렉서스 전시장 29개·서비스센터 33개 △토요타 전시장 27개·서비스센터 28개까지 늘어났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고객 중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며 재도약을 알리는 것과 달리 혼다코리아는 2004년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최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혼다는 1,385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55.9% 줄어들었으며, 이는 지난해 판매를 중단한 재규어를 제외하면 수입차 판매 감소율 1위 기록이다. 혼다코리아는 앞서 2022년에도 전년(2021년) 대비 판매 실적이 -27.9% 감소한 바 있는데,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현재 혼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2019년 6월 상무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대표직에 오른 2019년 6월까지만 해도 혼다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94.4% 증가한 5,684대를 기록 중이었으나, 2019년 하반기 들어 ‘노 재팬’ 분위기가 극에 치달으면서 혼다의 판매실적은 고꾸라졌다. 이에 혼다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단행해 겨우 역성장을 모면했다.

그러나 노 재팬 분위기는 2020년까지 이어졌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의 자동차 공장 가동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결국 2020년 혼다는 전년 대비 -65.1% 줄어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들어 판매량이 42.5% 늘어나며 반등을 하는 듯 했으나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다.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어코드 터보 및 하이브리드, CR-V 터보 및 하이브리드, 파일럿 등 5종의 신차를 쏟아냈음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어코드 터보 및 하이브리드, CR-V 터보 및 하이브리드, 파일럿 등 5종의 신차를 쏟아냈음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 혼다코리아

2020년 실적은 노 재팬 영향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 이후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적표는 이지홍 대표의 경영 능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대표로 부임한 이후 혼다는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 증설에 인색한 모습이다.

혼다는 노재팬이 시작된 2019년부터 2024년 1월 현재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노 재팬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렉서스와 토요타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증설했다. 상당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오히려 혼다의 공식 딜러사였던 일진모터스의 모기업인 일진그룹이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지난 2021년 서초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안양 서비스센터가 각각 지난해 6월과 12월 철수했다.

이로 인해 혼다 전시장은 현재 9개로 줄어들었다. 서비스센터는 2018년말 13개와 동일하다. 일진그룹이 손을 떼면서 서비스센터 2곳을 폐점했지만, 수도권 공식 딜러 KCC와 인천 지역 공식 딜러 ‘거북’에서 각각 1곳을 증설한 덕이다.

혼다가 네트워크 증설에 인색한 이유로는 저조한 판매량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와 같다.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네트워크를 증설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와 접점은 늘어나지 않고, 기존 전시장에서 신차가 계속해서 판매되면 기존 고객들의 서비스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혼다가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네트워크를 증설하지 않는 모습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꼴’로 평가되기도 한다. 혼다가 재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신차 가격을 재조정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혼다는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어코드·CR-V·파일럿 모델을 투입했으나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혼다의 신차 소식에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혼다 차량 구매를 고민하다가도 최근 출시한 신차 가격이 너무 비싼 나머지 토요타의 동급 모델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혼다가 올해 재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투자를 늘리고 가격 정책을 다시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23년 12월 신차등록자료
2024. 1. 12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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