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건설, 오너일가 870억원 사재 출연으로 10년 만에 워크아웃 졸업
현대건설, 계열분리 등 강도 높은 자구책 통해 5년 만에 독자 경영 실현

아파트 브랜드 ‘디 이스트‘를 보유한 동문건설의 과거 워크아웃 졸업 성공 사례가 최근 이슈화되고 있다. / 동문건설
아파트 브랜드 ‘디 이스트‘를 보유한 동문건설의 과거 워크아웃 졸업 성공 사례가 최근 이슈화되고 있다. / 동문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 이후 업계의 이목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졸업 여부에 쏠리고 있다.

과거 워크아웃을 겪었던 건설사 중 일부 건설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반면 몇몇 건설사는 워크아웃으로도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따라서 업계는 워크아웃 개시 이전 추가 자구책 마련으로 채권단과 갈등을 겪었던 태영건설이 향후 워크아웃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성공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건설사들의 사례가 최근 업계 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 고(故) 경재용 회장, 동문건설 살리고자 10년간 870억원 사재 출연

건설사 워크아웃 성공 사례 중 대표적인 곳은 바로 동문건설이다. 1984년 설립된 동문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61위(토건 시평액 5,794억원)에 속한 중견건설사로 지난 2022년 매출 5,050억원, 영업이익 631억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동문건설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같은 해 12월말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동문건설을 포함한 12개 회사가 정부의 건설·조선사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 판정을 받았고 채권단은 이들 12개 회사를 상대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이듬해인 2009년 1월 24일 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채권단에 속한 여러 금융기관과 논의한 끝에 가장 먼저 동문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동문건설의 채권행사유예기간 2012년 6월말까지 연장 △494억원의 신규 유동성 지원 △기존 사업장의 신규 공사비 752억원 추가 지원 등 내용이 담긴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한 배경에는 동문건설의 확고한 개선 의지가 작용했다. 동문건설은 건설‧조선사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부여 받자 △임직원 급여 자진 삭감 △사무실 축소 △사업부지 등 회사 보유 부동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실천했다. 

여기에 사주인 고(故) 경재용 회장은 보유 중인 충남 아산시 27홀 골프장·IT 계열사 르네코 지분 등 사재 474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고 경재용 회장은 기존 474억원 사재 출연에 이어 지속적인 사재 출연까지 모두 870억여원의 사재를 10년간 회사 살리기에 투입했다. 

그 결과 2019년 5월 8일 우리은행과 채권단은 회의를 통해 동문건설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 절차종료를 결의하고 동문건설 측에 이를 통보했다. 동문건설은 10년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동문건설이 보유 중인 남은 채무는 향후 분할상환토록 조치했고 필요자금은 우대금리로 지원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 현대건설, 대규모 구조조정 후 5년만에 워크아웃 졸업

현재 업계 2위인 현대건설도 과거 워크아웃 개시 이후 5년여만에 이를 극복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10월 30일 현대건설은 만기가 도래한 어음 224억원을 은행 영업시간까지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1차 부도금액 224억원을 다음날인 10월 31일 모두 결제했고 다행히 최종부도를 면하게 됐다. 

2000년 당시 현대건설의 순손실 및 차입금 규모는 각각 2조9,000억여원, 4조4,800억여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 현대건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겪자 업계 내에선 긴장감이 고조됐다. 현대건설이 최종부도 처리된다면 회사의 지급보증 3조원(건설공제조합 1조3,000억원, 대한주택보증 1조5,000억원 등)이 손실로 전환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01년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 후 현대건설에 대한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개시에 앞서 현대건설은 △오너일가 1,300억원 사재출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회사채 1,700억원 출자전환 △서산농장, 인천철구공장 등 매각 △현대건설 보유 상선 지분 매각 △현대건설 계열 분리 등 대대적인 자구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유상증자‧구조조정을 통해 차입금 축소에 나섰다. 여기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영업전략 확대 및 수주 극대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쳤다. 결국 워크아웃 개시 이후 5년여만인 2006년 5월 현대건설은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구조조정 결과 2001년 788%였던 회사의 부채비율은 2005년 289% 가량으로 급감했다. 작년 3분기말 기준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113%로 업계 기준 200%보다 약 80% 낮은 수준이다.  

작년 6월 경기도는 우림건설에 등록말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 우림건설
작년 6월 경기도는 우림건설에 등록말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 우림건설

◇ 우림건설, 체질 개선 실패 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

한편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도 체질 개선에 나서지 못해 실패한 사례도 존재한다. 

2008년 시평순위 40위권에 속했던 중견건설사 우림건설은 2007년 카자흐스탄에 투자한 2조원 규모의 해외투자사업에서 환손실이 발생한데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어 2009년 1월 정부가 실시한 건설·조선사 평가에서 우림건설은 C등급을 부여받으며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됐고 같은해 4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우림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우림건설은 임원급여 삭감, 인력 감축, 700억원 규모 서초동 사옥 매각, 계열사 자산 정리 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실시했다.

그러나 우림건설의 워크아웃 졸업은 실패에 그쳤고 우림건설은 2012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 회생관리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때 우림건설은 법원에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 등을 함께 요청했다.

우림건설은 이후에도 사옥 처분 등을 통한 재기의 몸부림에 나섰지만 이마저 실패하게 됐고 2016년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폐업절차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3년 6월 경기도가 우림건설에 등록말소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우림건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워크아웃 졸업을 달성한 건설사 대부분은 그야말로 진정성 있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곳들”이라며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주주(오너일가)의 희생과 솔선수범이 밑바탕에 깔려야만 임직원 및 협력업체, 채권단 등의 지원도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이전 꼼수 논란 등으로 업계 뿐만아니라 국민 신뢰를 잃은 만큼 추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 무사히 워크아웃을 졸업해 업계의 귀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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