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동원산업은 지난 16일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를 통해 감자 방식의 자사주 소각 결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 뉴시스
동원산업은 지난 16일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를 통해 감자 방식의 자사주 소각 결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6일, 동원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핵심 계열사이자 코스피상장사인 동원산업은 ‘주요사항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해당 공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감자’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동원산업은 어떤 방식으로 감자를 실시할까요?

우선, 감자란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자본을 ‘증자’와 반대되는 개념인데요. 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자본을 감소시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주주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감자는 그 방식에 따라 유상감자와 무상감자, 그리고 자사주 소각을 통한 감자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이 지니는 의미와 효과는 크게 다르며,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지곤 합니다.

그중에서 동원산업이 이번에 실시하는 감자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 주식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걸 의미하며 ,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한 만큼 자본금이 감소하는 ‘감자소각’과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는 ‘이익소각’이죠.

이 같은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꼽힙니다.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는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주주가치 제고가 화두로 떠오르고 ‘주주행동’ 또한 부쩍 늘어나면서 꽤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됐죠.

두 가지 대표적인 자사주 소각 방식 중 통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절차가 더 간편한 이익소각입니다. 감자소각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익소각은 그렇지 않죠. 다만, 동원산업은 감자소각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감자소각 규모입니다. 지분으로 치면 22.5%, 발표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3,29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해 감자를 단행합니다. 상당히 큰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동원산업은 왜 이 같은 감자에 나선 걸까요?

동원산업은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 바 있는데요. 당시 흡수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주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합병은 마무리됐고, 동원산업은 최대주주가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오너일가 2세인 김남정 부회장으로 변경되는 한편 27%가 넘는 지분을 자사주로 거머쥐게 됐죠.

그리고 지난해 5월, 동원산업은 공시를 통해 향후 5년간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때 발표한 핵심 내용이 바로 자사주 소각이었죠. 향후 5년 내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원산업의 이 같은 발표는 계획보다 상당히 빠르게 실현됐습니다. 먼저 지난해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함께 전체발행주식의 7%에 해당하는 350만주를 소각했고, 뒤이어 이번엔 남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죠. 소각 방침을 세운 자사주를 전량 일괄 소각해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차원이라는 게 동원산업 측 설명입니다.

동원산업은 이뿐 아니라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고, 배당기준일 지정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행보에 박차를 가해오고 있는데요. 초대형 감자소각이란 ‘화끈한 결정’은 주주가치가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 속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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