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성동=이영실 기자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신선한 소재와 치밀하게 설계한 이야기, 탄탄한 연출력으로 새로운 범죄 추적극의 탄생을 예고한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 역시 ‘데드맨’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19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에서 영화 ‘데드맨’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하준원 감독과 배우 조진웅‧김희애‧이수경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 연출작 ‘괴물’ 공동 각본을 쓴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명의도용과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 등으로 독특하고 신선한 범죄 추적극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다. 먼저 영화 ‘블랙머니’ ‘완벽한 타인’ ‘독전’ ‘끝까지 간다’ ‘암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아온 충무로 대표 배우 조진웅이 주인공으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극 중 조진웅은 일명 ‘바지사장’으로 이름을 팔며 살아가다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이 돼버린 이만재로 분한다. 혼란에 빠진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완성, 대체불가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밀회’, 영화 ‘윤희에게’ ‘허스토리’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베테랑 배우 김희애도 함께 한다. 타고난 지략과 강단으로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컨설턴트 심여사 역을 맡아 독보적 카리스마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영화 ‘기적’ ‘기묘한 가족’ ‘침묵’ ‘용순’ 등 매 작품 다채로운 매력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이수경이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공희주 역을 맡아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더한다. 

이날 하준원 감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데 살다 보면 자신의 이름에 책임지지 못하고 사는 사람을 목도하게 된다”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닌 대리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사건을 보며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야기로 다뤄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 이야기를 떠올린 계기를 밝혔다. 

‘바지사장’을 소재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내용을 대중적인 이야기로 풀어본다면 어떤 키워드가 있을까 생각하다 ‘바지사장’이 떠올랐다”며 “익숙하게 들어는 봤지만 영화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소재였고 ‘이름을 파는 사람’이라는 주제와 붙었을 때 조화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실제 사건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토대로 ‘바지사장’ 명의 거래 범죄를 날카롭게 그려내 경각심을 일깨울 예정이다. 하준원 감독은 “위험하기도 하고 외국으로 넘어가서 벌어지는 범죄도 있어서 취재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취재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빼앗긴 이름을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만재와 이름 하나로 얽히고설킨 사람들 간의 끊임없는 추적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스토리는 장르적 재미를 배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준원 감독은 “한 남자가 누명을 쓰고 그것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가는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캐릭터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돕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며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설계할 때 하나의 오케스트라 공연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만재는 극의 흐름을 이끌면서 감정의 진폭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했고, 심여사는 전체를 설계하는 지휘자, 공희주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청중의 입장으로 극의 흐름을 구성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잘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5년 동안 꼼꼼하게 취재하고 준비한 감독의 치밀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데드맨’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일관적인 관통성을 갖고 가면서도 상황에 철저히 맡기는 것이 현명하고 ‘날 것’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상황 속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끈끈한 이만재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희애는 “조진웅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나가면서 나락에 빠져 관속까지 들어가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세상에 이끌려가는 모습을 쭉 잘 끌어나갔다” 며 “그동안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데드맨’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칭찬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희애는 심여사에 대해 “그동안 보지 못한 캐릭터였고 매력적이라 탐낼 만한 역할이었다”며 “신비롭고 귀한 역할이라 연기하면서 행복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심여사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 변신도 꾀했다는 그는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어 변신이 필요했다”며 “최대한 나 같지 않게, 최대한 전에 보여준 모습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한 것까지 신경을 썼다. 제작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나는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수경은 공희주에 대해 “굉장히 뜨겁고 집요한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던 인물이 극 중반부터 성격이 조금 바뀌는데 그 지점이 참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굉장히 미지근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온도를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지 노력했다”며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과감한 스타일링을 했는데 그 부분도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하준원 감독은 “이수경은 연출자가 보기에 굉장히 매력적이고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해석해 오는 깊이 있는 배우”라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로 당찬 역할을 맡아왔는데 그런 당찬 모습 이면에 굉장히 깊이 있는 내면 연기도 잘 해내는 배우다. 다음 작품에서도 꼭 만나고 싶다”고 극찬해 ‘데드맨’ 속 이수경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끝으로 하준원 감독은 “첫 작품을 범죄영화로 인사드리게 됐는데 이런 장르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안에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메시지가 있으면서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영화를 찍는 게 감독으로서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작품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 첫 시작인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