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전환한 모나미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김명욱 전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 모나미
지난해 적자전환한 모나미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김명욱 전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 모나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적자전환하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토종 문구기업 모나미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었던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모나미 및 업계에 대한 이해도는 그 누구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독립성 측면에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모나미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감소한 1,414억원을 기록했고, 22억원의 영업손실과 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익은 2013년 이후 10년, 당기순손익은 2019년 이후 4년 만의 적자전환이다.

이 같은 실적은 본업은 물론 새롭게 추진하고 나선 신사업이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신사업 투자 확대로 비용 또한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모나미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모나미가 올해 정기주총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낙점한 인물이 눈길을 끈다. 과거 오랜 세월 모나미에 몸담았던 김명욱 전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모나미에서 부사장과 고문 등을 역임한 그는 마지막으로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린 2018년 사업보고서상 재직기간이 43년에 달했다. 이는 모나미 창업주인 고(故) 송삼석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것이었으며, 창업주 2세인 송하경 회장과 송하윤 사장의 현재 재직기간도 훌쩍 넘어선다. 또한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확고한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해온 모나미에서 오너일가가 아님에도 유일하게 사내 등기임원 자리를 지켰으며, 계열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모나미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이러한 김명욱 전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모나미 이사회는 그 사유를 “문구업종에 오랜 경력을 보유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회사의 주요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사의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이 적절하고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독립성 측면에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외이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의무는 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며, 따라서 독립성이 중요한 자격 기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명욱 전 고문은 수십 년간 모나미 오너일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한솥밥을 먹어온 만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상법상 해당 기업에서 이사 등으로 종사한지 2년이 지난 경우엔 사외이사로 선임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김명욱 전 고문은 자신의 직무수행계획에 대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며 “또한,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 제고 및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욱 전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모나미의 정기주총은 오는 28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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